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법률주의' 채택한 미국 18번째 '셧다운'

입력 2013-10-04 17:27   수정 2013-10-05 02:41

상하원 의결 거쳐야 집행…잠정예산안도 의회 승인 받아야
셧다운땐 공무원 절반 일시해고…국방비 일부 복지 지출은 가능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연방정부가 공무원에게 봉급 줄 돈이 없어 강제 무급 휴가를 보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폐쇄) 사흘째인 3일(현지시간). 워싱턴 스미스소니언자연사박물관 입구에서 만난 캐나다 관광객 릭 베이셔는 굳게 닫힌 출입문을 보며 “이번 워싱턴 관광은 완전히 망쳤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동포 김모씨는 “한국에서도 국회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해 정부가 문을 닫았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정치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미 연방정부 폐쇄는 1995년 12월16일~1996년 1월6일(21일)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이전에는 1~2년 만에 한 번꼴로 있었다. 1977년 이후 모두 17차례 발생했다. 미국이 걸핏하면 연방정부 셧다운에 직면하는 이유는 뭘까.


○예산 법률주의…의회 권한 막강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일어나는 것은 한국과 달리 ‘예산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다. 한국은 행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을 국회가 ‘승인’하는 형식이지 법률로 다루지는 않는다. 반면 미국은 연방헌법 제1조9항에서 ‘모든 국고금은 법률에 의해서만 지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정부 예산을 법률로 의결하고 있다.

의회의 상원과 하원에서 같은 예산법을 과반수 찬성으로 각각 통과시키고 이를 대통령이 서명해야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구조다. 대통령은 상·하원을 통과한 예산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1995년 말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잠정예산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있다. 물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일반법과 동일하게 의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다시 법률로 확정할 수 있다. 의회가 예산에 관한 한 행정부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의회가 정치 싸움 등으로 예산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정부가 일반 사업비를 지출하지 못해 셧다운될 수 있다. 당장 공무원 월급을 주지 못해 강제 무급휴가(일시 해고) 명령을 내리고, 그 결과 정부 기능이 일부 마비된다. 이번 사태로 전체 연방공무원 210만명(우체국 직원 제외) 가운데 비핵심 인력으로 분류된 100만여명이 사실상 일시 해고됐다. 심지어 상무부와 노동부에서 경제통계발표를 담당하는 직원이 무급 휴가를 떠나는 바람에 주요 경제지표조차 발표되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이 예산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예산을 법률로 다루지 않는다.

○셧다운에도 핵심 기능은 유지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연방정부의 기능이 전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예산법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지출되는 예산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의 세출은 개별 법률에 의해 지출이 정해지는 ‘의무적 지출(mandatory spending)’과 매년 세출법(예산법)으로 확정되는 ‘재량적 지출(discretionary spending)’로 구분된다. 의무지출은 사회보장연금,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등 복지 관련 예산이 대부분이다. 2013회계연도 기준으로 전체 예산의 61%를 차지했다. 예를 들어 노인층을 위한 의료보험 관련 지출은 메디케어법에서 명시하고 있어 예산법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메디케어 예산은 자동적으로 지출되는 식이다. 퇴직자 노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예산은 정치 투쟁에 휘말리지 말고 안정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은 셈이다.

전체 예산의 31% 정도를 차지하는 재량 지출은 국방비를 비롯해 부처별 일반 사업비를 말한다. 매년 예산안을 따로 편성하고 법률로 확정해야 한다. 예산 편성 과정은 엄밀히 말하면 이 같은 재량 지출 관련 세출법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방 예산은 재량 지출이지만 의회가 지난달 말 셧다운이 되더라도 국방 예산은 계속 집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법을 통과시켰다.

○잠정예산이 본예산을 대체

의회가 예산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정부가 계속 돌아갈 수 있도록 지출을 허용하는 ‘잠정예산법’을 채택해야 한다. 전년도와 같은 예산으로 당분간 정부를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처럼 잠정예산법도 합의되지 못하면 셧다운으로 간다. 과거엔 잠정예산이 ‘최후의 선택’이었지만 1970년대 이후 본예산보다 더 많이 ‘애용’되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1977회계연도 이후부터 지금까지 1989년, 1996년, 1997년 등 3년을 제외하고 모두 잠정예산으로 버텨왔다. 회계연도마다 잠정예산법을 평균 4번씩 채택했다. 2011회계연도엔 잠정예산을 8번이나 채택했다. 지난해도 6개월짜리 잠정예산을 두 번 채택했다.

미국 의회는 철저히 다수결 원칙으로 움직인다.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예산안 통과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하지만 여소야대가 되거나, 상·하원에서 다수당이 갈라지면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예산법을 놓고 전쟁을 벌여야 한다.

최근 정치권 교착상태도 사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은 공화당이, 상원은 민주당이 장악하면서 잉태됐다. 예산안뿐 아니라 총기 규제, 이민개혁법 등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모두 의회에 발목 잡혀 있다. 워싱턴에 정치가 실종되면서 빚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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