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20) 정보의 비대칭성 해결하는 손해사정사

입력 2014-03-14 17:46  


수명이 점차 길어지면서 일상생활의 여러 불안 등을 제거할 목적으로 보험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한 보험의 높은 사회보장적 기능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보험회사들을 규제와 감독을 통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며, 보험상품과 계약 방식에서도 보험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보험이 이처럼 여러 제도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것은 보험이 내포하고 있는 사회적 공익성에 근거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보험의 운영과정에서 내포되어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시장실패를 바로 잡기 위해서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들 사이에 정보 수준의 차이가 존재하여 이로 인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말한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크게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역선택이란 정보를 상대적으로 덜 갖고 있는 사람이 바람직하지 못한 상대방과 거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역선택은 보험 가입 시에도 흔히 목격된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회사가 찾는 고객은 쉽게 말해 건강한 고객들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평소에 건강에 자신이 없는 병약한 사람들이 더욱 관심이 높을 것이다. 즉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고객들이 해당 상품에 더욱 관심이 많은 것이다. 이러한 역선택을 피하기 위해 현재 많은 보험회사들이 특정 상품에 가입 전 해당 고객이 건강한 사람인지 혹은 해당 보험상품에 가입할 만한 조건을 갖춘 고객인지를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이러한 보험회사의 노력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역선택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도덕적 해이·역선택 막아야

보험에 가입한 이후에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인 도덕적 해이에 직면한다. 도덕적 해이란 어떤 계약이 이루어진 이후에 정보를 가진 측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그 예로 보험 가입 이후에 보험가입자의 태도가 바뀌어 사고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가입 당시 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암묵적 약속을 한다. 그러나 일단 가입한 다음에는 그 약속을 지킬 유인이 없어진다.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에는 비용이 드는데, 사고가 나도 어차피 보상해주기 때문에 그 노력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험 가입자가 사고 예방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역선택을 해결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 이유는 도덕적 해이는 상품이나 사건에 대한 고정적인 특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 직면한 개인이 취하는 행동에 따라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운전보험에 가입한 운전자의 경우 운전보험에 가입한 운전자에게 주의 운전을 하라고 계속해서 강제할 수도 없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 주의 운전을 했는지도 확인하기가 어렵다. 기껏 할 수 있는 것은 안전띠를 법적으로 강제로 매도록 하는 것이나 교통법규 위반 시의 법칙금을 강하게 부과하는 것이 전부이다.

정보 수집·보상 범위 결정

현재 보험회사는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기초공제제도 등을 활용하고 있다. 기초공제제도란 각종 상해보험에서 사고 발생 시 손실의 일부분을 가입자에게 부담시킴으로써 본인이 사고를 내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게 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보험은 다양한 상황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보험 가입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 해당 사고가 보험을 지급해야 하는 사고인지, 지급해야 한다면 얼마나 지급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부분에서도 정보의 비대칭성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고, 보험가입자의 권익을 지켜주는 직업이 바로 손해사정사이다.

손해사정사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적절한 보상의 범위를 결정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손해사정사의 업무는 보험회사와 보험소비자 모두에게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해 주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자가 어떠한 사고를 어떠한 이유와 규모로 당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손해사정사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해 준다.

손해사정사가 주는 정보는 고객에게도 유용하다.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에는 복잡한 보험료율 내지 보험 관련 용어가 가득찬 계약서의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과 보상금의 책정이 보험회사에 의해서만 결정될 경우 상대적으로 보험 관련 지식이 부족한 일반 소비자들의 권익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

필기시험·영어 성적 등 필요

특히 국내의 경우에는 외국에 비해 아는 지인 등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가입한 보험 상품의 세부 내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소비자들이 자신이 받아야 할 정당한 수준의 보상을 놓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고 상황과 피해 금액, 보상금 등을 산정해 줄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해 주는 보험 전문가가 바로 손해사정사이다.

손해사정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손해사정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1, 2차에 걸쳐 진행되는 손해사정사 시험의 주요 내용은 보험 관련 법규, 손해사정 업무를 추진하기 위한 기초 지식 이외에도 영어와 자동차 관련 지식, 의학 기초 지식 등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 사고 발생 시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 지식이 모두 포괄되어 있다.

시험에 합격한 뒤에도 바로 손해사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험에 합격한 뒤에도 6개월간 실무수습을 받은 뒤 금융감독원에 등록하면 손해사정사로 일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2만명 내외의 손해사정사가 보험회사, 손해사정법인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해마다 460명의 신임 손해사정사들이 배출된다.

용어 풀이

▨ 도덕적 해이

불완전하게 감시를 받는 사람이 부정직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하는 경향을 말한다. 대리인이 사용자를 위해 어떤 임무를 수행할 때 발생하는 문제다. 도덕적 해이라는 표현은 대리인이 부적절하거나 비도덕적 행위에 따른 위험을 지칭하는 것이다. 고용계약이 가장 전형적인 예다. 고용주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감시 감독을 강화하거나 높은 임금 지급 보수의 지급 연기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 역선택

시장에서 판매자가 파는 물건의 속성에 대해 구매자보다 정보가 많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품질이 낮은 물건을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 즉 정보가 부족한 구매자 입장에서 불리한(adverse) 물건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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