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양복 실제로보니 "가격 매길 수 없다, 주인도 비밀"

입력 2013-08-06 13:40   수정 2013-08-06 15:20

백운현 양복 명장, 세계주문양복연맹총회 개회식에서 만나다

장인의 손 '한땀한땀' 양복 한벌 3000만원, 원단만 1500만원
2500마리 양의 목 털만 모아 만든 '란스미어 230' 사용
제일모직, 세계 고급 양복 시장 '1000억원' 파이 노린다




양복 한벌에 3000만원. 양복 상하의에 쓰인 최고급 원단 가격만 1500만원. 그리고 이 양복의 주인은 '비밀'.

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막된 제35차 세계주문양복연맹총회 행사장 입구에는 특별한 양복 한벌이 전세계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한민국 수제 양복 제작의 산증인인 백운현(60) 명장이 지난 보름간 '한땀 한땀' 손으로 만든 양복이 그 주인공이었다. 한눈에 봐선 고급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몸에 걸쳐보면 옷의 가벼움과 몸을 따라 부드럽게 떨어지는 곡선미 그리고 편안함이 가히 일품인 양복이었다.

◆ 한국 명장 백운현 "이 양복 가격 매길 수 없다"

이 양복은 전세계 양복 원단 가운데 가장 고급인 '란스리어(lancemere) 230수' 원단으로 만들어졌다. 란스미어230 원단은 2003년 제일모직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80수 원단으로 현재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원단 중 가장 고급이다.

이 백 명장의 양복에는 란스미어230 원단만 1500만원어치가 투입됐다. 백 명장에 따르면 보통 양복 한벌을 만드는데 원단 3야드가 쓰인다. 1야드는 91.44cm, 1m도 채 안되는 란스미어230 가격이 5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란스미어230 가격이 비싼 이유는 원단 주재료인 양털의 희소성에 있다. 란스미어230에는 털 손상을 막기 위해 실내에서 옷을 입힌채 기른 양 중에서도 1~2년생 양의 목덜미 부위 털만 쓰인다. 가장 부드럽고 가벼운 목덜미 털 2500마리 분이 이 양복 한벌에 쓰였다. 통상 양 1000마리 분을 모아야 양복 한벌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최고가 양복 시장에서도 백 명장이 만든 이 양복은 '양복의 다이아몬드' 급이라고 협회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백 명장은 양복을 일일이 매만지며 "사실 이 양복은 가격을 매길 수 없다"고 말했다. 단 양복에 들어간 란스미어230의 가격만 1500만원로 산정할 수 있을 뿐이다. 시가가 3000만원이라고 언론 등에 소개된 이유는 백 명장의 수공 가치와 옷의 희소성, 시장 가치 등을 감안해 제일모직 측이 산정한 가격이다.

백 명장은 "옷 원단 자체가 가장 고가인데다가 얇고 예민한 소재이기 때문에 기계 미싱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손 바느질로만 제작했다"면서 "이 제품은 판매하지 않고 세계주문양연맹총회 한국 개최를 기념해 협회에서 보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 명장은 1978년 양복점 견습공으로 일을 시작한 이후 40년 가까이 한국 맞춤양복계를 이끌어온 명장이다. 지난달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렸던 제42회 기능올림픽에서 한국대표팀에게 18번째 종합우승 메달을 안긴 '국가 대표' 정장 단복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가 2010년부터 문을 연 서울 서초구 양재동 양복점에는 현직 대기업 임원 뿐만 아니라 전직 국무총리, 학계 인사 등 유명 명사들이 단골로 찾고 있다.

◆ 제일모직, 세계 고급 양복 시장 '1000억원' 파이 노린다

이날 개최식에서는 행사 후원을 맡은 제일모직이 자사가 생산하는 고급 양복 원단을 함께 홍보하고 있었다. 제일모직 측에 백 명장의 3000만원 양복을 구입하는 이들이 누군지 물어봤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보통 고가 양복 구매 주체는 테일러 명장들의 고객이기 때문에 비밀에 부쳐진다"면서도 "워낙 고가이다보니 기업CEO들도 구매하기 힘들고 통상 기업 오너들이 살 수 있는 수준"이라고 귀뜸했다.

란스미어230을 2003년 세계 최초 개발한 제일모직은 최근 전세계 고급 양복 시장을 겨냥한 고급 원단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제일모직이 연간 생산하는 고급 원단은 현재 700억~800억원 규모다. 통상 전세계 고급 양복 원단은 '180수(手)' 이상을 가리킨다. 180수 원단이란 원소재인 양털 1g으로 180m에 이르는 가늘고 부드러운 실을 뽑아 만든 옷감으로 국내에서는 110∼130수만 돼도 고급 원단에 낀다.


이같은 고급 원단으로 만든 양복은 한벌에 최소 150만원부터 시작한다. 제일모직은 고급 양복 원단을 연간 10만야드를 생산하고 있다. 통상 양복 한벌에 3야드 원단이 쓰이는 걸 감안하면 한해 3만3000여벌의 고급 양복을 맞출 수 있는 규모다.

행사장에서 만난 제일모직 신사복지팀 최병욱 차장은 "세계 양복 시장에서 고급 양복이 차지하는 시장은 1.5~2%에 불과하지만 매출 규모와 수요는 점점 성장하고 있다"면서 "제일모직은 고급 양복 원단 생산규모를 1000억원대로 늘려 세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과 세계의 최고급 맞춤 양복을 한눈에~

8일까지 계속되는 제35차 세계주문양복연맹총회는 국내외 최정상 양복 명인들의 맞춤양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제 행사장이기 때문에 국내 양복 마니아 및 패셔니스타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볼거리도 풍성하다. 6일 오전 10시 국내 한복제작 명인 박술녀씨의 한복 패션쇼로 문을 연 행사장에서는 백 명장의 '3000만원 양복' 뿐만 아니라 전년도 세계주문양복연맹 총회에서 대상을 받은 맞춤 양복 실물을 만날 수 있다.

이날 오후 6시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한국맞춤양복 출품작 70작품(남성복) 및 고(故) 앙드레 김 디자이너 출품작 30작품(여성복)이 패션쇼를 통해 공개된다. 7~8일에는 전국 소상공인기능경진대회인 '양복명장 경기대회'가 열린다. 8일 오후 6시30분에는 세계 23개국 맞춤양복 출품작 약 100여 작품이 인터내셔널 패션쇼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세계주문양복연맹 총회는 1910년 벨기에 브뤼셀 1회 행사를 시작으로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1991년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열린 올해 총회의 주제는 ‘휴머니즘 패션의 재발견’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세계주문양복연맹 김용언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 테일러(양복 제작인)들은 세상 모든 패션을 리드하는 패션리더로서 자긍심을 가진 전문가들"이라면서 "한국의 활력이 전세계 주문양복연맹 회원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사진=한경닷컴 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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