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금융은 왜 규제산업인가?

입력 2013-05-22 17:22  

(38) 금융은 왜 규제산업인가?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라 불릴 정도로 규제를 많이 받는다. 오늘은 금융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강한 규제를 받는 원인에 대해 은행을 중심으로 짚어보자.

은행 규제의 근거는 은행이 빚이 많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재무상태는 크게 자산 부채 자본으로 파악되는데, 자산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이고 자산 중 외부에서 조달된 부채(빚)를 제외한 나머지 몫이 자본(자기 돈)이다. 은행 재무상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기 자본에 비해 부채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은행의 본래 업무가 예금을 받아 대출로 빌려주는 것인데, 은행 입장에서 예금은 고객들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고 대출은 은행이 대출자들에게 받을 자산이므로 부채와 자산 규모가 비슷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은행의 경우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매우 작고, 결과적으로 부채비율, 즉 부채/자본의 비율은 높게 된다. 예컨대 2012년 말 KB금융지주의 부채비율은 약 1042%였다. 부채가 자본의 10배가 넘는 것이다. 같은 시점에 삼성전자 부채비율 49%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부채비율이 100%가 넘으면 자본을 다 동원해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은행의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만으로 규제 근거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 규제가 정당화되는 한 가지 이유는 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자들이 자신의 돈이 얼마나 잘 관리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래 양방이 가진 정보의 양에 차이가 있을 때를 정보비대칭 상황이라 부른다.

또 다른 이유는 시스템위험의 존재다. 시스템위험은 한 은행의 부도가 금융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킬 위험이다. 시스템위험은 은행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예컨대 은행들 간에는 매일 막대한 규모의 자금 이동이 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수많은 송금건들을 매일 영업이 끝난 뒤에 정산하여 서로 차액만 주고받는다. 만약 어느 하루라도 한 은행이 부도 상황에 처하면 모든 은행들이 잠재적으로 돈을 떼일 위험이 있어 전체 예금자들은 불안해진다. 이런 불안감으로 모든 은행들에 한꺼번에 예금인출 요구(뱅크런)가 몰리면 은행들은 현금을 조금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금이 달려 덩달아 부도가 날 수 있는 것이다.

은행 규제는 정보비대칭과 시스템위험에 대한 불안을 감소시켜 ‘돈이 돌도록(金融)’ 해준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스템위험이 현실화된 것이어서 최근의 금융규제 강화는 시스템위험 방지에 초점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비판도 있고 규제 강화가 지나치면 금융산업이 옴짝달싹 못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부디 지혜를 모아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으면 좋겠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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