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하는 증권업계
파생상품 운영서 헤지는 기본…종가에 몰렸다고 기소는 억울
검찰의 항변
ELS 헤지 거래방식은 전문가들도 의견 갈려
주가연계증권(ELS)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됐던 증권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증권사 트레이더 4명 중 가장 먼저 나온 판결이다. 주식워런트증권(ELW)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1심에서 12개 증권사가 완승했다. 현재 진행 중인 2심에서도 아직까지는 증권사들의 승소가 이어지고 있지만 거래량은 반토막 났다. 검찰을 비롯해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주가조작범죄 단속의 효과가 주목된다.
○“인위적 주가조작 단정 어려워”
미래에셋증권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였던 김모씨는 2009년 4월15일 장 마감 직전인 오후 2시52분~2시59분55초 사이에 5차례에 걸쳐 SK에너지 주식 8만7000주에 대해 매도주문을 냈다. 이날은 ELS 매매계약상 6개월마다 돌아오는 중간평가일(2차)이었다. ELS는 중간평가일에 기초자산인 주식이 기준가격의 일정 비율(1차 85%, 2차 80%, 3차 75%) 이상이면 원금과 함께 미리 정한 수익을 돌려주는 파생상품이다. 김씨의 매도주문으로 SK에너지는 중도상환 조건인 9만6000원에 100원 모자란 9만5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검찰은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린 혐의로 김씨를 기소했다. 법원은 그러나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동식 판사는 12일 “피고인은 실시간 헤지(위험회피) 거래의 일환으로 매도주문을 한 것”이라며 “비록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중도상환 조건이 이뤄지지 못했더라도 정상적인 헤지 거래를 벗어난 인위적 주가조작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앞서 ELS에 관한 민사 소송에서도 법원은 “회사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며 줄줄이 증권사의 손을 들어줬다. ELS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의 주식 대량 매도로 손해를 입었다며 신영증권, BNP파리바은행을 상대로 벌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2심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고, 같은 이유로 다른 투자자가 대우증권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했다.
○파생상품 수사 줄줄이 ‘무죄’
ELS에 앞서 ELW(특정 대상물을 사전에 정한 미래의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유가증권) 등 파생상품과 관련해 검찰이 해당 법인이나 임직원을 기소한 사건에선 그동안 대부분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2011년 6월 대대적인 수사를 거쳐 12개 증권사 대표와 임원, 스캘퍼 등 50여명을 기소했다. 하루 최소 100회 이상 초단타로 매매하는 스캘퍼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등 부당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대신증권 현대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대표 등은 올 들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스캘퍼와 일반투자자가 사용하는 회선의 속도 차이 때문에 이들의 이해가 충돌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무리한 기소” “전문가도 의견 갈려”
ELS 판결에 대한 시장과 검찰의 반응은 엇갈렸다. 증권업계는 “결과로 보면 다행스럽다”면서도 금융기법을 범죄 행위로 몰아간 검찰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검찰이 금융상품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평도 나왔다. A증권 헤지 트레이더 이모씨는 “미래에셋증권 ELS의 경우 최종적으로는 투자자들에게 이득이 돌아간 상품”이라며 “위험분산을 위해 적정선의 헤지 물량을 내는 것은 정상적인 운용인데 이를 기소하면 상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무죄가 선고됐다고 검찰의 기소를 무리한 것으로 보는 것은 비약”이라며 “증권 전문가, 교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사안인 만큼 계약의 공정성 등을 더 따져 2심에서 법의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김태호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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