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회장 "내 임기중 비올때 우산 뺏는 일 없을 것"

입력 2013-09-24 17:16   수정 2013-09-25 04:15

우리마저 기업대출 줄여서야 어느 은행이 기업금융 하겠나
계열사 인사 지연땐 답답함 느껴…지방銀 매각 세금문제 해결돼야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워크숍 때 이순우 회장(63·사진)에게 ‘쓴소리’를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별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은행들처럼 가끔은 비 올 때 고객의 우산을 뺏기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현실론을 제기했다.

연구소의 발표를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이 회장이 바로 마이크를 잡고 답을 내놨다. “그동안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고 함께 고통을 나눠온 게 우리은행의 역할이었습니다. 이 같은 우리의 정체성을 단박에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취임 100일(지난 22일)을 맞은 이 회장이 2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취임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은 장면이다.

많은 기업과 함께해 온 우리은행의 부침(浮沈)은 숙명과도 같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어려운 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우리마저 발을 빼면 이런 시기에 어느 은행이 기업금융을 하겠느냐”며 “힘들더라도 함께 살아남는 고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적어도 내 임기 동안엔 비 올 때 (고객의) 우산을 뺏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 우려에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 회장은 “지난 4~5년간 조선·해운·건설 관련 기업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부실채권비율이 2.90%까지 치솟았는데 아직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구조조정 기업을 제외한 부실을 연말까지 최대한 털어내 부실채권비율을 끌어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취임 후 소감을 묻자 말도 말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은행장만 맡았을 때보다 어려운 점이 훨씬 많다”고 했다. 말 많았던 계열사 CEO 인사 얘기부터 꺼냈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엔 계열사 사장 인사가 미뤄지면서 솔직히 답답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말 인사를 끝내고 나자 그간 시장에서 신뢰를 많이 쌓지 못한 탓에 인사검증이 길어진 것 같다는 자책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계열사 CEO에 대한 지각 인사로 인해 우리은행 부행장 및 계열사 임원 인사까지 한꺼번에 진행하면서 청탁이나 민원이 들어올 틈이 없었던 점은 다행”이라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진행 중인 경남·광주은행 및 우리투자증권 계열 매각 작업에 대해선 “초반 흥행에 성공해 순탄하게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지방은행 분리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7000억원 안팎의 세금 문제는 꼭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영화를 앞둔, 마지막 우리금융 회장으로서의 고충과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 회장은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은 그룹의 미래와 시너지를 고민하면 되지만, 나는 앞으로 흩어질 계열사들을 끝까지 보듬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힘든 점이 많다”고 했다.

또 “가끔 왜 이런 힘든 시기에 회장직을 맡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이게 나의 운명이고 가장 중요한 시기에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말까지의 짧은 임기지만 2만명의 우리금융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회장으로 남고 싶다”는 다짐도 보탰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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