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악마의 폭포엔 쌍무지개가 뜬다

입력 2013-10-06 17:54   수정 2013-10-06 21:55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

나이아가라·이과수와 함께 죽기 전에 봐야 할 3대 폭포
천둥같은 굉음·300m 물보라…말로 표현못할 대자연의 웅장함




아프리카 탐험가로 유명한 데이비드 리빙스턴(1813~1873)의 본업은 선교사였다. 1840년 런던전도협회의 의료 전도사로 아프리카에 파송된 그가 잠베지강을 따라 탐험에 나선 것도 전도를 위한 무역선이 아프리카 내륙으로 들어갈 수 있는 뱃길을 탐사하기 위해서였다. 탐험에 나서기 전 그는 잠베지강을 ‘하나님의 고속도로(God’s Highway)’라며 이 강을 따라 기독교가 전파될 것을 기대했다.

그의 이런 기대는 1855년 빅토리아 폭포를 발견하면서 무너졌다. 폭 1676m, 최대 낙차 108m의 거대한 폭포는 리빙스턴이 기대했던 고속도로의 종점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이과수 폭포, 미국과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며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남부아프리카에 와서 이 장관을 어찌 놓치고 갈 것인가. 빅토리아 폭포를 향해 길을 나섰다.

잠비아와 짐바브웨 잇는 폭포 위 철교

빅토리아 폭포는 남부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을 이루며 인도양으로 흘러가는 잠베지강 중류에 있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떨어진 잠베지강의 물은 계곡을 따라 흐르면서 동쪽의 잠비아와 서쪽의 짐바브웨로 나뉘어진다. 잠베지강을 경계로 짐바브웨 쪽 도시는 빅토리아폭포시, 잠비아 쪽 도시는 리빙스턴시다.

리빙스턴 시내에서 채 20분쯤 달렸을까.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 빅토리아 폭포다. 출국 절차는 간단하다. 여권과 비자를 주니 이것저것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쾅’ 스탬프를 찍어준다. 두 나라를 잇는 것은 폭포 위를 가로지르는 빅토리아 폭포 철교다. 1905년에 건설한 이 다리 중간에 이르자 빅토리아 폭포가 거대한 위용을 드러낸다.

철교 중간에는 잠베지강을 향해 몸을 날릴 수 있는 높이 111m의 번지점프대가 있다. 철교 중간에 내려 폭포의 전모를 보고 싶은데 일행을 실은 버스는 그냥 스쳐 지나간다. 잠비아 쪽보다 짐바브웨 쪽 폭포 경관이 더 장관이라며….

천둥 치는 연기… 그 장엄한 아름다움

짐바브웨 입국 절차를 마치고 악어꼬리꼬치구이로 점심을 먹은 뒤 드디어 빅토리아 폭포로 향한다. 탐방로가 나 있는 폭포 옆의 레인포레스트 입구의 표지석에는 ‘모시 오아 투니아(Mosi-Oa-Tunya) 폭포에 온 걸 환영합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모시 오아 투니아’란 ‘천둥치는 연기’라는 뜻의 토속어. 강물이 떨어지는 굉음과 함께 최대 300m 이상 물보라가 튀어 오르고 폭포 일대를 물안개로 뒤덮기 때문에 예로부터 아프리카인들은 이 폭포를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이 때문에 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하려면 비옷과 우산,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한 방수팩 등을 꼭 지참해야 한다고 여행 가이드는 강조한다.

과연 그랬다. 매표소를 지나 숲으로 들어가자 이내 폭포 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탐방로로 번져 나온다. 1600m가 넘게 옆으로 펼쳐진 폭포를 따라 이 일대에는 16개의 전망대가 있는데, 그 출발지는 리빙스턴 동상이 있는 첫 번째 폭포다. 폭포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위치여서 밑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작게 보일 텐데도 그 웅장함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전망대에 서자 힘차에 떨어져 내리는 폭포수와 물보라, 그로 인해 생긴 쌍무지개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리빙스턴 동상으로 다시 돌아와 레인포레스트 숲길로 난 탐방로를 따라 가노라면 폭포의 모양과 특징에 따라 달리 이름을 지은 ‘악마의 폭포’ ‘중심 폭포’ ‘말발굽 폭포’ ‘안락의자 폭포’ ‘무지개 폭포’ ‘동쪽 폭포’ 등이 꼬리를 문다. 이 중 높이가 가장 짧은 것은 70m인 ‘악마의 폭포’이고, 가장 긴 것은 108m인 ‘무지개 폭포’다. 폭포들은 보는 위치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며 또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가로로 길게 보였다가 옆으로 넓게 펼쳐지고, 숲과 어우러졌다가 바위 벼랑 위에서 민낯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어느 전망대에서 보든 무지개가 따라다니는 것도 빅토리아 폭포의 특징이다. 평생 본 무지개보다 많은 무지개를 여기서 봤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다.

폭포의 수량도 어마어마하다. 홍수기인 2~3월에는 분당 약 5억L의 물이 쏟아지고 갈수기인 10~11월에도 분당 1000만L의 물이 쏟아진다. 빅토리아 폭포는 중생대인 1억8000만년 전에 분출해 형성된 현무암 대지의 균열에 잠베지 강물이 흘러들면서 지속적으로 지표를 깎아내 형성됐다고 한다. 강물은 계속해서 암반을 깎아 내며 폭포를 상류 쪽으로 전진시키고 있고, 폭포 아래 침식되지 않은 강바닥의 일부는 섬으로 남아 있다.

레인포레스트의 탐방로에선 한 달에 세 차례, 보름달이 뜬 날을 전후해 달빛 폭포탐방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그 장엄하고도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자니 아쉽기만 하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잠베지강

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한 뒤 찾아간 곳은 폭포 상류의 잠베지강 유람선 선착장. 잠베지강을 온몸으로 마주할 차례다. 잠비아에서 발원해 앙골라, 보츠와나, 짐바브웨, 말라위, 모잠비크를 거쳐 인도양으로 흘러드는 잠베지강의 길이는 2740㎞. 잠베지는 ‘큰 수로’ ‘위대한 강’이라는 뜻이다. 잠비아라는 나라 이름도 이 강에서 나왔다.

선상크루즈를 위해 배에 오르자 강과 하늘과, 강 양옆의 숲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강위에는 벌써 여러 척의 유람선들이 수면을 가르고 있다. 유람선이 출발하자 음료수와 맥주, 주전부리, 안주거리 등이 나온다. 잠베지강 유람선에선 이런 서비스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맥주 한 잔을 들고 강바람을 맞으며 경치를 구경하노라니 신선이 따로 없다.

한 10분쯤 그렇게 물위를 달렸을까. 갑자기 “저기, 저기” 하는 소리와 함께 소란이 인다. 저 멀리 하마 무리가 포착된 것이다. 망원렌즈로 간신히 보이는 거리지만 하마와 함께 잠베지강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기하고 뿌듯하다.

하마들은 큰 입을 떡 벌려 하품을 하는데, 입 크기로 서열을 정한다고 한다. 잠시 후 또다시 소란스러워진다. 선장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이번엔 강둑에 코끼리가 나타났다. 선상크루즈를 하는 동안 하마, 코끼리, 새 등이 수시로 나타나 즐거움을 안겨준다.

잠베지강 선상크루즈의 백미는 석양이다. 크루즈 승객의 대부분은 맥주와 음료 등을 즐기며 해가 지기를 기다린다. 유람선도 강줄기를 따라 오르내리며 다양한 풍경을 안내한다.

마침내 해가 기운다. 한 번 기울기 시작한 해는 순식간에 강 너머 숲 뒤로 사라지면서 잠베지강을 몽환적 세계로 바꿔놓는다. 한 시간 전에 선명하게 봤던 강의 풍경보다 이 몽환적인 풍경의 유혹이 훨씬 강하다. 여행을 마친 뒤 잠베지강이 석양의 이미지로 먼저 떠오르는 건 이런 까닭이다.

하라레(짐바브웨)=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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