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부른 '빅 브러더 시대'…국가 안보 vs 사생활 침해

입력 2013-06-14 17:11   수정 2013-06-15 04:32

글로벌 이슈 따라잡기 - 美 국가안보국 정보수집 파문 확산

정보추적 프로그램 '프리즘' 이용…SNS·이메일·채팅정보까지 수집
구글·페이스북·스카이프 등 서버접속 허용 의혹 부인…저커버그 "법 어긴일 없다"
폭로자 에드워드 스노든, 배신자와 영웅 극단적 평가




“민간 정보망에 대해 도청이나 감시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위선을 드러내고 싶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통화내역과 인터넷 사용내용 등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한 전직 미국 정보기관 요원의 증언이 지구촌에 연일 파문을 던지고 있다. 전직 중앙정보국(CI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13일(현지시간) 홍콩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언론 자유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에 가고 싶다”며 미국 정부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노든은 스스로를 반역자나 영웅이 아닌 미국인일 뿐이라고 강변하지만, 그의 행동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엇갈린다. 시민단체들은 그를 처벌해선 안 된다고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미 당국은 국가 기밀을 유출한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개인 사생활,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여기에 NSA가 정보 수집을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까지 동원한 데다 중국 이란 파키스탄 등을 해킹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사태는 한층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페이스북, 이메일도 뒤져 정보 수집

사건은 영국의 언론 보도로 시작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6일 “미국 NSA와 연방수사국(FBI)이 버라이즌, AT&T, T모바일USA, 스프린트 등 통신회사와 구글, 페이스북, 스카이프, 애플, 야후 등 9개 정보기술(IT) 기업의 서버에 접속했으며 인터넷 검색을 비롯해 파일전송 기록, 오디오, 동영상, 사진, 이메일, 채팅 정보까지 수집했다”고 폭로했다.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NSA는 ‘프리즘’이란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프리즘은 인터넷과 통신회사의 중앙서버에 접속해 사용자 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2007년 만들어졌다.

미국 정부는 정보 수집 사실을 인정했지만 이는 테러 방지 등을 위해서만 쓰였다고 강조했다. NSA를 포함해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미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은 “국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며 “미국 시민권자나 미국인,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은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개인을 무리하게 감시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프리즘은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이 매일 받는 일일 브리핑에 프리즘 관련 자료가 언급된 것만 1477번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브리핑 일곱 번 중 한 번은 프리즘 관련 정보 보고였던 셈이다.

○사생활 노출하는 빅데이터 시대

빅데이터 시대에 개인정보 수집은 불가피하다. 정보가 힘, 돈인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의 핵심은 다양한 정보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분석틀이다. 광범한 정보를 수집한 뒤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취향에 맞는 광고를 보여주고 개인별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빅데이터 분석기술 덕분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나 동영상으로 범죄자를 체포하는 증거로 사용하기도 한다.

맞춤형 콘텐츠는 기업에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지만 고객들도 쉽게 필요한 정보만 얻을 수 있어 편리하다. 온라인상에서 고객 정보를 모아 판매하는 기업도 있다. 업체들은 전문 정보판매사에서 구매한 정보와 기존 정보를 혼합, 사용자가 어떤 종류의 신용카드가 필요한지, 어떤 상품을 추천하면 구매할지, 심지어 그들이 언제쯤 죽을지도 계산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 부문은 광범한 고객 프로필을 모으는 데 열중하고 있다”며 “고객정보산업은 이미 수백억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규제할 필요성이 함께 제기됐다. 구글은 지난 3월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안되지 않은 와이파이 망으로부터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수집했다는 혐의로 700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추적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보를 수집할 수 없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법안을 도입하기도 했다.

공범으로 몰린 기업들은 정보 제공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주주총회에서 “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했다”며 “NSA 등이 페이스북 서버에 직접 접속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가져가도록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국가 안보 vs 사생활 보호’ 논란 가속

문제는 정부가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클래퍼 국장은 “프리즘이 법률에 따라 비밀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에서 감시받으며 합법적으로 운영됐다”며 “안보에도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정부의 전화통화 기록 수집은 테러 공격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개인 사생활에 대한 침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찬성 여론도 높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인의 62%가 테러리즘을 막는 것이 개인의 사생활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개인의 동의 없이 수집된 정보가 남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뉴욕시민자유연맹(NYCLU)은 NSA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NSA의 통화기록 수집이 수정헌법 1조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4조에서 보장하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는 점에서다. 론 폴 공화당 하원의원은 “정부 감시체계가 개인의 사생활까지 침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명 인사들의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감독인 저드 아패토우는 트위터에 “이건 뭐냐, 북한이냐”라면서 “미국 국민의 사생활과 시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오바마 정부는 모든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한동안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스노든은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가 중국 컴퓨터를 해킹했다고 밝히는 등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미국 정부는 프리즘을 유지하는 등 정보 수집을 계속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가 정보수집 프로그램을 폐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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