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떠나 텅 빈 도심…"연금 대신 일거리 달라"

입력 2013-08-01 17:12   수정 2013-08-02 02:55

글로벌 리포트 - 파산의 교훈…디트로이트를 가다

낡은 주택가 잡초만 무성…과도한 복지 '도시의 재앙'



“파산요? 우리와는 상관 없는 얘기예요.”

시(市)정부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 약 2주가 지난 지난달 31일 낮(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다운타운. 건물도 거리도 텅 비어있는 모습이 흡사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했다. 주민들의 반응을 듣기 위해 30여분을 걷다 처음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직장인 두 명을 만났다. 인근 건축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시의 파산 신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여기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는 짤막한 답이 돌아왔다. ‘중산층은 모두 교외로 빠져나갔다’는 말이 실감났다. 그들은 “디트로이트에 본사만 있을 뿐이지 고객사는 없다”며 더 이상의 대답을 피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본산’ ‘전 세계 제조업의 메카’ ‘미국 중서부를 대표하는 중심 도시’. 20세기 중반까지 미국에서 가장 화려한 수식어의 주인공이었던 디트로이트는 시민들로부터 완전히 버림받은 모습이었다.

미국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도시. 구급차의 70%가 운행하지 않아 가난한 사람들은 아프면 목숨을 잃는 도시…. 지난달 18일 185억달러의 빚을 진 채 연방 파산법(챕터9)에 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한 디트로이트가 새로 얻은 수식어들이다.

디트로이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파산법 전문가인 존 포토 미시간대 법대 교수는 “디트로이트 문제는 시의 규모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정점을 찍었던 1950년대 180만명에 달했던 인구는 70만명까지 줄었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본 등 해외 자동차 회사들의 성장, 강성노조에 떠밀린 과도한 복지 영향으로 기업들과 중산층은 시를 떠났다. 남겨진 건물과 주택은 범죄의 온상이 됐다. 시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빚을 내 충당하려다 결국 막대한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을 선언했다. 파산 신청으로 경찰관, 소방관 등 연금을 받는 은퇴 공무원들은 삶이 막막해졌다.

디트로이트 인근 톨레도의 오웬스코닝에서 근무하는 데니스 김(29)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연금이 아닌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으로는 차라리 이번 파산 신청이 디트로이트가 회생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미국의 자동차 경기가 회복되면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빅3가 고용을 늘리기 시작했다. 값싼 창업 비용과 숙련된 인력을 따라 디트로이트에서 새 사업을 시작하는 젊은이도 많다. 올가 스텔라 디트로이트 경제성장공사 부사장은 “과거 디트로이트 산업 구조는 자동차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었다”며 “지금은 정보기술(IT), 생명공학, 음식 가공, 무역 등 다양한 산업에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다”고 전했다.

디트로이트=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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