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선점하라" 페이스북·구글…초대형 'M&A 다트' 게임

입력 2014-04-08 07:00  

검색·SNS·게임·폰…영역 구분없이 무한경쟁

와츠앱 사들인 페이스북, 스마트홈 시장 뛰어든 구글
"주도권 상실 불안감에 감정적 인수 판단" 지적도



[ 임근호 기자 ]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는 지금 인수합병(M&A) 전쟁 중이다. 연초부터 굵직굵직한 인수 발표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웨어러블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다가오는 미래 트렌드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수 금액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쟁에서 밀릴지 모른다는 초조함이 지나쳐 어떤 이득을 얻을지 불확실한 사업체를 너무 많은 돈을 들여가며 사들인다는 지적이다.

○M&A에 수조원 쏟아 부어

올 1분기 가장 공격적으로 M&A에 나선 곳은 페이스북이다. 지난 2월 직원 55명의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와츠앱을 190억달러, 한국 돈으로 약 20조원에 인수하기로 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한국 증시에서도 시가총액이 20조원이 넘는 회사는 10개에 불과하다. 시총 10위 밖인 삼성생명 LG화학 SK텔레콤 현대중공업 같은 기업들이 다 20조원에 못 미친다. 페이스북은 3월 말엔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를 만드는 벤처기업 오큘리스VR을 20억달러(약 2조11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 이후 미래의 플랫폼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구글 역시 거액을 들여 M&A를 하고 있다. 1월 32억달러(약 3조3800억원)에 스마트홈 업체인 네스트랩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1년 휴대폰업체 모토로라를 125억달러에 인수한 것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구글의 M&A다.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아이팟’을 개발했던 토니 파델이 세운 이 회사는 똑똑한 자동온도조절장치 ‘서모스텟’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언제 집에 들어오고 어떤 온도를 선호하는지를 자동으로 파악해 실내 온도를 최적화한다. 구글은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영국 벤처기업인 딥마인드도 6억5000만달러(약 6900억원)에 사들였다.

중국의 레노버는 1월 IBM의 저가 서버사업을 23억달러(약 2조4300억원), 휴대폰 제조사인 모토로라를 구글로부터 29억1000만달러(약 3조700억원)에 인수했다. 레노버는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단숨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로 올라섰다. ‘중국 저가 제품’이란 이미지에서 탈피해 북미 등 선진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영역 파괴와 무한 경쟁

글로벌 IT기업이 경쟁적으로 M&A에 나서는 이유는 IT산업에서 영역과 국경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며 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검색, 전자상거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휴대폰·태블릿 제조, 게임 등이 업체별로 나눠져 있었지만 이제는 영역 구분 없이 모든 것을 다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구글은 네스트랩을 인수하며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전통적인 가전업체들의 영역이었던 스마트홈 시장에 뛰어들었고, 페이스북은 텐센트 위챗과 네이버 라인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을 큰돈을 주고라도 사들여야 했다.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도 중국 내부에서 화웨이, 샤오미와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 ‘모토로라’라는 브랜드를 갖고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주도권을 놓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구글 페이스북 등은 모두 마이크로소프트(MS) 야후 같은 기존 업체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왕좌를 차지한 기업들이다. 그들 자신도 언젠간 새로 출현한 기업에 지금의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 그래서 불안하다. 업계 관계자는 “반역을 일으켜 새로 왕이 된 사람은 또 다른 반역을 가장 걱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비유를 들었다.

이 때문에 M&A가 감정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용자 한명으로부터 1년에 1달러만을 사용료로 받고, 광고 수입도 없는 와츠앱을 가입자 1명당 가치를 44달러에 계산해 인수한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예다. 단순히 ‘똑똑한’ 자동온도절장치를 획득하는 데 3조원이 넘는 돈을 들인 구글의 전략에도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인 옴 말릭은 “수십억달러짜리 다트 던지기”라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하나라도 맞길 바라며 이곳저곳에 다트를 던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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