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대학총장 인터뷰 (3)] 황선혜 숙대 총장 "여성최초 민족사학 … 가장 강한 여성리더 육성대학 만들 것"

입력 2013-03-04 07:37   수정 2015-03-13 11:53

[2013 대학총장 인터뷰 (3)] 황선혜 숙대 총장 "여성최초 민족사학 … 가장 강한 여성리더 육성대학 만들 것"


재단 새 출발… 소통 바탕해 조직개편·투자계획 '청사진'
"학교 내용적·물리적 인프라 완전히 이노베이션 하겠다"

<대담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숙명여대가 새 진용을 짰다. 이달 1일 손병두 이사장을 비롯한 신임 이사진이 출범했다. 재단 체제도 바뀌었다. 숙명여중·고는 기존 법인에서 독립해 별도 법인인 '명신여학원'으로 운영된다. 숙명학원은 숙명여대만 운영하는 단독 법인이 됐다.

학교가 새 출발 하는 만큼 황선혜 총장(59·사진)의 각오도 남다르다. 숙명여대는 지난해 한영실 전 총장과 전 이사진의 학교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며 세간에서 화제가 됐다. 황 총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소통형 총장' '현장형 총장'을 약속했다.

첫 6개월 동안 황 총장은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는 데 힘썼다. 그는 "총장 마인드보다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정책 아닌 일상으로 소통했다"  말했다. 취임 6개월 만에 학교 운영의 청사진을 세우고 실천에 나섰다. 세부 손질이 남았지만 전체 밑그림은 그려진 듯 했다. 황 총장은 인터뷰 내내 차분하면서도 자신 있게 '숙대 중흥'을 강조했다.

황 총장은 "1년에 한 달은 교수가 강의하지 않고 학생끼리 수업하는 자기주도적 교육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의실을 학생 휴게실과 토론 공간으로 활용하는 안도 내놓았다. "캠퍼스 울타리를 쳐내고 학교 전체를 이노베이션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여성교육·민족사학의 효시인 숙명여대 정신 교육, 체력 강화 프로그램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줄줄이 나왔다.

새 이사진의 한 사람으로 한교 운영에도 참여한다. "2~3년 동안 학교의 내용적·물리적 인프라를 완전히 바꿔놓겠다" 는 포부의 황 총장을 3월 새 학기를 맞아 숙명여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 총장으로 6개월을 지내보니 어떻습니까. 보직교수 때와 다를 텐데요.

"학교 구성원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지난해 학교가 유례없이 어려움도 겪고 언론에 부정적 보도도 많이 나갔어요. 그 과정에서 솔직하고 담백한 소통이 모자라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총장이란 생각을 내려놓고 구성원의 한 사람이란 마음으로 찾아갔습니다. 정책적 측면보다 일상으로 소통하려고 애썼죠. 소통이란 마음을 열어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저 사람은 총장이네' 하는 생각을 덜 해야 소통이 가능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이사진 구성이 굉장히 중요했죠. 조심스럽게 의견을 타진했는데 다행히 이사진이 잘 꾸려졌습니다. 그간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각종 사안에 대해 이사진과 더 터놓고 얘기할 생각입니다. 새 이사진과는 긴장 관계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으로 가려해요."

- 새 이사진에 훌륭한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손병두 이사장을 비롯해 신임 이사인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은 모두 영입한 분들입니다. 전 이사진이 새 이사회 풀(pool)을 먼저 학교 측에 제시해 구성원들이 원하는 대로 결정됐죠. 숙명여대의 약점이 수익용 기본재산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재정 문제에 이사회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면서도 등록금 인상요인은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어요. 저도 이사진의 한 명이라 발전기금 모금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숙명여중·고엔 지금도 강남의 우수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자율형사립고 전환 등 독자적 발전계획을 갖고 있는데 대학과 묶여 있으니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화여대와 이화여중·고 재단 분리 사례처럼 숙명여중·고 동문들의 법인 분리 요구도 있었죠. 이번 재단 분리로 몸집을 가볍게 해 뻗어나갈 수 있을 겁니다."

- 재정 문제는 반값 등록금 이슈의 영향이 큰데요.

"숙명여대도 최근 4년간 계속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를 해 왔어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인재강국' '교육 투자는 의미 있는 투자'란 국민적 합의가 거의 DNA처럼 박힌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점에서 희망이 있죠. 특히 평생교육 개념이 국민들 생각에 정립된다면 재정 문제는 긴 호흡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 조직 개편, 교육환경 개선 등 본격적 대학 운영 구상이 궁금합니다.

"조직 개편의 골자는 대학의 본질에 맞춰 바꾸는 겁니다. 핵심은 연구와 교육이에요. 대학 행정을 거기에 맞춰 슬림화할 계획입니다. 보직도 줄여 교수들은 연구, 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죠. 연구 역량 강화에 학교가 많이 투자할 겁니다. 학교가 적극적으로 '매칭 펀드' 해서 외부 연구를 수주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향후 2~3년 동안 학교 전체를 이노베이션 할 겁니다. 지금의 학교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겠죠. 우선 캠퍼스 모든 건물을 물리적으로 새로 바꿀 겁니다. 효율적 공간 활용을 위해 전문 업체에게 맡겨 공간 배치 조사를 진행 중이에요. 강의실도 수업이 끝나면 학생 휴게실과 토론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잖아요. 강의실 환경이 완전히 변화하는 개념입니다. 캠퍼스 어느 곳에서든 와이파이 망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웹 베이스 교육환경도 바꾸고 있어요."

- 전체적 교육 인프라 변화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1000억 원 내외를 들여 캠퍼스 외관을 완전히 고칠 수도 있겠지만 그럴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죠. 2018년이 되면 학령인구가 크게 줄어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 인프라를 향후 3~4년 동안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이버대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그리고 물리적으로 대학에 와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죠. 저는 배움은 만남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강의실을 수업 장소로만 볼 게 아니라 '만남의 장' 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적어도 1년 중 한 달 정도는 교수가 강의하는 방식을 탈피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대신 학생들끼리의 수업, 자기주도적 교육을 하는 거죠. 교육이 무조건 주입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내 안에서의 화학적 변화, 반응을 공유하는 시간도 분명히 필요해요. 지금의 강의 방식에선 배움으로 인한 자신의 변화가 그대로 잠재의식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거죠. 학교, 강의실 공간을 학생들 중심으로 그런 공유와 교감의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 자기주도적 교육 프로그램 사례로는 어떤 게 있나요.

"우리 학교가 국제화 교육을 잘하는 편이에요. '글로벌 베스트' 를 강조하면서 십수년째 학생들을 방학마다 글로벌 탐방단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정말 주제가 있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교수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학생들 본인이 주제를 정해 어느 나라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계획해요. 해외 체류 일정이나 해당 국가 고위 관리 방문까지 학생들이 해결한 뒤 지도교수는 인솔만 해서 다녀오는 거죠."

- 숙명여대만의 차별화 전략을 소개해 주시죠.

"우리 대학의 설립 취지를 학생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물리적 인프라뿐 아니라 내용적 인프라도 확실히 바꿀 겁니다. 숙명여대는 1906년 조선 황실로부터 재산을 하사받아 설립된 여성 근대교육의 효시입니다. 대단한 일이죠. 이화여대가 역사는 더 오래 됐지만 민족사학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여성 구국'이란 우리 대학의 정체성을 찾는 로열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입니다. 또 우리 대학들이 체력 단련 같은 부분은 완전히 실패하고 있어요. 비록 여대지만 학생들의 체력 강화를 아주 중요한 비전으로 강조할 겁니다."

- 좋은 생각입니다. 회사에서도 체력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스포츠엔 각각의 룰이 있잖아요. 게임 룰을 지키면서 즐겨야 하는 것은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방학 중에 학생들을 학교 연수원에 보내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입니다. 지금도 '학생지도의 날'이 있는데 아예 '학생지도의 달'로 바꿔서 주말에 체력을 단련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여의도에 사는데, 꿈 가운데 하나가 우리 학생들 100~200명과 함께 숙대 깃발을 단 자전거를 타고 한강 둔치를 달리는 겁니다.

그런 프로그램들을 하다 보면 지역 주민들과도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 울타리를 치우고 주민들에게도 개방된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여대라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하죠. 하지만 범죄도 으슥한 곳에서 벌어지지, 오픈된 공간에선 잘 일어나지 않거든요. 인근의 효창공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울타리를 쳐놓으니 사랑받기 힘들거든요. 검토해봤으면 합니다."

- 숙명여대 자랑 좀 해 주시죠.

"강의실에서 공부한 기본을 갖추고 현장에 나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성 인재. 숙명여대의 차별화된 이미지라고 봅니다. 넓게 보면 오늘날 거친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성품이 어머니의 희생정신 같아요. 강인한 정신과 부드러운 흡인력을 고루 갖춘 인재를 길러내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 숙명' 이란 캐치프레이즈 안에 많은 것들이 담겨 있어요.

고교 교사들은 어떤 인재를 원하느냐고 물어 봅니다. 우리는 이렇게 답해요. 어떤 인재든 좋다. 잠재력은 누구나 다릅니다. 그리고 우리 대학에 들어오면 어떤 인재도 성장할 수 있어요. 숙명여대에 뿌리 내리는 순간 그 잠재력이 꽃피울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어떤 씨를 뿌려도 싹이 틀 수 있게 하나하나를 살려내 성장시키고, 그래서 구성원이 함께 행복한 대학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 황선혜 총장은…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교육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교 교수로 부임해 학생처장, 문과대학장 등의 학내 보직과 한국사회언어학회, 한국응용언어학회 회장을 지냈다. 지난해 9월 숙명여대 제18대 총장에 취임했다.

글 =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 사진 = 변성현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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