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과 날줄] 외면받는 국사, 멀어지는 애국

입력 2013-06-21 17:45   수정 2013-06-21 22:09

교실에서 점점 멀어지는 한국사…국가유공자 예우에 소홀한 세태
이래서야 애국을 말할 수 있겠나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



입시전문업체인 진학사가 서울신문사와 함께 전국 고등학생 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년 청소년 역사인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349명(69%)이 한국전쟁을 ‘북침(北侵)’이라고 답했다. 수능시험 사회탐구에서 국사를 택하겠다는 학생은 169명(33%)이고 다른 과목을 택하겠다는 학생이 337명이라고 한다. 한국사를 잘 모르거나 잘못 아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장·단기 외국 체류와 어학연수로 국어 실력이 떨어지는 청소년과 대학생이 급증하는 것도 걱정스러운 일인데 국어에 서툴고 국사를 모르는 젊은이가 장차 이 나라의 동량이 될 수 있을까.

반면 일본의 역사왜곡은 점입가경이다. 집권 자민당에서는 교과서에 실릴 내용을 국가가 제시하겠다며 ‘교과서법’을 만들기로 했다. 이 법은 역사교과서에 기술할 인물, 다룰 사건 등을 정부가 사전에 정하는 것인데 특히 침략전쟁 피해 국가를 배려하는 ‘근린제국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확정된 견해가 없는 역사적 사건은 기술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정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치부는 가려지고 진실은 은폐될 것이다. 특히 올해 검정을 통과한 일본 교과서 전체 21종 중 15종에 독도와 관련된 내용이 등장하는데, 이들 교과서는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독도 문제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나 국제사법재판소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관순 열사의 새 표준 영정이 확정됐다. 이화학당 재학 시 찍은 단체사진에 엄연히 들어 있고, 감옥에 있을 때 일제가 찍은 사진은 얼굴이 제대로 나온 것인데 유관순의 영정이 본 모습과 많이 다르게 돼 있었다니 새삼 놀랐다. 게다가 그 영정을 그린 이의 친일 행적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니 차제에 잘된 일이다. 그런데 ‘열사’나 ‘의사’ 같은 존칭을 붙여 부를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만주 벌판에서 죽어간 독립운동가는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7509명의 사망자를 낳은 3·1만세운동의 실패 후 독립운동은 주로 북만주와 연해주, 중국 내륙에서 행해졌다. 국내에서는 탄압이 너무 가혹해 애국지사들이 그 어떤 활동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은 중국에 가서 용정촌이나 명동촌을 건설해 독립의 터전을 닦았다. 하지만 일본은 만주국을 세워 만주에서의 항일운동을 강력하게 탄압했고, 독립군과 애국지사의 활동은 간난고초와 형극의 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참전했던 나라를 샅샅이 뒤져서 군인의 유해를 수습한다. 그 일을 그들은 10년, 20년, 50년이 걸려도 계속했고, 100년이 걸려도 계속할 것이다. 대한민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은 물론 북한에까지 들어가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는 이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전쟁 당시, 또 전쟁 전후로 북한에서 활동한 특수부대원과 분단 이후 북파돼 활동한 군번 없는 용사들에게 어떤 대우를 해주었는가. 애국자가 애국자로 대접받지 못한다면 우리는 후손에게 ‘애국애족’을 가르칠 수 없다.

요즈음 학생들이 유관순이 만 16세 때, 윤봉길이 25세 때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 어린 나이에 유관순은 고향 충남 병천면에서 3·1운동을 주동했고, 재판정에서 자신의 투쟁이 정당함을 역설하다가 의자를 집어던져 법정모욕죄까지 가산됐다. 의병을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일본 대마도로 끌려간 최익현이 있다. 일본 땅에서 나는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단식하다 돌아가신 그의 최후도 우리를 감동케 한다.

최근에 중학생 대상으로 500장 분량의 ‘청소년을 위한 최익현 평전’을 썼다. 몇몇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더니 최익현은 드라마적 요소가 없는 인물이며 영웅도 아니라고 퇴짜를 맞았다. 위인전 형식을 벗어나 격변의 구한말 상황을 다룬 역사책으로 썼는데 그래서 더더욱 안 팔릴 거라고 한다. 병인양요, 신미양요, 강화도조약, 임오군란, 갑신정변, 갑오개혁, 을미사변, 아관파천, 을사늑약…. 열심히 공부한 것에 만족했다.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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