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비이성적 과열 논쟁'…美 주가 20% 폭락하나

입력 2013-03-31 17:13   수정 2013-04-01 02:53

美 주가 향방 놓고 시각 엇갈려…'부의 효과' 통해 추가 경기회복

한상춘 <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



양적완화 조기 종료, 채권 버블 붕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최근 월가에서 달아오르는 논쟁들이다. 이 중 가장 뜨거운 것은 미국 증시의 앞날에 관해 벌이는 ‘비이성적 과열’ 논쟁이다.

비이성적 과열은 1996년 주가가 거침없이 오를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처음 사용했던 용어다. 이 발언 직후 미국 주가는 20% 폭락했다. 투자손실 규모가 워낙 커 ‘마진 콜(margin call·증거금 부족)’에 시달렸던 미국 금융사들이 기존 투자자산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이듬해 아시아 외환위기를 낳게 한 단초를 제공했다.

현재 미국 증시는 1996년 상황과 비슷하다. 3월 중순까지 10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다우존스지수는 지금도 하루 간격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996년 11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다우지수에 이어 S&P500지수도 사상 최고치 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월가 참여자들은 주가 상승세가 경제 여건에 비해 빠르다는 점을 인정한다. 올 1분기 다우지수 상승폭은 10%에 달한다. 이에 반해 1분기 성장률은 2%대로, 잠재 성장 수준을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돈의 힘에 의해 주가가 올라가는 유동성 장세의 성격이 짙다는 의미다.

마치 때를 만난 듯 마크 파버, 누리엘 루비니 등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들은 앞으로 미국 증시가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작년 8월 월가를 뜨겁게 달궜던 워런 버핏과의 ‘주식 숭배(cult of equity)’ 종료 논쟁에서 수세에 몰렸던 빌 그로스는 올해 안에 미국 주가가 20% 이상 폭락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론을 내놓았다.

작년 8월 논쟁이 워낙 유명했던 만큼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로스는 주식 숭배는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버핏의 생각은 달랐다. 주식을 사두는 게 유망하다며 자신이 운영하는 벅셔해서웨이의 주식 보유 비중을 늘렸다. 지금까지 시장 상황을 보면 버핏이 ‘KO승’을 거둘 정도로 채권과 증시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그런 만큼 비관론보다 낙관론에 힘이 실리는 것이 요즘 월가의 분위기다. 버핏, 짐 오닐 등은 아직도 미국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주식도 계속 사들이고 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IB)도 연말 주가 목표치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논쟁이 뜨거워지자 그린스펀 전 의장도 현 주가 수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현재 통화정책 여건이 1996년 상황과 다르기 때문에 지금 주가 수준이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벤 버냉키 현 Fed 의장도 종전의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할 뜻을 재확인하면서 또 하나의 논쟁인 양적완화 조기 종료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이 지적한 통화정책 여건이 달라진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금리 변경과 같은 통화정책은 부동산 등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물경제 여건만 감안해 금리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반면 버냉키 현 의장은 통화정책을 펼 때 자산시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정책도 그렇게 추진하고 있다.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하나는 실물경제 회복세가 완연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이 부진할 때는 실물경제 여건만 감안해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선회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최근처럼 주가가 높더라도 실물경제 회복세가 미흡할 때는 이를 감안해 부양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두 독트린은 양적완화 조기 종료 논쟁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린스펀 독트린대로 통화정책을 추진한다면 지금 시점에서 양적완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버냉키 독트린대로 한다면 오히려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하고, 3월 Fed 회의에서 이같은 입장이 재확인됐다.

증시 정책과 관련해 중요하다. 많은 월가 참여자들은 현재 주가 수준이 높다고 인정하고 있다. 만약 그린스펀 전 의장이 지금도 Fed 의장을 한다면 현재 주가를 비이성적 과열로 판단하고, 실물경제 여건에 맞추기 위해 양적완화 조기 종료 등을 통한 출구전략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럴 경우 주가는 급락한다.

지금은 버냉키가 Fed 의장을 맡고 있다. 그의 독트린대로 현 주가 수준을 판단해 본다면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설령 비이성적 과열이라 하더라도 전통적인 정책 수단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부의 효과’를 통한 실물경제 회복을 위해 현 통화정책 기조를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

갈수록 각국의 통화정책은 ‘그린스펀 독트린’보다 ‘버냉키 독트린’ 쪽으로 기울고 있다. 자존심이 강한 그린스펀이 현 주가 수준을 비이성적 과열이 아니라고 한 것을 보면 버냉키 독트린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 여건이 변하는 만큼 각국 중앙은행이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런 변신에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

한상춘 <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


▶급등주 자동 검색기 등장...열광하는 개미들
▶[한경 스타워즈] 대회 한 달만에 전체 수익 1억원 돌파! 비결은?


▶ "대마도는 한국땅" 日 뜨끔할 근거 들어보니

▶ 박시후 고소한 A양, 연예인 지망생 이라더니…

▶ MC몽, 안보여서 `자숙`하는줄 알았는데 '깜짝'

▶ 日 재벌 회장 "김연아 '우승' 사실은…"

▶ '짝' 출연 女연예인, 하루에 받는 돈이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