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작가' 김홍석 씨, "미술은 트릭…조역들은 안 보이거든요"

입력 2013-03-04 16:54   수정 2013-03-04 23:46

플라토서 개인전…작품 뒤에 숨겨진 노동 성찰한 29점 선봬


“문화를 도용하거나 차용하는 것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할 수 있겠지요. 현대 미술가들은 그동안 다른 사람의 노동이나 업적을 전용하거나 타인의 어려운 처지를 작품이라는 게임을 위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이용하는 냉정함을 보여 왔죠. 그래서 작품에 참여한 조역들의 가치를 관람객에게 직접 보여주는 미술을 생각해 봤어요. 마치 게임을 하듯 말이에요.”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옛 로댕갤러리)에서 오는 7일부터 5월26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설치작가 김홍석 씨(49·상명대 교수). 그는 “미술가는 속임수를 쓰는 트릭스터(야바위꾼)와 같이 모순되고 역설적인 태도로 매 순간 작업을 하지만 윤리적인 경계도 무시한 채 오직 작품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치부돼 때로 ‘비윤리적’이란 비판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공부한 김씨는 인간 소통의 문제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차용을 독특하게 해석해 또 다른 의미를 뽑아내는 작가다. 그의 예술세계는 회화와 드로잉, 사진과 영상, 오브제와 텍스트, 퍼포먼스의 네 가지 매체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전개된다.

2003년과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연속 출품했고 이스탄불 비엔날레(터키), 티라나 비엔날레(알바니아), 발렌시아 비엔날레(스페인), 에치고 쓰마리 트리엔날레(일본) 등 국제 화단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가 ‘비엔날레 작가’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의 작가’로 뽑은 김씨의 이번 전시 주제는 우화적인 비판과 해학적인 재치를 나타내는 ‘좋은 노동 나쁜 미술’. 차용 미술의 정수인 ‘팝 아트’의 이면을 비롯해 번역과 창작 지원자 등을 조형화한 조각·회화·설치·영상·퍼포먼스 등 29점을 선보이며 관람자들과 소통을 시도한다.

관람객은 작가가 제시하는 작품 주체(작가 상상력)와 관람객들 사이에 있는 조력자, 현대 미술에 깊게 파고든 차용의 의미를 되새기며 당혹스러운 현실과 맞닥뜨리고 우리가 속한 세계를 곱씹어 보게 된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2009년작 ‘개같은 형태’는 하찮은 검은 비닐봉지를 브론즈로 똑같이 재현한 강아지 조각. 제프 쿤스의 작품을 차용한 이 작품은 팝아트의 차용 미술 관행을 되짚어 보게 한다.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고 무용가와 협업한 작업 ‘미스터 킴’, 존 F 케네디의 연설을 광주 지역 한 초등학생에게 읽게 한 영상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 연기자를 활용한 ‘공공의 공백’ 등은 제작에 동원된 다양한 협력자들을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관람객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작품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작가가 개입할 수 없는 관람객의 시선은 매번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한다.

김씨는 “미술 작품이 나오기까지 협력자들이 많이 필요한데도 정작 완성된 작품은 작가 개인에게만 부와 명성을 가져온다”며 “미술가들이 작품에 들어간 많은 사람의 노력에 대해 어떤 윤리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된다”고 설명했다. 관람료는 어른 3000원. 매일 오후 2시·4시엔 작품 해설자가 1대 1 맞춤 설명도 해준다. 내달 26일엔 작가 강연회도 연다. 1577-759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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