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래권력의 상징?…권력 암투의 핵심?…세자를 보면 조선왕조와 정치가 보인다

입력 2013-04-11 17:48   수정 2013-04-11 21:55

조선의 세자로 살아가기 │ 심재우 외 6명 지음 │ 돌베개 │ 360쪽 │ 2만8000원

29명 조선의 세자 중 왕위 오른 이는 7명 뿐
아버지를 경계해야 했던 세자의 비극적 운명…혼례·일상사 등 면밀히 분석



1443년 4월17일 세종은 교지를 내려 “근래에 내가 병이 심하여 정사에 부지런하지 못하니 세자에게 뭇 정무를 맡기겠다”고 말했다. 신하들은 극구 반대했다. 세자가 정사를 담당하는 것은 단순히 병든 아버지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정권이 둘로 나뉘고 조정이 쪼개지는 일이라 봤기 때문이다.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는 상소를 올려 “지존은 둘일 수 없고 정권도 나눌 수 없습니다. 세자가 전하께 자신을 신(臣)이라 일컬으면서 이미 하례를 드렸는데 또 백료들을 신하로 삼아 정사를 담당한다면 정사에 통일된 실마리가 없게 됩니다”고 반대했다.

조선시대 미래권력의 상징이자 현재의 권력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양면성을 가졌던 세자의 위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왕을 대신할 수 있는 큰 권력과, 왕이 되기 전까지는 신하들에게도 견제를 받는 지위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는 존재가 세자였다. 500여년간의 조선 왕조에는 27명의 왕과 29명의 세자가 있었다. 하지만 원칙대로 왕의 적장자가 세자에 오르고 실제 왕위까지 오른 이는 7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세자의 위치는 권력집단의 각종 암투와 능력 논란으로 불안정했다. 그래서 세자는 왕위에 올랐을 때 가져야 할 능력과 함께 현재 가져야 할 조심스러운 행동을 함께 교육받았다.

《조선의 세자로 살아가기》는 세자의 정치적 위치와 교육, 혼례 등의 일상사, 세자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권력 암투 등을 그린다. 세자에 관한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니라 세자를 중심으로 조선 정치의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왕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는 시도다. 1부 ‘탄생, 책봉 그리고 교육’과 2부 ‘세자의 혼례’에서는 태어나서 세자로 책봉받은 후 성균관에 입학하고 혼례를 치르는 과정과 의미를 설명하고, 3부 ‘세자의 대리청정’과 4부 ‘왕이 되지 못한 세자’, 6부 ‘세자와 형제들’ 등에서는 정치적 측면에서의 세자를 담았다.

사실 조선의 세자는 왕조의 시작부터 비통한 운명을 맞은 존재였다. 충효를 원리로 하는 유교국가를 표방하며 문을 열었지만, 태조는 사적 감정에 이끌려 후궁의 서자 방석을 세자로 책봉한다. 이에 조선을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방원(태종)은 제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세자 방석을 죽이고 권력을 장악한다.

태종의 후계 또한 순탄치 않았다. 장자였던 양녕대군이 학문을 게을리하고 여색을 탐해 폐세자가 되고 충녕대군이 훗날 세종이 된 일은 널리 알려져 있다. 형제뿐만 아니라 왕이 세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학질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소현세자는 아들을 정적으로 여긴 인조가 죽였다는 설이 유력하고,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도 아버지에게 목숨을 잃은 경우다.

왕은 정책의 최고결정권자로서 국정의 성패에 대한 사실상의 책임을 졌다. 그렇다면 왕의 정치적·심리적 성향을 이해하려면 세자 시절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왕이 가지는 엄청난 권력을 감안하면 세자를 둘러싸고 아버지와 아들, 형제, 후궁들이 벌이는 권력 암투는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처럼 세자는 조선 연구의 중요한 주제임인데도 지금까지 중요성에 비해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저자들의 진단이다. 세자의 개인적, 권력적 측면의 성격을 꼼꼼히 다룬 이 책이 활발한 연구의 시작이 되기에 충분할 것 같다.

이 책은 돌베개출판사가 2011년 시작한 ‘왕실문화총서’의 마지막 권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과 함께 진행한 이 시리즈는 ‘조선시대 궁중회화’ ‘조선 왕실의 행사’ ‘조선 왕실의 일상’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세 권씩이 책으로 나왔다. 조선시대 최고급 문화의 역사를 상세하게 담아낸 ‘왕실문화총서’는 학술적 의미뿐 아니라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서술로 역사의 대중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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