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록펠러를 넘어라" 美 기부천사 교포들

입력 2013-11-03 21:11   수정 2013-11-04 05:13

창립 11년 '뉴욕 한인커뮤니티' 연례 만찬
테이블당 입장료 5000弗 … 900여명 모여
10년전 6만달러 … 올해 330만달러 모금



[ 유창재 기자 ]
지난달 30일 저녁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메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 턱시도와 나비넥타이, 이브닝드레스를 차려입은 900여명의 한국인이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각 테이블에 비치된 아이패드에는 시가, 와인, 핸드백 등 자선모금을 위한 상품 사진이 올라 있었다.

테이블당 최소 5000달러에 달하는 입장료를 내고 이곳에 모인 사람은 월가에서 은행가와 펀드매니저, 변호사, 의사, 기업인, 언론인 등으로 일하는 한국계 미국인들. 올해로 창립 11주년을 맞은 뉴욕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의 자선모금 연례 만찬이다.

만찬 중 진행된 경매행사에 나온 상품은 다양했다. 신형 렉서스를 타고 미국 버몬트주로 스키여행을 떠나는 상품권, 캐세이퍼시픽 비즈니스클래스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홍콩 경마 클럽에서 파티를 즐긴 뒤 페닌슐라호텔을 비롯한 5성급 호텔에 묵는 여행 상품권 등이 1만달러가 넘는 낙찰가에 팔려나갔다.

KACF는 2002년 뉴욕의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들이 모여 설립한 자선단체. 연례 만찬뿐 아니라 골프대회, 마라톤대회 등 각종 행사를 통해 모금한 돈으로 뉴욕과 뉴저지의 소외된 한인 교포들을 돕는 데 사용한다. 폭스뉴스 기자 출신의 윤경복 KACF 사무총장은 “2003년에는 6만달러에 불과했던 모금액이 올해는 이미 330만달러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서는 사상 최대인 110만달러가 추가로 모금됐다.

파티와 각종 이벤트를 통해 모은 돈으로 기부하는 자선 사업은 록펠러, 카네기 등 미국 백인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동안 자선사업의 대상이었던 한국 이민자와 2세들이 이제는 기부 주체가 되면서 주류사회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올해 초 뉴욕타임스는 ‘자선사업에서 영향력 키우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KACF의 활동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윤 사무총장은 “이날 만찬 참석자 중 절반 정도가 ‘비한국인’이었다”며 “이는 주류사회의 관심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날 ‘자랑스러운 경영인상’을 받은 존 김 뉴욕라이프자산운용 사장은 ‘이민자들의 자선사업은 진짜 미국인이 되기 위한 여정’이라는 뉴욕타임스 기사 문구를 인용하며 “나도 미국에서 교육받으며 자연스럽게 기부 문화를 체득했다”고 말했다. 뉴욕라이프는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스폰서. 그는 “미국 기업들은 최고경영자나 임원이 참여하는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소개했다.

기조연설자로는 한국계 미국인인 마사 최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최고행정책임자(CAO)가 초대됐다. 그는 “KACF는 여러 측면에서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과 비슷하다”면서도 “수혜자들(동포사회)이 필요로 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게 KACF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나 재미 동포사회 모두 가족 체제가 무너지면서 노인 소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정부를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지만 자선단체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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