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특허괴물 철퇴 맞나

입력 2013-08-01 17:40   수정 2013-08-01 22:26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중국이 어느 날 모든 지식재산권의 공유화를 선언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로 인해 미국 경제가 대혼란에 빠진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도 아니다. 1998년 브루스 스털링은 ‘디스트랙션(Distraction)’이란 소설에서 그런 상상을 했다. 지식재산권을 전략산업으로 여기는 미국으로서는 소름끼치는 얘기다. 지식재산권 강국이 되겠다고 미국을 추격하는 중국이지만 미 ‘특허괴물(patent troll)’들이 중국을 맹폭한다고 해 보라. 중국이 그대로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가정은 충분히 해봄직하다.

제재 나선 美 정부·의회

특허제도가 혁신을 위해 도입됐지만 그건 이론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디스트랙션 출간 10년 후인 2008년 ‘특허의 몰락(Patent Failure)’이란 책이 프린스턴대 출판부에서 나왔다. 공동 저자 마이클 모이러와 짐 베송은 “특허제도는 대개 혁신에 방해가 된다”고 결론 내린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도 생산하지 않고 오직 특허침해소송이 수익모델인 특허괴물을 보면 근거 없는 주장도 아니다. 특허괴물도 특허제도의 산물이 아닌가.

결국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들고 일어났다. 특허괴물로 인해 급증하는 특허소송이 혁신을 저해한다며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즉각 화답하고 나섰다. 지난 6월 오바마 대통령은 특허괴물의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한 5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미 경제성장의 동력인 하이테크 부문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특허제도 또한 그 속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부터 바로 달라졌다. 앞으로는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기업이 미국 내에서 적합한 제품 생산, 연구개발 등을 하고 있는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특허괴물을 겨냥한 조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의 입법화도 촉구했다. 지식재산권을 악용하는 소송에 대해서는 법적 비용 청구를 용이하게 하는 법안, 특허침해를 이유로 ITC에 판매금지를 신청해 상대방을 압박하는 행위를 어렵게 하는 법안 등을 요청했다.

평화의 시대 도래하나

마침내 미 의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미 특허상표국에 특허권을 평가하고 인증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상정됐다. 44개 미국 주요 기업은 “질 낮은 특허권을 이용해 강탈을 일삼는 특허괴물을 통제해야 혁신기업들이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며 법 통과를 압박하는 중이다. 전문가들도 특허소송 남발로 신난 건 변호사들일 뿐 기업의 연구개발과 투자는 크게 위축됐다는 비판에 가세했다. 이번에는 특허괴물에 대한 제재장치가 마련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세기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삼성전자와 애플이지만 이들도 특허괴물의 공격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이 점에서는 양사가 동병상련의 처지다. 지난 2년여 동안 전면전으로 치달았던 양사 간 소송도 그 득실을 냉정히 따져볼 시점이 됐다. 외신을 타고 흘러나오는 삼성전자-애플 간 물밑 협상설이 그 어느 때보다 신빙성이 느껴지는 이유다.

노무라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리처드 윈저는 스마트폰 특허전쟁과 관련, “소송의 시대가 끝나고 평화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허권에 관한한 경쟁자들이 모두 잘 무장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뒤집어 말하면 특허권으로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기업만이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허괴물 다음에는 또 뭐가 출현할지 아무도 모른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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