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신경질적인 사회

입력 2013-04-04 17:56   수정 2013-04-05 03:13

층간소음 문제로 칼부림에 소송까지…신경과민 사회, 여유를 좀 찾았으면

이현종 <HS애드 대표크리에이티브디렉터 jjongcd@hsad.co.kr>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층간 소음 문제로 사람들이 치고받고 했다는 얘길 들을 때마다 의아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 경우엔 위층에서 쿵쿵거리며 돌아다니든 뛰어다니든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소음에 둔감하다는 얘긴 아니다. 전에 살던 아파트가 도로 옆이라 차 소리가 심해 몇 년을 투덜대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음악도 소음으로 들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유독 위층에서 내는 소음에는 관대하기 짝이 없다. 아니 관대할 뿐더러 어떨 때는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나와는 반대로 위층 소음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아내에게(아마 귀가 너무 밝아서라고 생각되는데) 넌지시 즐겨보길 권했다가, “미친 거 아니야”라는 핀잔을 들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의자를 끌거나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 머리는 연체동물처럼 흐물흐물 풀어지며 촉수를 세우곤 한다. ‘아저씨가 늦게 들어 왔나?’ ‘애들인데…누가 놀러 왔나…한 명, 두 명, 세 명?’ ‘의자 집어넣는 소리네, 식사를 끝냈나 보군!’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내가 습관적으로 남 엿보길 좋아하거나, 남의 일에 도착적 관심을 갖는 일종의 변태, 뭐 그런 종류의 사람 같은데, 실제로는 그와는 거리가 먼, 오히려 남의 일에 지나치리만큼 무관심한 게 평소 나의 태도다.

어쨌든 층간 소음 때문에 칼부림이 나고 소송사태까지 벌어졌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해가 가는 면도 없진 않지만, 솔직히 아리송할 때가 더 많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소음의 문제라기보다, 예의의 문제에 가깝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 전체가 심한 신경과민증에 걸려 있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다들 빨갛게 독이 올라 있는 것 같다.

가끔 대학에 다니는 아이들이 찾아올 때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무슨 무슨 멘토링 프로그램 같은 것들인데, 사실 막막할 때가 많다. 좋은 얘길 많이 해줘야 하고, 꿈을 갖고 높은 이상에 도전하라는 얘길 해줘야 하는데 내가 그렇게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꿈이 없으면 잘못된 걸까. 꿈이 있으면 좋지만 꿈이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아이들은 마치 꿈이 없으면 루저가 된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리는 것 같다. 마치 취직을 위한 스펙처럼 말이다. 왜 모두들 천재가 되려 할까. 천재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이현종 <HS애드 대표크리에이티브디렉터 jjongcd@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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