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되기 싫다는 피터팬증후군 누가 만들었나

입력 2014-01-06 20:30   수정 2014-01-07 03:48

기업가에게 회사를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가 중에는 회사가 너무 커질까봐 전전긍긍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바로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이다. 한경의 기업가정신 시리즈 ‘대기업 되기 싫다는 중소·중견기업’에 따르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기업이 10곳당 3곳이나 된다고 한다. 매출액이나 자산규모, 종업원 수를 어떻게든 일정 수준 이하로 묶어두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여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중소·중견기업을 벗어나는 순간 닥치는 각종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면 77가지 지원이 끊기거나 줄어든다. 반면 중기적합업종 등 100여개의 새로운 규제를 받아야 한다.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되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등 84개 규제가 다시 추가된다. 차라리 기업을 키우지 않는 게 낫다는 자조적 이야기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실제 중소기업청 조사 결과 중기를 졸업한 지 5년이 안 된 중견기업의 23.9%가 중소기업 회귀를 검토했다고 한다.

결국 특혜와 규제로 일그러진 기업정책이 문제다. 연간 170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중기 지원에 쏟아부으면서도 대기업에는 온갖 명목의 규제를 신설하는 잘못된 기업 정책이 이런 ‘피터팬 증후군’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 수가 일본의 절반, 독일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잘못된 기업정책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의 성장마저 가로막는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일자리 창출과도 배치되고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온다. 정부도 문제를 알고 있을 것이다. 중견기업 지원 특별법을 제정한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법 한두 개를 만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업정책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을 키우려면 특혜를 줄 게 아니라 규제부터 폐지하는 게 옳다. 성장과 경쟁을 기피하는 경제에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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