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년전 '족쇄' 풀린 장기CP 발행…200쪽 신고서 때문에 '씨가 마르네'

입력 2013-07-22 17:21   수정 2013-07-22 23:50

2009년 '1년 이내' 제한 풀리니 3년간 발행 1400% 급증
5월 신고서 의무화 규제에 장기CP 발행 단 1곳뿐



마켓인사이트 7월22일 오전 5시30분

“어떻게 기업 자금조달 수단이 이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수가 있죠?”

한 증권사 채권자본시장(DCM) 담당 임원은 22일 이렇게 말했다. 작년 봄부터 올봄까지 약 1년 동안 발행이 급증했던 장기 기업어음(CP)과 사모 회사채 발행 시장이 최근 두 달 넘게 발행 중단 상황으로 돌변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기업들은 한동안 장기 CP와 사모사채 발행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5월6일 감독당국이 간단한 조치 하나를 내놓자 장기 CP와 사모사채 열풍은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춰버렸다. 장기 CP를 발행할 때 200장짜리 신고서를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기 CP 3년 새 1400% 성장하더니

장기 CP 열풍은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에서 비롯됐다. 기업 편의를 돕는다는 취지에서 1년 이내로 제한했던 CP 만기의 ‘족쇄’를 풀어줬기 때문이다. 이 조치가 엉뚱하게 차익거래 목적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남발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09년 3조1000억원에 불과했던 장기 CP 발행 총액은 이듬해 7조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엔 44조5000억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장기 CP 발행금액의 대부분(77%)은 증권사들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찍어낸 ABCP였다. 주로 장단기 금리 차익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CP가 공모회사채와 달리 신고 의무가 없어 금융당국의 감시나 공시절차 없이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대기업들의 장기 CP와 사모사채는 이런 ABCP 공장의 ‘원자재’로 활용됐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장기 CP나 사모사채,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을 장·단기 ABCP로 구조화한 뒤 쪼개 팔면서 장단기 금리 마진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장기 CP의 ‘블랙홀’ 특정금전신탁

증권사들은 장기 CP나 ABCP를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는 창구 역할로 특정금전신탁을 적극 활용했다. 특정금전신탁은 본래 고객의 지시대로 돈을 운용해야 하지만, 신탁회사가 일정한 재량을 갖는 경우도 많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말 70조원이었던 증권사 특정금전신탁 수탁액은 1년 만인 2012년 말 103조원으로 50% 가까이 성장했다. 우정사업본부와 각종 연기금 등이 한 푼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아 특정금전신탁에 몰린 결과다. 특정금전신탁 자산 중 CP 비중은 약 3분의 1로 가장 크다.

특정금전신탁의 성장세는 지난해 채권금리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더욱 가팔라졌다. 이와 맞물려 장기 CP와 사모사채는 동날 지경이었다.

○증권신고서 제출 요구로 ‘급제동’

보다 못한 금융당국은 올 5월6일부터 만기 365일 이상 CP 발행시 200장 안팎에 달하는 증권신고서를 내도록 지시했다.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간단한 조치였지만 효과는 컸다. 규제 시행 두 달이 넘은 22일 현재까지 신고서를 내고 장기 CP를 발행한 곳은 CJ대한통운(발행액 2000억원) 한 곳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작성에 노력도 많이 들지만 철저한 심사 절차를 밟아야 하고, 부실 공시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궁극적으로 기업들이 1년 이상 만기로 자금을 조달할 때는 공모회사채, 반대의 경우엔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권유해 CP 시장을 대체해 나갈 계획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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