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테바·길리어드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 되겠다"

입력 2013-09-06 06:59  

Cover Story - 한미약품

특허소송 승소…해외진출 자신감
개량신약으로 신흥시장서 돈벌어…글로벌 신약 개발에 집중 투자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15% 육박…내년 1000억 이상 R&D 투입
당뇨병치료제·표적항암제 등 개발…2016년 글로벌 시장 출시 목표




인터뷰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에소메졸’에 대해 최종 판매승인을 내리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53·사진)은 자체 개발한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이 한국산 개량신약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을 뚫었다는 기쁨에 앞서 그동안 겪은 우여곡절이 머리 속을 스쳤다고 말했다.

이 사장에게 에소메졸은 ‘자식’과 같은 제품이다. 그는 에소메졸 초기 개발에서부터 미국 진출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이 사장은 “2003년 한미약품 연구소장을 맡았을 때 미국 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고민하다가 에소메졸을 찾아냈다”며 “그때만 해도 ‘과연 될까’ 싶었는데 여기까지 왔다”고 회고했다.

▷개량신약이 FDA 승인을 따냈다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의약품 최대시장인 미국의 특허 장벽을 뚫고 진출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에서는 특허분쟁이 있는 제네릭(복제약)에 대해서는 30개월 동안 허가를 내주지 않는 ‘해치만왁스법’이라는 독특한 법이 있습니다.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 이 법을 극복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소송까지 해가면서 미국에 진출한 제약사는 없었습니다.”

▷중대 고비는 언제였나요.

“미국 FDA가 심사 막판에 안정성 자료를 추가로 요구했습니다. 준비에만 1년이 걸리는 자료였습니다. 추가 독성 시험비용과 오리지널약의 특허 만료 기간 등을 감안할 때 미국 진출에 대해 ‘고(go)’나 ‘스톱(stop)’을 결정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임상 시험을 위해 외국 업체에 맡긴 위탁생산 문제까지 발생해 시간도 꽤 허비했습니다. 그런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미국 진출을 2년가량 앞당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에소메졸의 배타적 판매 기간은 언제까지입니까.

“오리지널약 ‘넥시움’ 특허는 2014년 5월에 끝납니다. 한미약품이 특허소송에서 이겼기 때문에 ‘에소메졸’은 특허가 끝나기 전에 미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4분기 중 판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른 제네릭 업체들은 특허가 끝나기 전에는 미국 시장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다만 인도계 제약사인 란박시도 특허분쟁소송을 통해 내년 5월부터 시장에 제품을 내놓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내년 5월부터 12월까지는 3개사가 경쟁을 하게 됩니다.”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한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미국 의약품시장은 민간 보험사들이 의사 처방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오리지널보다 싼 의약품이 나오면 수요가 늘어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에소메졸의 미국 판매를 담당하는 암닐은 미국 7대 제네릭 전문회사 입니다. 미국 전역에 판매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는 이릅니다.”

▷어려움은 없습니까.

“미국은 값이 싼 ‘퍼스트 제네릭’(첫 복제약)이 나오면 오리지널을 자동 대체하도록 돼 있습니다. 퍼스트 제네릭 출시 6개월 뒤에는 오리지널을 80~90%가량 대체합니다. 그런데 에소메졸은 개량신약이다보니 ‘자동 스위칭’이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의사와 약사, 도매상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개량신약에 역점을 두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대로 된 신약을 개발하려면 10년 이상 개발해야 하고, 적어도 수천억원을 투입해야 합니다. 반면 제네릭으로는 차별화를 할 수 없습니다. 고민 끝에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중간지대인 개량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제품 개발에 5~6년 정도 걸리고 개발비도 수백원대입니다. 그래서 개량신약으로 돈을 벌어 글로벌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전략을 짰습니다. 덕분에 에소메졸 외에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 ‘아모디핀’, 혈전 치료제 ‘피도글’ 등 개량신약을 잇따라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복합제가 강세입니다.

“개량신약 전략이 복합제로 진화한 것입니다. 2009년 자체 개발한 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의 글로벌 진출을 미국 MSD와 손잡고 성공하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공동개발 제안이 잇따랐습니다. 아모잘탄은 한미약품이 개발하고 해외에서는 MSD가 ‘코자엑스큐’라는 브랜드로 51개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후 프랑스 사노피아벤티스, 영국의 GSK가 복합제 공동 개발을 제안해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복합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다국적 제약사들은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약을 많이 갖고 있어 복합제에 신경을 별로 안 썼습니다. 그런데 최근 신약은 안 나오고 기존 오리지널은 특허가 끝나는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기존 의약품 2개를 하나로 합치는 복합제를 대안으로 본 것입니다. 매출 유지와 특허 연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미약품은 개량이 아닌 자체개발 신약은 없습니다.

“신약을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 만큼 기존 제약사와 달리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는 전략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약을 먼저 만든 뒤 해외진출을 위해 별도 임상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해외에서 허가를 받을 때는 새로운 신약이 나오거나 특허가 끝나 경쟁력을 잃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글로벌 전략 1단계는 개량신약으로 신흥국 시장을 공략해 돈을 벌고, 2단계로 해외 동시 임상으로 글로벌 시장에 들어가는 신약을 내놓을 것입니다.”

▷기대할 만한 신약은 어떤 게 있습니까.

“바이오신약 6개와 합성신약 6개, 천연물신약 1개 등 13개 신약을 개발 중입니다. 처음부터 유럽과 미국을 겨냥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2개와 표적항암제 2개, 신호전달억제제, 복부비만치료 천연물 신약 등 6개에 한미약품의 미래를 걸고 있습니다. 한두 개 제품은 2016년 전후에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화가 가능한 후보들입니다.”

▷국내 제약사 중 연구개발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연구개발에 올해는 약 900억원, 내년에는 1000억원 이상 투입할 계획입니다. 매출 대비 15%대에 육박합니다. 연구개발 인력도 480명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편입니다. 연구원들의 연봉이 높지만 자체 개발한 제품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로열티를 줘가면서 약을 판매하는 회사와 달리 자기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게 마련이죠.”

▷2012년부터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2010년과 2011년은 역신장하며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베이징한미가 매년 30~40% 고성장하고, 개량신약 외에 발기부전 치료제 ‘팔팔’ 같은 제네릭 제품도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국내 전체 제약사 가운데 3위권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베이징한미의 2분기 이익률이 다소 떨어져 실망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광고비 확대 등 마케팅비용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테바와 길리어드의 복합형을 롤모델로 삼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글로벌 제약사로 점진적으로 변모해가려면 테바와 길리어드의 복합모델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길리어드는 혁신적인 신약은 내놓지 않지만, 주사제를 경구제로 만드는 등 기존 약의 문제를 해결하는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복합제에 강한 한미약품과 많이 닮았습니다. 에이즈 치료제, 바이러스 치료제와 같은 전문 분야 신약을 만들면서 무리한 모험은 하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테바는 최근 제네릭에서 신약 쪽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여전히 제네릭 부문의 절대 강자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제약사라는 한계상 테바를 똑같이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테바와 길리어드를 반반씩 섞어놓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것입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임직원들 33년간 4159회 헌혈…국내 제약사 '최장기 공익캠페인'

한미약품의 공익사업

'자랑스런 의사상' 제정해 수상
사진작가 지원 문화활동도 활발

‘33년 누적 헌혈횟수 4159회, 국내 제약사 최장기 공익캠페인.’

한미약품은 회사 창업 초기부터 사회봉사활동에 눈을 돌렸다. 1981년부터 사내 캠페인으로 시작한 ‘사랑의 헌혈운동’은 올해로 33년째를 맞았다. 국내 제약사 최장기 공익캠페인이다.

매년 새해 시무식 이후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헌혈 건수는 4159회에 달한다. 혈액량으로 환산하면 133만L다. 1만2477명에게 수혈할 수 있는 양이다. 한미약품은 헌혈캠페인을 통해 모은 헌혈증서를 백혈병재단과 한국신장학회에 기증해오고 있다.

창업 8년째인 1980년 결성된 사내 여직원 모임인 ‘청록회’는 매년 분기마다 한 번씩 서울 송파노인요양센터를 찾아 식사보조, 요양실 청소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34년째다.

대한의사협회와 공동으로 제정한 ‘한미 자랑스런 의사상’은 국내 의료계의 노벨상으로 불릴 정도로 상금 규모와 수상자 면면이 눈길을 끈다. 1회 수상자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지낸 이종욱 박사가 선정됐고 아프리카 수단에서 헌신한 이태석 신부, 알바니아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한 심재두 원장 등도 뽑혔다. 고 이태석 신부는 헌신적인 삶을 영화로 만든 ‘울지마 톤즈’로 널리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이식 수술을 집도한 가톨릭의대 주천기 교수, 류머티즘 분야의 선각자로 불리는 배상철 교수, 한국 의료제도의 기틀을 다지는 데 헌신한 한국의료재단 유승흠 이사장도 수상자다. 지난해에는 방글라데시 꼬람똘라 기독병원의 박무열 원장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작가들을 지원하는 문화활동도 두드러진다. 2002년 비영리갤러리로 시작해 2003년 사진전문미술관 인증을 받은 한미사진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국내 최초의 사진전문미술관이다. 매년 6회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 외에도 작가지원 학술 출판 등의 활동과 한국 근·현대사진 소장 및 연구 활동도 하고 있다.

한미사진미술관은 2004년 10월2~8일 열린 ‘2004 서울세계박물관대회’(ICOM)의 문화탐방 프로그램에 선정되는 등 한국의 대표적 사진 미술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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