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건전지 최강자' 로케트전기, 법정관리 신청 왜

입력 2014-03-21 21:42  

'로케트' 브랜드 판 뒤 하청업체 전락…수익성 급락

2차전지 등 신규사업도 실패
바이오기업 인수까지 삐걱



[ 안재광 기자 ]
68년 역사의 로케트전기가 지난 20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국내 건전지 시장에서 한때 최강자로 군림했던 로케트전기는 선진국과 신흥국 양쪽에서 조여오는 압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2차전지와 바이오 등 신규 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으나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추진한 유상증자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마저 무산됐다.

◆브랜드 매각은 큰 실수

1946년 설립된 로케트전기는 1990년대 중후반까지 ‘썬파워’의 서통과 국내 건전지 시장에서 1위를 다투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에너자이저’, ‘듀라셀’ 등 외국 유명브랜드 제품과 중국산 저가 제품이 밀려들어오자 수익성이 급격히 감소했다. 제품 차별화가 힘들어 가격 경쟁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로케트전기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1998년 ‘로케트’ 브랜드를 P&G(당시 질레트)에 매각했다. 건전지 제품만 생산하는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한 것이다.

하지만 P&G는 자체 브랜드 ‘듀라셀’을 갖고 있었다. 로케트 브랜드를 매입한 것은 결과적으로 경쟁자를 없애려는 조치였다. P&G는 로케트 브랜드를 인수한 뒤 ‘듀라셀’에 마케팅을 집중했다.

1998년 국내시장 점유율 37%로 1위였던 로케트 건전지 시장점유율은 P&G가 인수한 뒤 계속 낮아졌고 지금은 7% 수준으로 떨어졌다. 로케트전기는 인원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적자는 계속 누적됐다. 건전지 제조 영업이익률은 -10% 안팎을 기록할 정도로 나빴다. ‘브랜드를 매각하더라도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로케트전기 경영진의 판단은 실수였다.

◆신규 사업도 부진

‘로케트’ 브랜드를 팔아 받은 돈은 800여억원이었다. 로케트전기는 이 돈으로 1·2차전지 설비 등 신규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1차전지 설비 사업은 그러나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렸고, 2차전지 설비 사업은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계획이 연기되면서 타격을 받았다. 이 사업을 추진했던 자회사 로케트이앤티는 현재 전액 자본잠식 상태다. 박형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도 기대에 못 미쳤다.

건전지 공급처를 다양화하려는 노력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 태국 등 해외거래처를 늘리고 국내 기업에 납품하는 사업을 확대했으나 P&G의 주문량이 줄어드는 속도를 상쇄하지는 못했다.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지도 못하고 기존 사업까지 계속 쪼그라들었다. 2012년 2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제품 차별화가 어려운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를 매각한 것은 사업을 접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하청 생산에 계속 미련을 가져 신규 사업까지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시장 신뢰까지 흔들

로케트전기는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주식시장에서 유망한 업종으로 평가받는 바이오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을 썼다. 암 치료 및 조성물 특허를 보유한 바이오 벤처기업 ‘뉴젠팜’과 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셀텍’을 지난해 잇따라 인수했다. 하지만 뉴젠팜을 매각한 지아이바이오 최대주주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속되면서 매매 계약이 철회됐다. 셀텍을 매각한 센터스톤파트너스는 ‘사채 원리금을 지급하라’며 로케트전기를 상대로 지난 1월 약 6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인수자금 조달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로케트전기는 지난해 말 1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금융감독원은 투자자보호 등을 이유로 승인해주지 않았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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