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저작권에 한방 먹인 구글

입력 2013-11-21 21:55   수정 2013-11-22 06:01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리처드 왓슨(Richard Watson)의 ‘미래 파일(Future Files)’은 독특하다. 새로이 나타날 것을 예측하는 대부분의 미래학자와 달리 그는 무엇이 사라질지도 상상한다. 이른바 ‘종말의 시간표(extinction timeline)’다. 왓슨은 2018년엔 도서관, 2020년엔 저작권이 각각 사라질 것으로 봤다.

그의 예측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2004년 구글은 ‘라이브러리 프로젝트(구글북스)’를 출범시켰다. 전 세계 도서관 책을 디지털로 만들어 독자들이 언제든 검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해 미국의 작가 단체와 출판사는 구글을 저작권 침해로 제소했다. 소송이 8년째 접어들면서 마침내 판결이 내려졌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이 구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구글북스가 ‘공정한 이용(fair use)’에 해당하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구글은 즉각 환영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작가 측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날개를 단 구글북스

세상이 디지털화되면서 곳곳에서 이런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시장과 기술이 저작권법을 훨씬 앞질러 가면서 법과 갈등하는 양상이다. 구글북스 소송도 저작권법의 실패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저작권법이 언제 생겼나. 18세기다. 그때와 지금의 시장과 기술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저작권법이 탄생할 때만 해도 진입장벽이 높았다. 불법복제에 대한 아날로그적 규제도 먹혔다. 이를 두고 윌리엄 패트리 구글 저작권 고문은 저작권법이 ‘인위적 희소성’을 조성, 독점적 가치를 만들었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인터넷과 디지털은 진입장벽을 낮췄다. 아날로그적 규제도 더는 통할 수 없게 됐다. 소수 저작물을 높은 가격에 팔아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하는 ‘파레토 원칙’도 깨졌다. 대신 수많은 저작물의 소규모 거래를 통한 수익이 점점 커지는 ‘롱테일 원칙’이 등장했다. 저작권법의 위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법도 시장·기술에 맞아야

위기의 원인은 과거 저작권의 인위적 희소성을 떠받치던 바로 그 기둥들이다. 저작권의 배타적 성격, 등록하지 않아도 권리가 자동으로 부여되는 무방식주의 등이다. 소송에 걸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른바 ‘반공유지의 비극’이다. 오죽하면 영국 정부에 제출된 하그리브스 교수의 보고서까지 300년도 더 된 낡은 법이 혁신과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했을 정도다.

작가협회는 구글이 원망스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구글이라고 어디 영원할 수 있겠나. 참고로 왓슨은 2035년엔 마이크로소프트, 2049년엔 구글이 각각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중요한 건 이용자들이다. 이용자들이 오로지 저작권 보호만을 외치며 이미 한물간 비즈니스 모델을 놓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저작자나 배급자 편을 들 리 없다. 불법복제를 강하게 단속하지 않으면 산업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도 그렇다. 오히려 선량한 이용자들은 합법적 저작물을, 합리적 가격에,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없느냐고 묻는다.

이용자의 수요가 없으면 저작권을 붙들고 있어봐야 소용이 없다. 시장과 기술을 외면하는 법이 살아남겠나. 창조경제를 외치는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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