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香 그윽한 통도사의 봄마중

입력 2014-03-17 07:01  

남도 봄꽃 여행

산수유 '노란 점묘화'…구례서 만끽하는 봄의 왈츠

화장한 여인같은 자태…천년 고찰과 어우러져

매화마을, 화선지에 물감 번진 듯 섬진강 온통 하얗게 물들여



[ 최병일 기자 ]
남도에 꽃이 피었다. 붉은색 홍매화에서 마을을 온통 뒤덮어버린 산수유, 신안 임자도의 튤립, 여기에 아직 봉우리가 벙글지는 않았지만 흰색 벚꽃까지 남도는 온통 화사한 색(色)의 세상이다. 아직은 옷깃을 여미게 하는 꽃샘추위를 녹이며 사람들의 마음까지 살랑이게 하는 꽃 소식을 듣노라면 남도 끝까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꽃의 정령들이 화사하게 너울대는 남도로 사랑하는 이와 여행을 떠나보자. 봄의 교향곡을 듣게 될 것이다.

홍 紅 청정도량에 붉게 피어난 매화

긴 겨울이 지난 양산 통도사 도량에는 홍매화가 활짝 피었다. 마치 어둡고 긴 터널을 뚫고 나온 것처럼 매화가 핀 통도사는 봄의 기운으로 환하다. 많은 매화 중에서도 역대 선지식들을 모신 영각 앞 홍매화가 해마다 통도사에서 가장 일찍 꽃을 피운다. 마치 오랜 세월 수행으로 일군 향기처럼 매화는 그윽하고 맑은 향을 내뿜는다. 순백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백매는 홍매화 옆에 서니 조금은 빛을 잃었다.

매화야 남도에서 지천으로 피지만 통도사의 홍매화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수령이 350년이나 된 이 홍매는 통도사를 창건한 신라시대 자장율사(590~658)의 법명에서 비롯됐다고 하여 자장매(慈藏梅)라고도 부른다. 매화는 사군자 중 하나다.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절개를 상징한다. 홍매화는 매화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사찰에 핀 꽃인데도 통도사의 홍매화는 묘하게 자극적이다. 어떤 이들은 화장한 여인의 모습과 비교하기도 한다. 여인의 상큼한 미소를 닮았다는 것이다.

홍매화와 어우러진 경내는 천년 고찰답게 고풍스럽고 우아하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대비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스님들은 무심하게 홍매화 나무 아래로 합창한 채 지나간다. 홍매화 주변에는 사진작가들이 몰려와 진을 치고 있다. 꽃잎이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 어김없이 셔터 누르는 소리가 고요한 경내를 자극한다.

청량한 물소리와 보물이 많은 통도사

홍매화가 탐스러운 통도사는 사찰 여행지로도 손에 꼽히는 곳이다. 일주문을 거쳐 오색찬란한 연등을 지나면 천왕문에 이른다. 무풍한송로(無風寒松路)라는 그럴듯한 이름이 붙여진 이 길에는 둥치 굵은 안강송이 도열해 있다. 바람은 고요하고 소나무는 차다는 뜻이니 이름부터 한 줄의 시다. 길 옆 작은 개울의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통도사에서 꼭 눈여겨봐야 할 것은 현판들이다. 추사 김정희와 흥선대원군의 글씨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통도사는 국내 삼보(三寶)사찰 중 하나인 불보(佛寶)사찰이다. 불교는 세 가지 보배인 불(佛)·법(法)·승(僧), 즉 부처와 부처의 말씀과 부처가 되기 위해 정진하는 스님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삼보는 불교의 근본이며 가장 귀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어느 사찰이나 이 셋을 갖추지 않은 곳은 없지만 그중에서도 부처의 말씀을 기록한 대장경을 모신 해인사를 법보사찰,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해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송광사는 승보사찰,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통도사를 불보사찰로 꼽는다.

통도사에 모신 진신사리는 석가모니의 뼈와 치아, 사리를 포함하는데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것이다. 통도사 대웅전은 특이하게도 사면에 이름이 제각기 달려 있다. 동쪽에 대웅전, 서쪽 대방광전, 남쪽 금강계단, 북쪽에는 적멸보궁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그중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적멸보궁이는 현판이다.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 적멸보궁인데, 부처의 몸인 진신사리를 이미 모신 까닭에 대웅전에 불상이 없다.

절개가 느껴지는 백련사 동백림

전남 강진 백련사 옆에는 9900㎡의 동백숲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51호다. 주로 봄에 피는 춘백들인데 11월부터 피기 시작한 동백꽃이 3월 말에 만개하면 고즈넉한 숲이 붉게 물든다. 꽃이 통째로 떨어져 고개를 뚝 떨구면 처연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백련사 동백은 비자나무와 후박나무 사이에 섞여 있어 운치를 더한다.

백련사에서 다산 정약용이 유배돼 살았던 다산초당까지 가는 800m의 오솔길 초입에서 만나는 동백은 왠지 더욱 아련하다. 다산이 이 계절 외로운 유배지에서 마음이 통하는 든든한 벗이었던 혜장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지금처럼 붉은 동백이 펼쳐져 있었으리라. 다산은 떨어진 동백꽃잎을 바라보며 고된 유배생활을 잊고 잠시나마 봄의 향기를 느꼈을 것이다. 백련사~다산초당 간 오솔길 옆에는 백련사에서 재배하는 차밭과 야생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황黃마을마다 노란 수채화 구례 산수유 마을

노란 꽃이 마을을 온통 덮어버렸다. 산수유가 그렇게 눈부신 줄 미처 몰랐다.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 눈이 아찔해질 정도로 노란 꽃잎은 멀리서 보면 마치 개나리 같은데 가까이 다가서면 쌀알처럼 작은 산수유들이 모여 노란색을 이룬다. 산수유가 가장 화사하게 핀곳은 구례군 산동면이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중국 산동성 처녀가 지리산 산골로 시집오면서 산수유 묘목을 자지고 와 심은 곳이라 해서 마을 이름이 산동이 됐다.

산동면에서도 대표적인 산수유마을은 위안리 상위마을. 무려 3만그루의 산수유가 마을 곳곳을 엄호하듯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이웃한 하위마을, 반곡마을, 대평마을까지 2㎞가량 길마다 산수유를 볼 수 있다. 소박한 초가집 마당에도 산수유꽃이 파고 들었다. 하나둘씩 대처로 떠나 빈집이 된 곳에도 어김없이 피어 있는 산수유는 적막한 풍경을 밀어내고 한폭의 수채화로 남는다. 상위마을 아래 반곡마을은 드라마 ‘봄의 왈츠’의 무대이기도 하다.

22~30일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온천지구 일대에선 구례산수유 축제가 열린다. 계척마을의 산수유 시목지에서 풍년기원제를 시작으로 불꽃놀이, 팔도 품바 경연 대회, 민속 윷놀이 대회, 장작 패기 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산수유떡 만들기, 산수유 꽃길 걷기, 산수유 두부 먹기, 산수유 기념품 만들기, 산수유 음식 전시 등 산수유를 주제로 한 특별 코너가 마련된다. (061)780-2390

백白 화선지에 물감 번지듯 화사한 매화마을

매화는 봄의 전령사다. 이른 봄에 떨쳐 일어나 섬진강 일대를 흰색으로 채운다. 섬진강 하류 백운산 자락의 매화마을은 이른 봄이면 새하얀 매화로 눈부시다. 10만 그루에 달하는 매화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면 마을 일대에는 흰 꽃의 띠가 형성된다. 매화가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마치 화선지에 물감 번지듯 매화가 화르르 퍼지고 있다.

매화는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주로 양반집 정원에만 심었던 귀한 꽃이었다. 섬진강을 여행하는 시인들은 매화마을을 세 가지 색을 가진 곳이라고 했다. 푸른 하늘과 은빛 모래, 흰색 매화가 조화를 이루는 곳. 마을 중심에는 청매실농원이 있다. 산 중턱에 있어 매화마을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임권택 감독의 작품인 ‘취화선’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도 자주 등장한 곳이다.

청매실농원 중앙에 있는 2000여개의 항아리도 진귀한 볼거리다. 따뜻한 봄 햇살과 함께 마당에 펼쳐져 있는 항아리 사이로 벌들이 웅웅거리며 날아다닌다. 매실을 곁들인 된장과 고추장 속으로 매화의 기운이 담겨 더욱 향기롭다. 청매실농원으로 향하는 언덕길에는 매화와 관련된 시를 새긴 시비가 세워져 있다.

오는 22~29일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 일대에선 광양국제매화축제가 벌어진다. 청매실농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축제 기간에는 매화꽃길 시화전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061)797-3333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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