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비현실적 풍경, 스위스 루체른

입력 2014-02-17 07:07  

마법여행 속으로~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마음이 벅차오른 후에 뇌가 몽롱해지도록 조종당하는 느낌이다. 어릴 적 즐겨 보던 책에서는 각종 요정과 도깨비들이 대자연 속에 숨어 있다가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에 장난을 걸고는 했다. 흔히 마법이라고 한다. 루체른에서 마주한 풍경 역시 마법 같다. 아름다운 호수 위로 투영되는 모든 것들이 맑고 좋아서 자칫 정신을 잃으면 금세 빨려들어갈 것 같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아한 태를 하고는 먹이를 건네라며 호수 위로 첨벙대는 백조들의 움직임에 아득해지던 정신은 제 길을 찾는다.

아름다운 루체른을 소개합니다

루체른은 리기 산, 티트리스 산, 필라투스 산에 둘러싸여 있으며 피어발트슈테르호를 정식 이름으로 가진 잔잔한 호수의 도시다. 아들의 머리 위에 얹은 사과를 활로 명중시킨 전설의 인물 빌헬름 텔의 활동 무대이자 합스부르크 왕가로부터 독립한 스위스 연방의 발상지이며 스위스 중앙에 자리한 루체른 주의 주도다. 8세기부터 수도원과 대성당이 이곳에 세워졌으며 알프스 산맥을 넘는 교통의 요지로 발전했다. 상투적으로 표현하자면 알프스의 대자연에 둘러싸인, 중세 시대의 정취를 간직한 여행지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직접 가보면 말로 형언하기 힘든 아늑함과 자연의 품에 안겨 오래된 도시의 평온함이 공기를 가득 채운다. 광장과 교회의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1970년부터 시작된 루체른 음악 페스티벌은 전 세계의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연주가가 모이기로 유명하다. 한국에는 온 적도 없고 올 계획도 없는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2014년 여름 음악축제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이후로 루체른 음악 페스티벌은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상처를 딛고 빛나는 도시의 상징

서울역의 건축 모델이 된 루체른 기차역에 내리면 대부분의 여행객이 발길을 돌리는 곳은 바로 카펠교다. 기차역에서 5분 거리의 카펠교는 루체른을 오랜 시간 지켜온 수문장의 느낌으로 로이스 강을 관통한다. 1333년 세워진 유럽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나무다리에 올라서면 나지막이 삐걱대는 소리와 나무 냄새에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다리 지붕에는 스위스 역사상 중요한 사건과 루체른을 수호하는 성인들의 생애를 그린 112개의 삼각형 판화가 장식돼 있다.


루체른 기념품 가게를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수로탑을 중심으로 화마가 덮친 카펠교 사진을 종종 볼 수 있다. 1993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다리의 절반이 소실되었고 정부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복원에 총력을 기울여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당시 화재를 모면한 다리 부분과 손상된 부분을 최대한 그대로 두고 복원했기 때문에 112개의 삼각형 판화 중 손상된 일부는 그을린 채 걸려 있거나 드문드문 텅 빈 프레임만 남아있다.

모두가 동화 속 주인공이 되는 구시가지

기차역에서부터 카펠교를 건너 골목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옛 건물들이 로이스 강변을 따라 늘어선 뒷골목의 풍경은 거대한 미술관으로 변했다. 작고 오래된 건물들의 벽면은 알록달록한 색채의 향연이다. 세상의 모든 그림책을 펼쳐 놓아도 이보다 더 아기자기할 수는 없을 만큼 개성 넘치는 프레스코화로 가득하다. 가벼운 산책마저도 특별한 경험이 되는 구시가지에는 아이디어 넘치는 상품이 가득한 기념품 가게와 디저트 가게, 노천카페 등 다양한 상점이 있어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면 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흐른다.

구석구석 놓치고 싶지 않은 볼거리로 가득하다. 핑크빛 돔형 지붕 아래로 로코코 양식의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예수회 교회, 그림 같은 풍경에 둘러싸인 바이마르크트 광장의 아름다운 분수와 분수에서 흘러나오는 알프스의 맑은 물을 받아 마시는 할아버지의 온화한 미소를 뒤로하고 골목을 빠져나와 강변을 따라 걸었다. 강변 산책로에는 예쁜 꼬마 아이와 백조가 서로를 마주 본 채 서 있다. 세상 어느 도시에서 이토록 아름답고 따뜻한 장면을 만날 수 있을까.


루체른을 품은 마의 산, 필라투스

루체른에서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도시를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때문이다. 리기 산, 티트리스 산과 더불어 루체른을 감싸안고 웅장하게 선 필라투스 산에 오를 차례다. 필라투스 산은 예수에게 사형을 언도한 본디오 빌라도가 묻혀 그의 망령이 떠돈다는 전설이 깃든 산으로 빌라도의 라틴식 발음이 필라투스다.

루체른역에서 버스를 타고 10분 거리의 크리엔스에 내렸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프레그 뮌테크까지 가서 곤돌라로 갈아타고 산 정상으로 향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자연은 본연의 색을 털어내고 순백으로 변했다.

이곳에 오른 목적은 둘, 하나는 알프스 산맥과 봉우리에 걸쳐 있는 구름 아래로 펼쳐진 루체른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하고 싶어서이고, 또 하나는 썰매를 타고 하산하는 스릴을 만끽하고 싶어서다.

감히 해발 2131m의 바위산을 등반할 엄두는 못 냈지만, 썰매를 타고 48도의 급경사를 내려오겠다는 호기는 넘쳤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에 한껏 취하고 알프스의 정기를 세포 구석구석 담아 썰매 위에 앉았다.

달리기 시작! 급경사에 탄력받은 엄청난 속도감과 칼바람을 타고 온몸으로 쌓이는 차가운 눈의 촉감이 느껴지면 상쾌함은 극에 달한다. 다른 썰매 주자와의 충돌을 피하려다 푹신한 눈밭으로 파묻히길 수십 차례, 주체할 수 없는 흥분에 내지른 소리들이 제트 엔진의 소음에 맞먹을 즈음, 완전한 설인의 형상을 하고 썰매에서 내렸다. 산을 내려오는 동안 느꼈던 모든 감각이 온몸에 각인됐다. 산은 언제고 위안받을 수 있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멋진 추억을 용기 있는 여행자에게 선물했다.

tip
대한항공이 인천~취리히 직항노선을 주 3회 운항한다. 체코항공,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유럽 항공사를 이용해 스위스항공 등으로 환승해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스위스에서는 유로가 아니라 스위스 프랑(CHF)이 통용된다. 1프랑은 약 1180원. 스위스 패스로 열차, 버스, 여객선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박물관, 케이블카 등도 무료로 혹은 할인요금에 이용할 수 있다. 인원 수에 따라 할인 폭이 커지는 세이버 패스, 한 달 이내 일정대로 날짜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플렉시 패스 등 다양하다. 스위스 관광청 홈페이지(myswitzerland.co.kr)에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루체른(스위스)=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