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규제 심한 나라, 잘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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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28 18:13   수정 2013-08-29 03:07

박준동 생활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밝혀내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당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영국, 프랑스보다 더 많은 식민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두 나라보다 잘살지 못했던 이유였다. 그는 정부의 개입과 간섭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금과 은의 유통 허용량과 가격, 특정 산업에 대한 보조금, 수입 통제, 수출 장려 등 여러 영역의 국가 간 정책을 섬세하게 비교했다.

그 결과 국가의 부(富)가 상공인 농민 등 경제주체에게 주어진 자율권에 비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식민지에서 엄청난 금과 은을 갖고 오지만, 경제주체들에게 온갖 제한을 가하다 보니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는 자율경쟁의 시장경제가 국부 증진의 원동력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아직도 물가 공무원 찾는 기업들

230여년이 지난 요즘 한국에선 ‘경제학의 아버지’가 그토록 경계하고자 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식품가격 통제다. 거의 모든 식품회사들은 가격을 올리고자 할 때 여전히 정부부터 찾는다. 우선 농림축산식품부를 방문하고, 다음으론 기획재정부를 찾아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한다. 담당 공무원이 별말 안 하면 인상하고, ‘요즘같이 어려운 상황에 굳이 올려야겠느냐’는 말이 나오면 일단 보류한다. 얼마간 눈치를 본 다음 다시 찾아갔는데 크게 혼난다면, 상당기간 인상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

물론 법에는 가격 인상 여부를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법만 믿고 ‘나홀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주먹’이 날아온다.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 등이다.

우유업체들은 지난달 말 참다못해 한대 맞을 각오하고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자 했다. 정부는 이번엔 정부의 직접 통제 아래에 있는 농협 산하의 하나로마트를 통해 저지시켰다. 하나로마트가 이전 가격으로 계속 팔겠다고 나서자 이마트 롯데마트 등도 소비자판매가 인상을 보류했다. 정부가 인상을 허용한 것은 한 달이나 지난 28일이었다.

저효율 구조, 정부가 만들었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익을 내는 것이다. 어떤 기업이 가격을 올리고자 할 때는 해당 기업, 또는 해당 업종 내 기업들의 이익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우유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3%였다. 낙농가에 지급하는 원유(原乳)값을 올려주고도 우유값에는 한 달 동안 반영하지 못해 하루에 1억~2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한다. 앞으로도 우유값을 정부가 통제하면 해당 업체들이 생산을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국에서 들여오는 우유를 비싼 값에 사먹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규모와 시장지배력이 큰 8개 회사(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농심, 롯데칠성, 동서식품, 매일유업, 파리크라상)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을 조사했더니 6.2%로 나왔다. 같은 업종의 8개 글로벌 기업(네슬레, 펩시코, 크래프트, 플라워푸즈, 파네라, 맥도날드, 염브랜즈, 스타벅스)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6.1%였다. 국내 식품업체들의 원가 비용, 인건비, 생산 및 경영의 효율성 등을 감안하더라도, 글로벌 업체들과의 10%포인트 격차는 설명되지 않는다. 정부의 반(反)시장적인 가격 규제가 한국 식품산업을 저효율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론 외국 시장에 진출할 엄두를 내기 힘들어 보인다.

한 가지 더. 정부는 물가가 그렇게 걱정된다면 한국은행이 그간 시중 유동성을 얼마나 공급했는지, 또 정부 스스로 재정 부담까지 져가며 얼마나 많은 돈을 풀었는지 먼저 점검할 일이다.

박준동 생활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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