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스토리(26)] 농심, 비밀병기 '수미칩' 성공스토리…새우깡 이을 차세대 스타로

입력 2013-10-15 14:11   수정 2013-10-15 17:54

끝모를 불황의 터널에서도 남다른 노력과 혁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우뚝 선 성공기업들의 숨은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발굴한 기업들의 생생한 성공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도전과 위로가 되어 드릴 것입니다. <편집자 주>


'맵고 쫄깃하고 오동통통한' 라면 하나로 50년 가까이 왕좌를 꿰찬 국가대표 식품회사 농심. 한·일기본조약으로 일본과 국교가 정상화됐던 1965년 당시 '소고기 맛' 라면으로 국내 시장에 이름을 알리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라면 왕국'으로 자존심을 지켜왔다.

하지만 농심도 위기가 있었다. 창업 5년 만에 선발주자들의 판매 견제와 경쟁심화로 파산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이때 '0점대 방어율'을 예고하며 당당히 구원투수로 등판한 건 다름 아닌 스낵. '아이스께끼'와 일본식 생과자가 간식꺼리 전부이던 1970년대 스낵으로 소위 '대박'을 쳤다.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은 "짭짜름 하면서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스낵을 개발하라"는 특명을 내렸고 이 와중에 나온 스낵이 바로 '새우깡'이다. 라면이 아닌 스낵이 벼랑 끝에 내몰린 회사를 번쩍 일으켜세웠다.

새우깡이 탄생한 지도 40여년이 지났다. 그리고 농심은 기존에 없던 공법과 100% 국산 수미감자로만 제조한 스낵 '수미칩'을 전국 매장 진열대에 내놨다. 새우깡의 도움으로 폐업 위기에서 일어난 농심이 이번엔 '뚝' 떨어진 감자칩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감자칩에 '올인' 했다.

전쟁과도 같았던 수미칩 개발 과정을 현장에서 모두 지켜본 민현선 농심 스낵마케팅팀장(46·사진)에게 치열했던 제품 개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내 1위는 물론 전 세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만든 '비밀병기' 탄생 스토리다.

◆ '뚝' 떨어진 생감자칩 시장점유율…"이대로는 안된다"

농심은 올 초 경영 화두를 '도전'으로 정하고 이에 따른 세부 과제를 발표했다. 단연 눈에 띄는 건 '감자칩 시장 1위 탈환'. 박준 대표가 직접 나서 20년 전 오리온에 빼앗긴 감자칩 시장의 권좌를 되찾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농심은 그동안 새우깡, 양파링 등 강력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제품들로 국내 스낵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해왔다. 올 상반기 회사별 국내 스낵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농심이 약 32%로 전체 시장의 3분의 1 가까이를 차지했다.

그러나 유독 생감자칩 시장에서만큼은 오리온에 크게 뒤쳐진 2위를 기록해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농심은 1980년 국내 최초로 생감자 스낵 '포테토칩'을 개발해 이 시장의 원조격이지만 1994년 '포카칩'을 앞세운 오리온에 생갑자칩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지금까지 2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막 점유율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지만 현재 생감자칩 시장에서 오리온과 농심의 점유율은 60%와 30%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회사 내부적으로 감자칩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획기적인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농심은 1980년에 이미 국내 최초로 생감자칩인 포테토칩을 내놨고 그 이후에도 감자를 바탕으로 한 여러 제품들을 출시했어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만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가뜩이나 국내 스낵 시장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피해를 본 대표적 산업 중 하나이다. 주요 소비층인 아동과 청소년층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최근 몇 년간 저성장 추세 일로를 걸어 일각에선 새로운 종류의 제품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울 거란 얘기도 나오고 있는 터였다.

◆ 신(新) 시장 창출의 동력 첫 번째…'진공저온공법'

농심은 2005년 충남 아산공장에 생감자 진공 생산라인을 준공했다. 기존에 없던 제품을 만들기 위한 밑그림을 그린 것. 진공 생산라인을 만든 이유는 그동안 감자 스낵의 재료로 쓰지 않던 '수미 품종'을 쓰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수미감자는 국내 감자 수확량의 80%를 차지하며 맛과 풍미가 뛰어나 주로 가정에서 소비되는 국산 품종이다. 다른 품종에 비해 당분이 11배 많고, 감자 고유의 단맛이 풍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품종 중에 하나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스낵 회사들은 생감자칩의 재료로 '두백' 혹은 '대서' 품종의 감자를 사용하고 있어요. 수미 감자를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수분과 당분 함량 많아 스낵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에요. 과자로 만들 수 있는 수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특유의 풍부한 맛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스낵 회사들로부터 외면 받아 온 거죠."

농심은 높은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으깨지기 쉬운 수미감자를 칩 형태로 잘라내고 고유한 맛을 살리기 위해 진공저온공법을 도입했다. 상대적으로 당이 많은 수미감자를 고온으로 가공하면 감자 특유의 당(糖) 성분 때문에 갈변현상이 일어난다. 대서와 두백 품종 등의 가공용 감자가 개발된 이유도 이런 갈변현상을 없애기 위해서다.

"농심은 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에서 낮은 온도로 튀기는 진공저온공법으로 일반 감자칩보다 지방 함유량을 20~30% 감소시키고 감자 고유의 맛과 신선함을 최대한 살릴 수 있었어요. 수미칩은 진공상태에서 저온으로 튀겨지기 때문에 갈변현상도 대부분 없앨 수 있었고요."

이러한 진공저온공법을 고안해 낸 곳이 농심이고, 이 기술을 구현해 내기 위해 미국 기업의 설비까지 들여와야 했다. 수미칩의 생산시설은 미국 내 유명한 유기농 식품업체 헤인셀레스철그룹(The Hain Celestial Group, Inc.)이 일괄 관여한 설비다. 헤인셀레스철그룹은 이미 미국에서 진공저온공법으로 스낵을 생산하던 곳.

"수미칩에 적용된 진공저온공법은 농심에서 개발했지만 이를 구현해 낼만한 국내 기술이 없었어요. 감자칩 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 신(新) 시장 창출의 동력 두 번째…"수미감자를 확보하라"

100% 국산 수미감자를 사용하는 수미칩의 또 다른 난관은 바로 제품화시킬 정도의 공급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였다. 문제는 수미감자의 수확 시기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수미감자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농가에서 이를 대량 확보한 뒤 얼마나 저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회사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남 아산에 약 1만1570㎡ 규모의 감자 저장관리 시설을 증축했어요. 이는 최첨단 시설로 170억 원을 투자한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농심은 감자가 생산되는 시기에 전국에서 생산된 수미감자를 구매해 이를 농심만의 기술로 저장, 감자가 생산되지 않는 시기에도 사시사철 수미칩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

농심이 공을 들인 건 공장뿐만이 아니다. 제한적으로 수확되는 수미감자를 사계절 확보하기 위해 전국 450여 농가와 사전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수미칩을 제품화하기 위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충하게 됐다. 업계에선 이를 기업과 농가의 상생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하고 있다.

진공저온공법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증축하며 농심은 수미감자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업화하는데 성공, 2010년 '수미칩'을 시장에 선보였다.

◆ "수미칩으로 스낵의 한류(韓流) 꿈꿔"

올해 상반기까지 수미칩의 매출액은 11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급성장했다. 이 같은 결과에 힘입어 농심에선 최근 55g 짜리 소용량 제품을 추가로 출시하는 등 다양한 제품군에 대한 판촉을 통해 수미칩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3% 급성한 만큼 고객들에게 그 우수성을 입증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수미칩의 지방 함량이 일반 감자칩보다 25% 낮은 점을 제품 앞면에 표기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게 매출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어요."

농심은 수미칩으로 국내 감자칩 시장 1위를 탈환하고, 수미칩을 전 세계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글로벌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품질에 자신이 있는 만큼 현 세대뿐만 아니라 새우깡에 이어 다음 세대를 이끌 차세대 제품으로 회사 내부에선 판단하고 있다.

"농심 자체로는 수미칩이 감자칩을 찾는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생각해요. 감자칩 하면 으레 짠 맛을 떠올리던 소비자들에게 짜지 않은 감자칩을 선보였으니까요. 고객들이 호응해주는 부분도 바로 새로운 맛의 감자칩을 내놨기 때문이고요. 이 같은 반응에 수미칩을 새우깡과 함께 스낵의 한류를 이끌 제품으로 거듭나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수미감자를 감자칩으로 제품화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생감자스낵 시장의 새로운 분야를 창출한 농심 임직원들은 수미칩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볼까.

"해외여행을 가는 우리 국민들이 '신라면'을 가방에 꼭 챙기는 것처럼 수미칩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으로 임직원들은 생각하고 있어요."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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