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김종훈, 서말구, 이봉걸…

입력 2013-03-07 16:56   수정 2013-03-07 22:13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


박근혜 정부의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였던 김종훈 씨의 전격 사퇴는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미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벨연구소 사장으로서의 ‘보장된 길’을 버리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겠다”던 그의 충정을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가 짓밟은 꼴이 됐다.

김씨가 사퇴의 변으로 야당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힌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와 관련, ‘정치권의 난맥상에 대한 절망감’을 들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그가 소유한 국내 부동산 관련 의혹, 미국에서의 사생활 뒷담화 등 온갖 ‘신상털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가 느꼈을 수모와 개인적 좌절감은 “아내가 미국으로 돌아가자며 울고 있다”고 한 말에 잘 담겨 있다.

또 다른 말도 들린다. 장관 후보자로 지낸 보름 동안 각종 업무보고를 받은 과정에서 ‘한국어 적응’에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고생했다는 얘기다. 한자(漢字)에 뿌리를 둔 어지간한 어휘는 쉽게 이해하지 못해 일일이 영어 단어로 뜻을 적었을 정도라고 한다.

또 불거진 '인사 검증미흡' 논란

이유야 어쨌든, ‘정치 난맥상’을 포함해 그에게 닥칠 어려움을 충분히 예상하고 이겨내겠다는 결기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크다. 이명박 정부 초기의 ‘광우병 대소동’을 비롯해 미디어법 파동 등 최근 몇 년간 야당의 ‘대여(對與) 투쟁’은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어왔다. 고위 공직자 후보에 대한 혹독한 검증 역시 이미 그 ‘악명’이 널리 알려진 터다. 그가 말했던 대로 ‘모든 것을 버리고 남은 인생을 바치기 위해 돌아왔다’면 이런 여건과 환경을 충분히 검토하고, 극복할 방책과 각오를 다졌어야 하지 않았을까.

김씨의 돌연한 사퇴는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충분한 검증이 부족했던 인사’라는 또 하나의 멍에를 쓰게 했다. 김씨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가 만난(萬難)을 이겨낸 후 IT 벤처신화를 쓰고, 글로벌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경영관리 능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정글과 같은 한국의 정치권과 관료조직을 상대하고 추스르며, 행정능력을 발휘하리라던 박 대통령과 한국 사회의 기대는 김씨의 말마따나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기대를 배신하는 '성공의 함정'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성공을 거둔 사람이라면 유관분야에서도 같은 능력을 발휘할 것 같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더라”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가 육상 100m 한국 최고기록 보유자였던 서말구 씨의 ‘빠른 발’을 믿고 그를 대주자(代走者)로 활용하기 위해 거액에 스카우트했다가 참담하게 실패했던 게 대표적인 예다. 야구의 주루 플레이는 100m 전력 질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투수의 투구 동작을 훔쳐야 하고, 직선 주로를 달리기만 하면 되는 육상과 달리 뛰다가 엎어져야 하고, 때론 옆으로도 달려야 한다.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두 분야의 차이점을 간과했다가 실패했던 사례는 또 있다. 프로농구단 현대는 ‘씨름판의 제왕’이었던 이봉걸 씨의 큰 키와 유연한 허리, 강한 몸싸움에 기대를 갖고 농구선수로 변신시켰다가 3개월 만에 방출했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비슷한 ‘착시(錯視)형 인사’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 참석한 토론회나 세미나에서 ‘브리핑을 잘했다’거나 ‘논리전개가 딱부러졌다’는 케이스로 ‘수첩’에 메모됐던 인사라는 얘기다. 김씨의 불행한 전말(顚末)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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