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해외 프로젝트 선별수주…대림산업 '실속경영' 통했다

입력 2013-04-25 15:35  

Cover Story - 대림산업

건설업계'구원투수'로
저가수주 아닌 수익성 사업 집중…초기입찰부터 수십단계 검증 거쳐
1분기 영업익 1239억 … 31% 늘어

올해 신규수주 13조 목표
상품 다변화 등 해외비중 확대…발전플랜트·토목·건축분야도 강화



“어닝쇼크로 급락하던 건설주를 구해냈다.”

대림산업이 지난 17일 실적을 공시한 뒤 나온 증권가의 평가다. 해외 공사 저가 수주의 여파로 대형 건설회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내자 건설주가 동반 폭락하던 때였다. ‘해외발(發)’ 악재로 인해 건설산업 전반에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에 대림산업이 견고한 실적을 내놓아 주식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대림산업은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 기준으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7% 증가한 2조5160억원, 영업이익은 30.9% 늘어난 123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저가 입찰경쟁이 치열했던 중동의 석유화학 플랜트 대신 수익성이 양호한 동남아시아 발전플랜트 시장에 공을 들인 결과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원칙 아래 내실 경영을 펼쳐온 대림산업을 건설업계가 ‘구원투수’라고 부르는 이유다.

○재계 순위 20위인 대림그룹의 모회사

대림산업은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순위 20위인 대림그룹의 모회사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림그룹의 총자산은 17조6800억원이고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4조원, 8800억원이다. 물류 및 무역업체인 대림코퍼레이션은 가스선 운항 기준으로 아시아 3위이고, 대림자동차는 국내 이륜차(오토바이) 시장 점유율 1위(53%)다. 건설회사인 고려개발삼호를 비롯해 총 19개의 관계사를 거느리고 있다.

국내 최고(最古) 건설사 중 하나인 대림산업은 1939년 10월 인천 부평역 앞에서 ‘부림상회’라는 간판을 걸고 건설 자재 판매회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1947년 대림산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건설업에 진출했다. 경인·경부·호남고속도로는 물론 세종문화회관, 국회의사당,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독립기념관, 광화문광장 등 국내 대표 건축물이 대림산업의 손길을 거쳤다.

건설업계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한국형 특수교량 기술을 국산화하는 등 건설 혁신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건설과 석유화학이 성장축

대림산업은 토목, 건축, 플랜트 등의 설계·시공·시험 운영을 담당하는 건설사업부와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석유화학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건설과 석유화학이 회사를 지탱하는 두 축이다. 대림산업은 1962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제도가 생긴 이래 52년 연속 10대 건설사의 위상을 지켜오고 있다. 작년 시공능력평가에선 6위를 차지했다.

1979년에 출범한 석유화학사업부는 아시아 4위의 에틸렌 생산 설비를 구축한 데 이어 전기절연재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폴리부텐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 2위(21%)를 기록하고 있다.

1999년 부가가치가 높은 화학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여천NCC·폴리미래·케이알코폴리머 등과 전략적 제휴 관계도 맺었다. 지난해 석유화학사업부 매출은 전체 매출(10조2533억원)의 12.7%인 1조3041억원을 기록했다.

대림산업은 2000년 1월 ‘e편한세상’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국내 주택업체 중 처음 도입했다. 이때부터 국내 주택시장에서 비로소 아파트 브랜드 시대가 열렸다. ‘e편한세상’은 외형적인 화려함보다는 주택의 본질적 가치인 ‘편안한 주거생활’을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2000년 2월 경기 용인시 보정동에서 최초의 ‘e편한세상’ 브랜드인 ‘e편한세상 용인 보정’(233가구)을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1만가구 안팎의 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다. ‘e편한세상 용산’(867가구·서울 신계동), ‘e편한세상 광교’(1970가구·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e편한세상 원당’(1476가구·경기 고양시 성사동) 등 대부분의 아파트가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대림산업 역사는 해외건설 개척사’

대림산업의 해외 진출은 국내 건설사의 해외시장 개척사를 대변한다. 1966년 1월28일 미국 해군시설처에서 발주한 베트남 라치기아 항만공사를 87만7000달러에 수주했다. 같은 해 2월 초 공사 착수금 4만5000달러를 한국은행에 송금, ‘해외 건설 외화 획득 1호’ 기록을 세웠다.

1973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점을 설치하고 아람코가 발주한 정유공장 보일러 설치공사를 16만달러에 수주함으로써 ‘해외 플랜트 수출 1호’ 기록도 수립했다. 1975년 9월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유공장 건설공사 수주로 ‘아프리카 진출 1호’ 기록도 작성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쿠웨이트 중국 인도 태국 필리핀을 포함한 26개국에서 댐 도로 항만 공공주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대림산업은 중동 최대 발주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 플랜트 분야에서 ‘강자’로 평가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공정관리와 공사 자격요건을 요구하는 발주처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억1000만달러 규모의 합성고무 플랜트를 수주, 국내 건설업체 중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처음으로 누적 수주액 150억달러를 돌파했다.

대림산업은 해외사업에서 적정이익이 예상되는 프로젝트를 선별 수주, 선제적으로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외형을 확장하기보다는 내실을 중시하는 게 해외사업의 철칙이다. 초기 입찰 단계에서부터 지역과 공사종류(공종), 원가 등 여러 가지 항목에 대해 내부적으로 수십 단계의 검증 과정을 거친다. 사업성 심의 과정에서 적정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절대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 1945년 해방 이후 숱한 건설사들이 사라졌지만 대림산업이 변함없이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이유다.

○국내외에서 13조원 수주 목표

대림산업은 플랜트·토목·건축의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어 경기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 올해 신규 수주(IFRS 연결 기준) 목표는 국내 4조3000억원, 해외 8조7000억원(플랜트 7조6000억원·토목 1조1000억원) 등 총 13조원으로 잡았다.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조9230억원, 5834억원이다.

대림산업은 국내 건설시장이 성장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에 진출 지역 및 상품 다변화를 통해 해외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국가 및 프로젝트별 해외 영업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사업본부 간 협업을 강화하고 입찰 및 집행 프로세스를 개선, 해외 영업력을 더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초 기존 플랜트·토목·건축사업본부의 해외 영업 인력을 통합한 해외영업실을 신설했다.

플랜트 사업의 경우 기존의 정유 및 가스 플랜트와 함께 발전플랜트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미미했던 토목과 건축 분야에서도 해외사업 비중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토목 분야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해상특수교량, 해상풍력, 물·환경 사업에서 수주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에너지 제로 주택’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건축 분야에서도 해외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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