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스토리(22)] 스타벅스·할리스·카페베네 다버린 '커피왕' 강훈 마지막 도전 '망고'

입력 2013-10-01 09:55   수정 2013-10-01 15:21

끝모를 불황의 터널에서도 남다른 노력과 혁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우뚝 선 성공기업들의 숨은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발굴한 기업들의 생생한 성공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도전과 위로가 되어 드릴 것입니다. <편집자 주>


2012년 5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사거리 근처에 있는 생소한 카페 주변에 큼지막한 방송국 촬영 장비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드라마 속 진짜 배우를 구경하려고 까치발을 든 인파로 발디딜 틈도 없다.

생망고를 갈아 주스를 만들어 팔고 있는 복합 디저트카페 '망고식스(MANGOSIX)'의 도산점인 이곳은 복층을 없앨 각오로 개조한 SBS인기드라마 '신사의 품격' 촬영 장소였다.

◆ 2011년 창업한 망고 카페…"브랜드 알리려고 벌금 낼 각오했다"

2년 전 망고식스를 차린 강 훈 망고식스 대표(45·사진)는 제작지원 형태의 이 드라마 PPL(product placement)을 따내려고 다른 곳과 달리 '아무 조건 없이' 제작진의 요구를 들어줬다. 간접광고 1인자로불리던 그가 3~4년 만에 소위 '대박 시청률'을 확신한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복층을 떠받쳐야 할 기둥을 없애 행정당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는 등 진땀을 빼야 했지만 이 덕분에 지금껏 전국 130여곳에 망고식스 간판을 달았고 강남 복판에 또 하나의 한류(韓流) 관광지도 탄생시켰다. 드라마 종영 1년이 지난 지금도 도산대로점은 날마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강 대표는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소위 '살아있는 성공스토리'로 불린다. 별명도 '커피왕'이다. 1992년 신세계로 입사한 그는 매장 관리 마케팅 판촉 업무 등을 두루거치면서 5년 뒤 스타벅스 브랜드 론칭 태스크포스(TF)팀으로 발령받았고 평소 입에 댄 적이 없던 커피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IMF 외환위기로 시달리던 중 사표를 던지고 나와 강남역 지하상가에 14평짜리 조그만 가게를 얻어 토종카페 할리스커피를 만든 그는 '공룡 브랜드' 스타벅스와 싸워오다 카페베네 사장을 맡으면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업계 최초 가맹 500호점을 돌파, '전무후무'한 신화를 쓰며 스타벅스를 뛰어넘어서다.

얼마 전 그는 전세계 문화와 쇼핑 트렌드를 주도하는 상권인 미국 베버리힐스 3번가에 '혈혈단신' 망고식스 글로벌 1호점을 오픈했다. 이번엔 국내 1등은 뒷전이다. '한국의 카페 브랜드'를 전세계에 뿌리내리는 것이 향후 '10년 목표'다. 그래서 '코리아 타운(Korea town)' 한인들도 몰래 핵심 상권부터 공략했다.



◆ "코리아 타운은 그냥 한국…'입맛'으로만 베버리힐스서 입소문 낸다"

망고식스가 문을 연 베버리힐스 3번가는 미 서부 최고 부촌 중 하나로 손꼽히는 도시다. 또 로스앤젤레스(LA) 안에서도 관광객 등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명소로 커피빈(Coffee Bean), 자니로켓(Johnny rockets), 서브웨이(Subway), 조앤 스 온 서드(JOAN’S ON THIRD) 등 글로벌 식음료 브랜드 매장과 대형 쇼핑몰이 밀집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첫 해외 진출부터 비교적 손쉽게 돈 벌 수 있는 한인 타운이 아닌 우리 브랜드를 전혀 모르는 핵심 상권을 공략한 시도는 망고식스가 처음이에요. 베버리힐스점 오픈 당시에도 주로 반응이 한인 타운에 문 열면 소위 '대박'날 것이란 얘기들 뿐이었죠. 하지만 '코리아 타운'은 다시 말해 한국시장이에요. 이번 오픈 행사에 한인 교포 관계자들을 초청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통상 국내 프랜차이즈는 미국 등 해외진출 시 한인 타운에 먼저 '파일럿 샵(Pilot shop)'을 열고 탐색전을 벌인다. 이들은 사업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먼저 국내 시장 장악을 목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사업 확장에 부딪치면 뒤늦게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망고식스의 베버리힐스 진출은 보기 드문 행보로, 자체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강 대표는 '토종 카페' 할리스커피와 카페베네의 리뉴얼 그리고 망고식스 국내 론칭 역시 강남 압구정 등 핵심 상권을 비집고 들어갔다.

"베버리힐스는 각국 관광객들의 유입이 특히 많은 곳이에요. 앞으로 해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고 이 때문에 오직 맛으로만 승부해야 승산이 있어요. 사실 한국에선 외형적인 트렌드에 소비자들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해서 광고와 PPL만 잘 활용해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미국은 달라요. 본질적인 맛과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않으면 100% 다시 찾아오지 않아요."

베버리힐스점의 '속살 전략'은 친환경 유기농 카페를 컨셉트로 한 현지화다. 이 때문에 프랜차이즈의 대표적인 '인테리어 통일성'을 과감히 바꿨다. 망고식스 고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 중 인테리어뿐 아니라 로고와 메뉴까지 전부 변경한 것이다.

"현지인들의 식음료 트렌드인 유기농(Organic), 자연(Natural), 건강(Healthy)을 고려해 브라운 계열의 국내 로고와 달리 올리브 그린 컬러를 적용했어요. 실내 인테리어도 나무나 친환경 관련 소재로 마감했고 과일과 채소가 들어간 메뉴 위주로 진열했어요. 상류층 소비자에게 '웰빙'을 어필하려고 미 농부무 유기농 인증(USDA ORGANIC)을 획득해 대부분 식재료에 인증 마크를 눈에 뜨게 부착했죠."

◆ "알면서도 못 따라하는 프랜차이즈가 망고"…음료·베이커리·물류 등 R&D 부서도 '힘'

'커피왕'으로 불리던 강 대표가 세 번째 창업 아이템으로 망고를 선택한 이유는 높은 진입 장벽과 글로벌 '공룡 브랜드'가 만든 앞선 트렌드를 주목해서다.

트렌드는 앞으로 가장 비싼 원두만 골라 커피를 만드는 '커피 매니아 카페'와 커피와 주스, 샌드위치, 피자 등을 함께 파는 '복합 카페'로 나뉠 것으로 강 대표는 내다보고 있다.

"망고식스는 망고를 갈아 만든 주스가 주메뉴이지만 커피도 판매하고 있어요. 다른 커피전문점과 차별화를 위해 세계 3대 커피로 불리는 하와이안 코나 커피를 사용하고 있죠. 여기에 블루레몬에이드 등 음료와 아이스크림·빙수 그리고 떠먹는 피자, 케익, 베이커리 등 푸드와 샌드위치, 쿠키까지 판매 중입니다. 커피전문점에서 벗어나 보다 대중적인 복합 카페로 꾸민 셈이죠."

미국 현지에선 커피 매니아들을 위한 커피 전문점이 이미 인기다. 커피 매니아들은 스타벅스 매장이 아니라 이곳으로 모이고 있고 동일한 입지 조건일 경우 매출 규모도 스타벅스 대비 3배를 웃돌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얼스 카페' 등 미국인의 주식인 베이커리와 피자 쉐이크 등 멀티 메뉴를 선보인 복합카페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것. 이는 모두 망고식스의 베버리힐스점 오픈 전 직접 발로 뛰어 확보한 강 대표의 소중한 시장분석 자료다.

유통 기한도 짧고 유통 단계도 까다로운 주재료 망고 자체도 경쟁력이다. 진입 장벽이 높아 '모방 카페'가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서다. 강 대표의 평소 사업 철학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일을 만들어라'와 꼭 들어맞는 부분이다.

"망고는 수입해서 1주일만 지나도 완숙돼 재료로 사용할 수 없어요. 공급량도 많지 않아 비싸서 마진 확보도 쉽지 않죠. 그래서 망고로 안정적인 유통 구조를 만들고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면 높은 경쟁력을 손에 쥘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망고식스는 사업 초기엔 마진을 포기했었다. 유통망 확보와 가맹점 확대가 우선이고 이후 수입 물량이 많아지면 일명 '구매자의 힘'을 이용해 단가를 낮춰 마진을 남기겠다는 게 강 대표의 당시 복안이었다. 지금은 알면서도 할 수 없는 사업 구조가 망고 프랜차이즈다.

"국내와 중국에선 필리핀 망고를 사용하고 있고 미국에선 멕시코 망고를 수입해요. 국가마다 다른 망고와 레시피(조리법)로 현지 입맛을 맞추기 위해 늘 노력하죠. 이를 위해 베이커리, 음료쪽 연구소와 식품영양학 전공자들을 모아 본사에 연구개발(R&D)팀을 꾸려 운영중입니다."



◆올 예상매출 500억·상반기까지 300억…"이번엔 1000억원 줘도 안판다"

지난 상반기까지 매출 300억원을 달성했으며 2013년 예상 매출액은 500억원. 창업 3년 만에 국내 가맹점 수는 130곳을 넘어섰고 해외에선 연초 중국 상하이점, 온주점 오픈에 이어 애틀랜타(5개점), 뉴욕(3개점), 캐나다 벤쿠버, 호주, 러시아 등 잇따라 글로벌 오픈을 진행할 예정이다.

거침없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덕분에 망고식스는 투자와 매각 제안까지 잇따르고 있다. 강 대표는 하지만 "이번엔 1000억원을 준다고 해도 팔 생각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할리스커피 창업 당시에도 돈이 목적은 아니었어요. IMF로 힘든 시기에 외산 커피인 스타벅스에 맞서 '토종 카페'의 자존심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 거죠. 할리스 운영 5년 만에 매각한 것도 '스타벅스 대항마'로 성장하려면 자본력과 조직적인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가맹점 500여곳을 거느리고 '한창 잘 나가던' 카페베네 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온 사연도 그의 소신을 뒷받침한다.

"카페베네를 관둘 때 주변에서 '바보'라고 했어요. 지금은 망고식스에 투자하고 이 프랜차이즈를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까지 들리죠. 그렇지만 1000억원을 준다고 해도 안 팔아요. 이번엔 망고식스하면 한국을 떠올릴 수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카페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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