2004년 5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통업체 자체상표 제품 박람회’(PLMA)에 참가한 국내 면도기 업체 도루코(사장 전성수·사진) 부스엔 찬바람이 불었다. 미리 약속한 몇몇 바이어를 빼고는 들르는 방문객이 없었다. 인근에 있던 질레트와 쉬크 등 글로벌 대기업 부스가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뤄 소외감은 더 컸다.
그 후로 9년여. 주목받지 못했던 도루코가 해외에서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도루코는 지난해 1955년 설립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1억달러 수출 기록을 세웠다. 1992년 수출 1000만달러를 기록한 후 10년 만에 수출액을 10배로 늘린 셈이다.
전체 매출(지난해 20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달성했다. 도루코 국제팀의 강성호 대리는 “지금까지 해외에 판 면도기가 20억개에 육박한다”며 “한 줄로 이으면 지구 둘레의 네 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라고 설명했다.
도루코 면도기는 유럽뿐 아니라 북미,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 13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수출이 1년 만에 두 자릿수 성장하는 등 유럽이 수출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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