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 "금융지주 자회사 CEO, 은행 출신 독식에 제동 걸겠다"

입력 2013-04-21 17:21   수정 2013-04-22 02:54

취임 한달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지하철 토크'

"산은금융 밑에 정책금융公 두고 IPO 추진
우리금융 민영화는 정권초기인 지금이 적기"
9년 쓴 낡은 가방 들고 주말이면 지하철 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은행 출신이 독식하는 행태에 제동을 걸겠다고 말했다.

22일 취임 한 달을 맞은 신 위원장은 21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그가 인터뷰를 극구 사양한 까닭에 집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정부종합청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탄 뒤 시청역 프레스센터에 있는 금융위에 도착하기까지 지하철에서 함께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만남에 곤혹스러운 눈치였지만 질문에 비교적 구체적으로 답했다.

신 위원장은 차가 없다. 금융위원장이 됐으니 자동차와 운전기사가 배정됐지만 주말엔 기사 도움을 받지 않고 늘 하던 대로 지하철로 출근한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낡은 검정색 가방도 함께였다. 9년째 쓰고 있는 브랜드 없는 가방이다. 바닥이 튿어져서 덧댄 곳이 있었다. “어느 공항에서 산 것인데 이 가방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했고,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도 체결했고, 좋은 일이 많아서 이제 이 가방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징크스까지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금융사 CEO 리스크 줄일 것”

신 위원장은 지난 19일 출범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자회사 CEO의 전문성 강화를 첫손에 꼽았다. 외부 낙하산 대신 내부 출신이 돼야 한다는 뜻이냐고 묻자 그는 “그게 아니고 은행 부행장이 보험사 CEO로 가는 식의 인사는 전문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외부에서 오더라도 보험사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된다면 전문성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EO 평가 등을 주로 하는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사 임원의 70%가 은행 출신이다. 이 중 외부에서 온 교수 등이 경영연구소 등에 배치된 경우를 제외하면 주요 계열사 CEO는 거의 은행 출신이 독점하고 있다. 권점주 신한생명 사장, 김희태 우리아비바생명 사장,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등이 은행 출신으로 계열사 CEO가 된 경우다.

금융지주사 후계 구도와 관련해서도 분명한 후계자 그룹을 밝히는 형태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손을 보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전임자가 그만둘 때까지 후임자가 누군지 오리무중이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신한금융지주가 그룹 경영회의에 참가하는 계열사 CEO로 후계자를 제한한 데 대해서는 “자기들끼리만 하겠다고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딱 잘랐다. 외부에서 훌륭한 사람이 올 수 있도록 열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산은 밑에 정책금융공 둘 듯

정책금융기관 재편 구상도 일부 밝혔다. 그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통합 문제에 대해 “아버지(정책금융공사)와 아들(산은금융지주)을 바꿀 수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고 난 뒤에 IPO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지금은 정부가 정책금융공사를 100% 자회사로 두고 공사가 산은금융지주 지분을 90.26%, 기획재정부가 9.74% 각각 갖고 있다. 이를 뒤집어 정책금융공사를 산은금융지주 밑에 둔 뒤 일부 IPO를 한다는 것이다. 정책금융공사를 지주로 두고 그 밑에 산업은행을 넣는 것은 어떠냐고 묻자 “그러면 (100% 정부 소유인) 정책금융공사를 IPO해야 하는데…”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미 구상이 거의 끝난 눈치였다.

신 위원장은 평소 벤처캐피털 등 모험자본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정책금융기관이 무한책임사원(GP)으로, 민간자본이 유한책임사원(LP)으로 참여하는 펀드를 만들어 민간 자본이 적극적으로 창업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중소기업청 했다.

◆글로벌금융 모델로 맥쿼리 제시

신 위원장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모델로 호주의 맥쿼리를 제시했다. “국내 금융사들이 뉴욕 월스트리트나 런던 시티의 금융사들과 경쟁하려 하면 어렵다”며 “맥쿼리는 월스트리트 등에 진출하지 않고 한국 등 아시아를 공략해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는 성과를 냈는데, 이를 참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 LG 등 제조업체처럼 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월스트리트’에 빗대 국내에 ‘이머징스트리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표현했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에 대해서는 일괄 매각 후 분리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KB금융과 우리금융 합병을 추진했다 실패한 데 대해 “유효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고 KB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평했다.

또 “정권 말기에 추진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며 “지금(정권 초기)이 제일 좋은 여건”이라고 했다. 다시 KB와 우리를 합병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모든 대안을 열어놓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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