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스마트TV 앱 만드는 '핸드스튜디오', 삼성에 TV용 앱 공급…창업 3년만에 세계 톱

입력 2013-08-18 17:21   수정 2013-08-18 22:13

스마트폰 앱 대신 개발…LG·휴맥스·레노버도 고객

'즐거운 회사'가 목표…수익 80% 직원에 성과급



“2009년 말 회사를 세우기 전에 세무서에 물어봤더니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회사가 한 달에 100개씩 새로 생겨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긴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판단했죠.”

지난 14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31)는 스마트TV용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스마트 열풍이 어디로 옮겨갈까 생각해봤더니 답은 가전, 그중에서도 가전의 제왕이라 할 수 있는 TV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2010년 2월1일 설립된 핸드스튜디오는 별난 스타트업이다. TV용 앱을 만드는 것도 그렇지만 설립 3년째인 작년 벌써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 휴맥스 LG전자 레노버 등이 고객사다. 회사 수익의 80%를 직원들에게 돌려준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보다 직원 연봉 수준이 높다.


○창업 한 달 만에 찾아온 기회

회사 설립 한 달 만에 핸드스튜디오에 기회가 찾아왔다. 2010년 3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스마트TV를 내놓으면서다. 안 대표는 “어느날 사무실로 쓰고 있던 서울 논현동 원룸으로 삼성전자 쪽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스마트TV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다양한 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당시 국내에서 TV용 앱을 만드는 회사는 핸드스튜디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핸드스튜디오는 그해 5월 삼성전자의 스마트TV 파트너 업체로 선정됐다.

삼성전자 스마트TV용으로 처음 내놓은 앱은 ‘헬로 코치 시리즈’였다. 아무 장비 없이 집에서 TV를 보면서 요가, 스쿼트, 푸시업, 호흡법 등을 따라 하는 콘텐츠다.

지금까지 만든 앱은 250여개. 운동, 어린이 교육, 요리, 종교 등 콘텐츠 내용은 다양하다. 매출도 첫해 10억원, 이듬해 20억원, 작년 3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TV에서는 사람들이 돈을 주고 앱을 잘 내려받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TV 제조사가 라이선스비를 주고 핸드스튜디오에서 앱을 사 이를 앱 장터에 무료로 올려두는 식으로 수익 구조가 발생한다.

○아무나 못 뛰어드는 사업

이렇게 사업 전망이 좋다면 스마트폰처럼 왜 다들 스마트TV 앱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걸까. 의외로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게 안 대표의 얘기다. 우선 조작 방식의 차이다. 그는 “스마트폰은 화면 터치로 복잡한 조작도 간편하게 할 수 있지만 스마트TV는 아직까지 리모컨으로 조작하다 보니 네 방향 키로도 쉽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TV는 가족 중심의 기기여서 정제된 콘텐츠만을 선정해야 하고, 한 앱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도 안 되는 등 모바일 앱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SBS 같은 방송사, SK플래닛이나 NHN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도 갖고 있는 콘텐츠는 훌륭하지만 이런 부분 때문에 스마트TV용 앱은 우리에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전용 자전거를 타면 TV에 속도와 칼로리를 표시해 드라마를 보면서 운동할 수 있게 하고, ‘돼지 3형제’ 동화를 TV로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후’ 부는 동작을 넣는 등의 컨버전스 기술에서 앞선 점도 핸드스튜디오의 강점이다.

○매출보다 동료와의 유대가 우선

핸드스튜디오는 스마트TV 콘텐츠 업체 중 이미 세계 1, 2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앞으로 매출을 얼마 올리겠다’ 하는 목표는 없다. ‘즐겁게 다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안 대표의 경영 철학 때문이다. 그는 “사람이 많이 필요하지만 회사 분위기를 위해 현재 30명에서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며 “동료와의 유대감을 중시해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엔 전 직원이 모두 모여 점심을 먹고, 싸우면 무조건 퇴사”라고 말했다.

회사 수익은 20%만 유보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상반기, 하반기에 걸쳐 다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돌려준다. 직원이 결혼하면 1000만원을 지원한다. “회사에 돈을 많이 쌓아놓고 있어봐야 좋은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다 소용없는 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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