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세계 랭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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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3-24 16:47   수정 2013-03-24 23:57

흔히 한국인은 순위 매기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하지만 각종 랭킹을 상업적으로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은 아마도 미국인들이 아닐까 싶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더욱 친숙해진 빌보드 차트만 해도 30개가 넘는 분야의 대중음악 랭킹을 정해 매주 공개한다. 미국의 케이블채널들을 보면 말 그대로 오만가지 랭킹을 다 발표한다. 가장 우스운 비디오 순위에서 심지어 가장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동물 순위까지 흥미를 끌 만한 대상이라면 뭐든지 등수를 매긴다. “과연 1위는 뭘까”라는 호기심을 자극해 시청자를 붙잡아두는 데는 그만이기 때문이다.

랭킹을 이용한 마케팅이 가장 돋보이는 분야는 아무래도 스포츠다. 특히 프로 스포츠에서 ‘세계랭킹 1위’는 모든 스포츠맨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된다. 부와 명성의 보증수표다. 세계랭킹은 팬들도 흥분시킨다. 누가 1위인지, 누가 이 자리에 도전하는지를 관전하는 것은 스포츠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자연스레 관련 스포츠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골프 테니스 피겨스케이팅 수영 등 프로스포츠에서 세계랭킹을 정해 발표하는 것도 이런 흥행적 요소 때문이다. 얼마 전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의 세계랭킹에 사람들이 새삼 관심을 갖는 걸 보면 왜 랭킹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현재 세계랭킹 2위인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1위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오늘 새벽 끝나는 PGA투어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할 경우 현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치고 2010년 10월 이후 2년 반 만에 왕좌에 복귀하게 된다. 3라운드까지 2타차 선두인 데다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42개 경기에서 40번이나 우승했으니 1위 등극 가능성은 매우 높다.

미국 골프계는 그 어느 때보다 흥분돼 있다. 타이거 우즈의 부활은 골프 비즈니스의 흥행과 직결된다. 오죽하면 그가 불참한 대회는 아무리 상금이 많아도 2류 대회라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더구나 여자골프에서도 지난주 스테이시 루이스가 대만의 청야니를 2위로 끌어내리고 세계 1위에 올랐다. 모처럼 미국 프로골퍼들이 남녀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할 기회가 온 셈이다.

남자 골프 세계랭킹은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남아공 투어와 아시안 투어에서의 성적을 종합해 매겨진다. 2011년부터는 한국투어 우승도 가점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최경주를 비롯해 한국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선전한 덕이다. 우리로서야 한국 선수들이 남녀 모두 우승을 싹쓸이하면 좋겠지만 모처럼 미국 선수들의 선전도 축하해줄 만하다. 좌판은 미국이 깔아놨는데 맨날 외국 선수들만 우승한다면 그것도 좀 그렇지 않겠나.

김선태 < 논설위원 kst@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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