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옥 "방송보다 음반…진짜 가수가 롱런하는 이유죠"

8년만에 정통트로트 신곡

"트로트는 김치·된장같은 노래, 이미자 잇는 정통트로트로 갈것"


“방송가 음악 PD들이 대중 인기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더군요. 정통 트로트가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였어요. 저는 이미자 선배를 잇는 계승자로서 정통 트로트를 고수할 거예요.”

트로트가수 문희옥 씨(44·사진)가 8년 만에 새 앨범 ‘반달손톱’을 선보이며 돌아왔다. “타이틀곡 ‘반달손톱’은 삶의 희망을 담은 시구가 아름다워 클래식한 트로트 곡을 입혔어요. 다른 곡 ‘이봐요’는 사랑의 아픔을 제 장기인 음을 많이 굴리는 기술로 불렀고요. ‘반달손톱’이 내가 죽어야 되는 노래라면, ‘이봐요’는 내가 살아야 되는 노래예요.”

‘그 사람 집은 태백이라네’에는 자신의 고향인 태백을 담았다고 했다. 예전에는 지역을 넣는 게 유치하다고 여겨졌지만 이번에 좋은 가사가 나와 곡을 붙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트로트는 한국인만이 알 수 있는 된장 간장 김치 맛과 같은 노래예요. 단조로운 리듬에 여백이 있어요. 정적이면서 한이 담겨 있고요. 정형화한 틀 안에서 표현하니까 아름답고 기품도 있지요.”

2005년 11집 후 8년 만에 신곡을 낸 사연도 들려줬다. 빠른 템포와 비주얼을 강조한 댄스 트로트에 밀려 자신의 음악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2005년께 정통 트로트곡을 발표했을 때 후배들이 댄스 트로트를 들고 나왔어요. 저의 느린 곡으로는 이 시장과 안 맞는다 싶어 물러섰지요. 8년간 개구리처럼 움츠려 있었어요.”

그러나 트로트를 부르고 즐기는 연령대가 낮아진 것은 수확이라고 했다. “댄스 트로트를 부른 장윤정 덕분에 10대도 트로트를 부르고 있어요. 하지만 댄스 트로트는 저속화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정통 트로트를 계승하면서 댄스 트로트와의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문씨는 은광여고 시절인 1987년 전라 경상 함경 등 지방 사투리 창작곡들을 담은 ‘팔도 디스코 사투리 메들리’를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이 앨범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360만장이나 팔렸다.

“19세 여고생이 구성지게 노래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했죠. 한국인들은 메들리를 좋아해요. 흥이 끊어지지 않으니까요. 메들리는 정말 실력을 필요로 해요. 짧은 시간에 많은 노래를 흥이 깨지지 않도록 장점을 살려야 하니까요.” 그는 “음반 판매가 많은 가수는 방송에만 의존하는 가수보다 롱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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