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한국화 거장' 3人3色

입력 2013-05-29 17:06   수정 2013-05-30 04:46

“요즘 한국화를 거론할 때마다 한국화는 명칭만 있고 그에 합당한 실체는 없다고들 합니다. 5000년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우리만의 회화 양식이 없겠어요. 워낙 서양화가 득세하다 보니 우리 것에 대한 인식이 무뎌진 것이겠죠. 우리 고유의 회화 양식과 예술 철학에 대한 새로운 연구와 통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5만원권 지폐의 신사임당과 5000원권의 율곡 이이 초상화를 그린 원로화가 일랑 이종상 화백(75)은 29일 한국화의 현대적 계승과 발전에 관한 소신을 이같이 밝혔다. 미술영재아카데미 교장을 맡고 있는 이 화백은 서울 인사동 세종화랑에서 내달 11일까지 ‘서세옥·민경갑·이종상’ 전시회를 연다.

산정 서세옥 화백(84)은 1970년대 이후 현대적인 한인화풍을 개척했다. 유산 민경갑 화백(80)은 현대적인 한국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모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후학 양성에 힘쓴 이들의 작품은 한국화를 빛낸 화사(畵師)다운 운치를 더해준다. 이번 전시회에는 전통화풍을 기반으로 한국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 30여점이 걸렸다.

40년 가까이 독도문화심기운동을 펼친 이 화백은 화력 50년의 탄탄한 기량과 다양한 실험정신을 녹여낸 그림 10점을 내보인다. 100호 크기의 ‘여민락’은 한국화에 대한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먹물을 번져나게 하는 발묵의 맛과 한지의 질감을 살렸다.

이 화백은 서구 미술 사조와 양식이 물밀듯 밀려오던 시기에 이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 화풍을 지킨 선구자로 꼽힌다. 1997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지하공간인 카루젤 샤를르 5세홀 성벽 뒤에 70m짜리 장지벽화 작품을 전시했다. 최근에는 장지에 일획으로 내려그은 극단적인 추상미의 ‘원형상’ 작업과 독도 그림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한국미술 속 고구려 원형 같은 생명체를 오늘의 한국화 조형의식 속에서 재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 1만권의 책을 읽고 무수한 고사(古事)의 은유를 즐기는 서 화백의 작품도 10여점 나왔다. 20세 때 국전에서 ‘꽃장수’로 국무총리상을 받으며 등단한 산정은 1955년 26세 때 서울대 교수로 부임해 주목받았다.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을 이끈 선구적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1970년대에는 단순한 구성으로 자연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작품 ‘독서(촌음시경)’은 염소 다섯 마리 곁에서 책을 읽는 목동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멀리서 보면 수채화 같지만 자세히 보면 문인화풍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1960년대 한국화로는 처음으로 국전에 추상작품을 출품해 최연소 추천작가로 데뷔한 민 화백의 꽃과 산 그림 10점도 걸렸다. 한국화이면서 서양화 같은 그의 꽃 그림은 빨강 노랑 초록의 원색을 통해 색다른 화려함을 선사한다. 중국의 수묵화풍과 다른 한국화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그는 화업 50년 동안 산과 꽃을 그리며 전통 수묵화의 고정관념을 깼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정준 세종화랑 대표는 “한국화 대가들의 예술 세계와 작품 활동을 이해할 수 있는 수작을 모았다”며 “바람 불고 천둥소리 일어나는 듯 번뜩인 영감으로 가득한 한국회화의 맛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2)722-221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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