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역, 서강대역… 지하철, 우리 대학도 이름 넣어주세요!

입력 2014-05-02 11:05  



서울 지하철 경의선 승객들은 요즘 열차 안내방송에서 그간 듣지 못했던 역 이름에 귀를 쫑긋 세운다. 지난달 7일 서강역이 ‘서강대역’으로 바뀌면서부터다. 서강대 법인과 학생, 지역 주민들이 2011년부터 오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이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들은 학교 이름을 지하철 역명에 넣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공사 중인 서울 경전철 우이-신설선(우이선) 근처 대학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역명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덕성여대는 지난해 여름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우이선 L03역 이름표를 얻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L09역을 두고선 역 인근에 위치한 국민대와 서경대가 경쟁이 붙었다. 지난해 두 학교의 총학생회가 앞다퉈 서명운동을 벌여 유치 경쟁이 가열됐다.

◆ 지하철역 이름이 뭐길래… 대학들 앞다퉈 경쟁 왜?

대학들이 지하철 역명을 얻기 위해 힘을 쏟는 것은 인지도 상승 등 ‘역명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매일 지하철 승객들의 눈과 귀에 대학 이름이 노출돼 자연스럽게 홍보를 할 수 있다.

덕성여대 관계자는 “굳이 학교에 오지 않더라도 지하철을 이용하기만 해도 학교 이름을 반복해 듣게 돼 쉽게 각인될 것” 이라며 “경전철 개통 예정일이 가까워지면 좀 더 구체적인 유치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방 수험생들에겐 서울 지하철 역명을 가진 학교냐, 아니냐가 인지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2호선 타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만큼 서울 지하철과 대학 인지도의 연관성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실제로 광운대는 역명 교체에 따른 인지도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 지하철 1호선 성북역이 ‘광운대역’으로 이름을 바꿨다. 성북구가 아닌 노원구에 위치한 역이 기존 역명을 유지할 경우 행정상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광운대 관계자는 “지방 수험생들에겐 ‘인서울 대학’이 큰 매력이다. 서울 지하철 역명을 가진 학교의 경우 인서울 매력이 더 크게 와 닿는 것 같다” 고 털어놨다. 또 “주변의 같은 1호선 학교인 경희대, 한국외대에 비해 심리적으로 멀다는 느낌도 많이 사라졌다”고 귀띔했다.

학교를 찾는 이들의 편의성도 개선된다. 서강대의 경우 그동안 서강역이 서강동이 아닌 신수동에 있고, 6호선 광흥창역의 부역명이 ‘서강역’이었기 때문에 헷갈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재석 서강대 법인사무처 과장은 “그동안 서강대를 찾는 사람들이 지하철역명으로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며 "서강대역으로 바뀌면서 학교를 처음 방문하는 외부인과 지방 학생, 학부모들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 지하철역 이름표 난망… "부역명 금액 비싸도 OK"

대학들이 지하철역의 이름표를 따기가 쉽진 않다. 지난 2006년 서울시가 마련한 ‘지하철 역명 제·개정 절차 및 기준’에 따라 지하철 역명에 대학 이름을 표기하는 게 훨씬 까다로워졌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학명은 역명으로 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정거장 주변의 옛 지명 또는 법정 및 행정구역 명칭을 우선한다. 고려대, 숭실대처럼 역사가 대학부지 안에 들어와 있거나 500m 내외에 위치할 경우는 예외다.

지하철 역명 표기가 쉽지 않자 대신 ‘부역명’ 표기 시도로 우회하는 대학들도 많다. 부역명은 기존 역명에 역세권 기관이나 기업 이름을 함께 적어 넣는 것을 말한다. 역명 옆 괄호 안에 병기된 이름이 부역명이다.

경희대 국제(수원)캠퍼스는 2012년 분당선 개통과 함께 영통역의 부역명에 학교 이름을 넣는 데 성공했다. 분당선 착공 시절부터 학생회와 학교 본부가 주축이 돼 역명 유치에 힘쓴 결과였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관계자는 “부역명에 이름이 들어가면서 교통이 편리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지하철 역명이 있는 학교는 교통이 편리한 학교란 상징성이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역명 사용료도 감수한다. 2006년부터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광역철도 역명 부기 세부운영지침’에 따라 부역명 사용 기관에게 사용료를 받고 있다. 한신대와 한국예술종합대, 남서울대 등이 기존 부역명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료를 내고 있다. 2~3년 단위로 계약하며 사용료는 3000만~4000만 원.

이들 대학이 적지 않은 금액을 내면서 부역명을 사용하는 이유도 PR 효과에 때문이다. 1호선 병점역의 부역명을 사용 중인 한신대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학교 이름을 알리는 효과가 크다" 며 "많은 대학들이 사용료 부담을 감수하면서 부역명을 사용하는 이유”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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