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강풍에 단련된 노승열…메이저 챔프 무너뜨렸다

입력 2014-04-28 20:47   수정 2014-04-29 04:32

취리히클래식 브래들리 등 물리치고 2타차 우승
12억7000만원 '상금 대박'…플레이어스 출전권도



[ 한은구 기자 ]
초속 13m가 넘는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28일(한국시간) 열린 미국 PGA투어 취리히클래식(총상금 680만달러) 마지막날 경기는 타수를 줄이기보다 누가 실수를 안 하느냐의 싸움이었다. ‘한국 골프의 영건’ 노승열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의 루이지애나TPC(파72·7399야드)에서 사흘간 보기 없이 18언더파를 친 유일한 선수였다. 그러나 최종라운드는 달랐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노승열은 1번홀부터 파 퍼트가 홀벽을 맞고 돌아나오면서 보기를 기록했다. 노승열은 “1번홀에서 보기를 했지만 샷이나 퍼팅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키건 브래들리와 맞대결

이날 인근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풍에다 2011년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우승자 키건 브래들리(미국)와 맞대결을 하게 돼 노승열에게는 부담이었다. 그러나 강원 고성군 출신의 노승열은 어린 시절부터 강풍에 익숙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내 고향은 바다와 인접해 있는데 오전에 잔잔하다가 오후가 되면 걷잡을 수 없는 바람이 불었다”고 소개했다.

부담은 노승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쟁자인 브래들리는 초반에 스스로 무너졌다. 브래들리는 6번홀(파4)에서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려 4타 만에 볼을 그린 위에 올린 뒤 3퍼트로 트리플 보기를 적어내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다른 경쟁자도 실수를 연발했다. 이글과 연속 버디를 잡고 추격하던 로버트 스트렙(미국)은 9번홀(파3)에서 티샷을 워터 해저드에 빠뜨린 뒤 2타를 잃었다.

반면 노승열은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8, 10번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낚아 2위 그룹과의 격차를 3타로 벌렸다. 특히 보기를 하고 나면 바로 다음 홀에서 버디로 만회했다. 12번홀(파4)에서 ‘3온2퍼트’로 1타를 잃어 주춤한 노승열은 13번홀(파4)에서 티샷이 벙커턱 위 러프에 멈췄다. 남은 거리는 80야드지만 쉽지 않았다. 노승열은 “내리막 경사였고 밑에 모래가 있었다”며 “심호흡을 한 뒤 자신감을 갖고 쳤다”고 회상했다. 수차례 연습 스윙을 한 뒤 노승열이 친 볼은 다소 강하게 날아갔다. 핀을 바로 맞추는 행운이 따랐고 볼이 홀 바로 옆에 멈추면서 버디로 연결됐다. 핀을 맞지 않았다면 볼은 다시 그린을 벗어나 연속 보기를 했을 가능성이 컸다.

○17번홀 파세이브로 ‘쐐기’

노승열이 15번홀(파4)에서 3퍼트로 다시 1타를 잃은 사이 스트렙이 타수를 줄이며 1타 차로 따라붙었다. 그러자 노승열은 16번홀(파4)에서 126야드를 남겨두고 두 번째 샷을 홀 90㎝ 옆에 세우는 ‘송곳샷’으로 버디를 추가했다. 17번홀(파3)에서는 그린을 놓친 뒤 4m 파세이브 퍼트를 집어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노승열은 “17번홀 퍼트가 ‘클러치 퍼트’였다”며 “이를 성공시켜 18번홀을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1언더파 71타를 친 노승열은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 미국의 앤드루 스보보다와 스트렙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122만4000달러(약 12억7000만원)를 거머쥐었다.

○세계랭킹 88위…내년 마스터즈 출전

이번 대회는 2002년 당시 컴팩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열렸을 때 최경주가 우승한 바 있다. 최경주-양용은-배상문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네 번째 PGA투어 챔피언이 된 노승열은 한국 챔피언 가운데 최연소다. 다음달 29일 만 23세가 된다. 배상문이 지난해 바이런넬슨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는 만 26세11개월이었다.

78번째 대회 만에 우승컵을 안은 노승열은 세계랭킹이 지난주 176위에서 88위로 뛰어올랐다. 한국 선수로는 김형성(86위)에 이어 두 번째다. 일본에서 뛰는 김형성은 일본프로골프투어 성적이 세계랭킹에 높게 반영돼 미국 PGA투어에서 뛰는 노승열보다 순위가 높다. 김형성은 지난해 일본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노승열은 향후 2년간 전 경기 출전권과 내달 8일 개막하는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챔피언십, 8월7일 열리는 PGA챔피언십에 이어 내년도 마스터스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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