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가방 보면 직급 보인다

입력 2014-04-28 21:33   수정 2014-04-29 04:23

세종청사 요즘…

출장 잦은 고위급 백팩 메고
사무관 이하는 맨손 출근도



[ 백승현 기자 ] 공무원 직급을 한눈에 알아보는 방법이 있을까. 공무원마다 공직에 입문한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나이로는 사실상 직급 구분이 어려운 게 사실. 하지만 세종시에서는 공무원이 들고 다니는 가방 크기만으로 직급 구분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행정수도 이전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풍속도다.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머리가 희끗한 50대 고위공무원 A씨는 항상 검은색 대형 백팩을 메고 다닌다. 같은 부에 근무하는 과장급 공무원 B씨도 마찬가지다. 다만 가방의 크기가 조금 작다. 반면 4년차 사무관 C씨는 서울에 있는 부모님 댁을 오갈 때를 제외하고는 속이 빈 듯한 가벼운 가방을 들고 다닌다.

A정책관(국장)의 수첩에는 1주일에 평균 3~4회 서울 출장 스케줄이 적혀 있다. 가방 안에는 각종 서류와 참고 도서 외에 목베개와 세면도구, 생수 한 통이 들어 있다. A국장은 “출장이 잦다 보니 KTX 안에서 들여다봐야 할 서류가 많다”며 “한겨울이나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는 작은 담요도 하나 넣고 다닌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통근버스로 출퇴근하는 B과장의 백팩에는 파티션(구분 칸)이 들어 있다. 작은 가방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서류, 세면도구, 노트북, 휴대폰 보조배터리 등이 들어가는 칸을 따로 만들었다. 서울 출장이 주 2~3회 정도 되다 보니 B과장의 가방은 항상 ‘출동 대기’ 상태다.

C사무관의 서울 출장은 많아야 주 1회. 세종청사 인근 숙소에 살면서 거의 맨손으로 출근한다. C사무관은 “가끔 부모님 댁에 밀린 빨래를 들고 가는 경우를 제외하곤 배낭 멜 일이 별로 없다”며 “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출장이 많아지면서 가방이 무거워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출장이 거의 없는 주무관 이하 공무원은 가방이 아예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종시 공무원 사이에선 ‘벼와 공무원의 공통점은?’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답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가방이 무거워지면서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진다는 얘기다.

세종=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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