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영구채 활성화가 필요하다

입력 2013-06-25 17:37   수정 2013-06-25 21:12

만기 없는 이자지급식 금융상품…기업에게는 자본과 마찬가지
정부가 나서 그 순기능 살려야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금융시장에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주는 장기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항상 있다. 연기금이 대표적인 수요자이다. 연금은 매월 일정 금액의 연금을 장기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국채와 같이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는 장기 상품을 필요로 한다. 비단 연기금과 같은 기관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개인들도 이와 같은 수요 세력에 가세하고 있다. 베이비 부머 은퇴와 수명 연장이 겹치면서 노후 생활을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은퇴자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돼 이들이 자금을 굴릴 마땅한 상품이 없다는 점이다. 자금은 넘쳐나는데 안정적으로 적정 금리를 주는 상품은 씨가 말랐다. 예금자들은 조금의 금리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불과 0.5%포인트의 우대금리 조건에 저축은행 후순위채에 현혹됐던 경험이 바로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반면 안정적인 장기자금을 원하는 산업도 있다. 자본적 제약(制約) 산업이라고 부르는 산업들이다. 전체 소요자본 중 고정자산에 투하하는 비중이 높은 산업이며, 다른 말로는 장치산업이라고도 한다. 유화, 플랜트, 철강, 항공, 해운 등의 산업이 여기에 속한다. 특히 항공이나 해운산업은 그 성격상 자본적 제약을 가장 많이 받는다.

해운업을 예로 들어 보자. 해운업에선 한국전력과 같은 발주처에서 배의 수명연한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화력발전용 석탄을 실어 나르는 계약을 맺고 선박을 건조한다. 물론 한전은 선박 건조 비용과 제반 운송비용 그리고 금융비용이 모두 포함된 금액을 운임으로 지급한다. 문제는 대규모 선박건조 투자는 초기에 발생하는데, 투자원리금 회수는 25~30년에 걸쳐서 조금씩 일어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누군가 대규모의 자금을 장기로 빌려주기만 하면 한전과 같은 최고 신용등급의 회사와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거기에서 나오는 운임으로 선박건조 투자 원리금을 25~30년에 걸쳐서 갚아나갈 수 있게 된다.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공급은 노후용 자금이고 수요는 해운, 항공과 같은 자본적 제약산업이다. 하지만 그 둘 간에 거래는 발생하지 못 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금융상품이 없어서다. 주식만큼 안전하면서 회사채만큼 안정적으로 다달이 이자를 지급해주는 30년 만기의 장기 금융상품이 필요한 것인데….

금융산업은 가장 효율성이 높고 또 그만큼 진화가 빠른 산업이다. 수요와 공급 사이에 작은 빈틈만 보여도 비집고 들어가서 수익의 기회를 창출한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 그 둘 사이의 벌어진 간극을 연결하는 새로운 상품을 창조해 내기도 한다. 신종자본증권, 다른 말로 영구채라는 상품도 그런 것 중의 하나다. 영구채는 주식처럼 만기가 없으면서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는 장기 금융상품이다. 기업에는 자본으로서의 성격을 가져 재무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에게는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꼬박꼬박 지급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영구채는 은행권에서 먼저 도입돼 사용하던 것으로, 산업계에서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높은 활용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제 활용도는 낮은 상태다. 포스코나 두산인프라코어 등 몇 개 기업에서 제한적으로 발행이 이뤄진 상태다. 그 이유는 아직 시장이 조성되지 못해서다. 국제회계기준은 자본으로 해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신용평가사들은 포스코 영구채에 대해서 절반만 자본으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충분한 수요가 있음에도 금융회사들은 영구채 투자를 꺼린다.

영구채는 본래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정부가 나서야 한다. 국제회계기준이 제대로 적용되도록 감독하고, 경기에 따른 어려움으로 투자를 주저하는 금융회사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산업도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노후용 자금도 입맛에 맞는 투자처를 찾도록 정부가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그런 것이 바로 창조금융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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