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꼭 아름다워야 하나?

입력 2013-08-22 17:13   수정 2013-08-22 22:56

英 현대미술 작가 채프먼 형제
오늘부터 국내 첫 개인전 열어



미니어처 펭귄들이 고래를 잡아먹는 잔혹한 모습의 설치미술, 샴쌍둥이나 메두사처럼 한 몸뚱이에 달린 여러 개의 얼굴 조각, 잔인하게 싸우는 전쟁의 참화를 형상화하거나 어린애의 입을 동물의 주둥이로 변형한 조각, 남성의 생식기를 코에 부착한 소녀상 등….

대담하고 파격적인 상상력으로 세계 미술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 영국 그제이크(52)·디노스(48) 채프먼 형제 작가가 오는 23일부터 12월7일까지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국내 첫 초대전을 펼친다.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채프먼 형제는 골드스미스대 출신인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으로 구성된 영국 아티스트(yBa·young British artist) 그룹 중 이례적으로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한때 형제 작가로 유명한 길버트와 조지의 조수로 일했던 이들은 18~19세 활동한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명작 ‘전쟁의 참상’을 3차원 조형작업으로 재현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계 미술계 ‘큰손’ 찰스 사치의 후원을 받고 있는 이들은 미술사적 아이콘뿐 아니라 맥도날드 캐릭터와 같은 대중적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욕망과 금기를 작품에 다루며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번 전시에는 공동 예술 사업체 ‘RS&A 런던’의 의뢰로 제작한 설치작품 ‘체스(2003)’를 비롯해 9·5kg의 순은으로 제작한 조각, 전쟁의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미니어처 조각, 드로잉, 회화 등 45점이 소개된다.

한국을 처음 찾은 채프먼 형제는 “전쟁의 참혹함과 자본주의를 소재로 다루면서 예술의 무목적성과 함께 죽음과 삶, 생명의 순간성과 인간의 잔인함을 조형 언어로 표현했다”며 “예술은 꼭 아름다워야한다는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쟁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미니어처 조각으로 꾸민 ‘지옥’은 아돌프 히틀러가 눈앞에 펼쳐지는 전쟁의 참혹상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작가는 “인간이 저지른 끔찍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반영해 나치의 만행을 묘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2003년작 ‘체스’ 시리즈는 코에 남성의 생식기를 달고 있는 여성들이 체스판 위에서 두 편으로 갈라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가는 “자본주의와 반자본주의 대결 현장을 체스에 비유해 정면으로 응시한 것”이라며 “세상을 무조건 미화하는 방식의 예술은 사기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들이 순수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보자는 의도에서 제작한 작품 ‘소녀 마네킹’ 시리즈도 관람객을 반긴다. 어린이들이 마법을 보는 것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을 통해 예측하지 못한 현대인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묘사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서울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 회화 작품 5점도 눈길을 끈다. 빅토리아 시대 부유층의 초상화를 현대미술의 소재로 다룬 작품들이다. 작가들은 “빅토리아 시대 중산층의 신분과 지위를 상징하던 초상화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락방 구석이나 쓸모없는 골동품으로 전락하지만 현대 예술가들에 의해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며 “취향이라기보다 예술의 실험성을 강조하려 초상화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예술의 목적을 묻는 질문에 대해 “예술은 일종의 주관식 서술형 문제”라며 “다양한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게 예술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02)3448-01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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