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대웅제약 사장 "이 악물고 5년 개발한 나보타, 국내 1위 하겠다"

입력 2014-05-09 07:00   수정 2014-05-09 11:21

Cover Story - 대웅제약

위약금을 종잣돈으로
美엘러간 "보톡스 판권 회수"
위약금 250억 요구, 190억 받아
주름개선제 독자개발 나서

고혈압치료제 수출 추진
'올로스타' 유럽서 임상 시작
다국적사, 남미 판권인수 제안



[ 김형호 기자 ] 인터뷰 이종욱 사장


이종욱 대웅제약 사장(사진)은 2008년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 사장은 그해 어느 날 주름개선제 보톡스 개발회사인 미국 엘러간의 ‘아시아·태평양 담당’으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국내 판매사업자인 대웅제약이 한창 보톡스를 팔고 있을 때였다. 전년에는 연간 200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 사장은 “판매계약 기간이 아직 1년 이상 남아있었는데 혹시 판권을 회수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직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을 찾은 엘러간 측 인사는 ‘위약금을 내더라도 판권을 회수해 직접 영업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사장은 위약금 명목으로 250억원을 요구했다. 그는 “일부 참모진은 60억원가량을 받아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과감히 치고 나갔다”고 회고했다. 결국 190억원을 받아냈다.

대웅제약은 엘러간에서 받은 위약금을 종잣돈으로 보툴리눔 톡신 주름개선제 ‘나보타’ 독자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사장은 “통상 10년 걸리는 개발기간을 5년으로 앞당긴 것도 이를 악물고 쉬지 않으며 연구에 매달린 덕분”이라고 회고했다.

▷나보타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내년에 200억원 매출을 찍고 장기적으로 500억원까지 키워볼 생각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해외시장입니다. 미국에서 2017년 허가가 나오면 세계 시장의 10% 수준인 연 4000억원까지 팔리는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나보타 판매허가가 떨어지면 보톡스를 대체해서 쓰려는 의사들이 대기하고 있는 독특한 상황입니다.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의 모회사 주주들이 성형외과 의사이기 때문에 나보타를 많이 쓸수록 주주인 의사들에게 이익이 가는 윈윈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상품화 기간은 많이 단축된 것입니까.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찾아내기까지가 큰 고비였습니다. 일단 자체 균주를 확보한 뒤 고순도 제품을 정제하는 과정은 수월했습니다. 프레밍 박사가 우연히 페니실린을 발견했듯이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기회(serendipity)라는 게 있습니다. 연구원들의 노력 못지않게 나보타 개발 과정에서도 이런 운이 따라준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 회사가 먼저 나보타를 사용하겠다고 찾아온 것도 그런 세렌디피티의 일종이죠.”

▷국내에서는 7~8개 업체가 경쟁할 정도로 과잉경쟁 양상입니다.

“엘러간 보톡스를 국내에 알린 게 대웅제약입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효능의 유사성과 순도가 핵심 경쟁력입니다. 다른 제품은 유사성이나 순도에서 아직 보톡스를 따라가지 못해 의사들이 쉽게 제품을 바꾸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반면 대웅제약은 기존의 마케팅 노하우에 제품력까지 갖췄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충분히 1위에 올라설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자체 개발에 나선 이유가 있습니까.

“15조원 규모인 국내 시장을 목표로 했던 과거와 달리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려면 반드시 자체 제품이 있어야 합니다. 대웅제약이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려가며 제품 개발에 매달리는 것도 해외 시장으로 나가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보타나 고혈압복합제 올로스타는 대웅의 국제화를 앞당겨줄 만한 제품입니다.”

▷도입의약품 특허만료 등으로 올해 전문의약품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지난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 성장에 그쳤지만 연간 18%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부 대형 품목의 특허만료 등이 있지만 개량신약 올로스타가 4월부터 출시됐고, 큰 제품은 아니지만 다른 도입의약품도 있기 때문에 전문의약품 매출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혈압 복합제 ‘올로스타’ 전망은 어떻습니까.

“고혈압치료제 시장은 단일 성분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기전이 나오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나올 만한 계열의 제품은 모두 나온 셈이죠. 그래서 최근 관심은 기존에 나온 단일 의약품을 합쳐서 복합제로 만드는 데 쏠리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재정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 일본에서도 관심이 많은 분야입니다. 올로스타는 고혈압약의 최신 계열 두 제품인 올메텍과 로슈바스타틴을 합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고혈압복합제가 일부 나와 있지만 최첨단 두 제품을 섞은 것은 올로스타가 유일합니다.”

▷올로스타도 해외에 수출할 계획인가요.

“유럽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했습니다. 유럽은 복합제 수요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유력 다국적사가 남미 시장 판권인수 제안을 해오는 등 벌써부터 관심이 높습니다. 국가별·지역별로 강점이 있는 다국적사와 공동으로 판매하거나 판권을 넘기는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합니다. 대웅제약의 전략은 무엇인가요.

“일본 제약사의 글로벌화 과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업체들은 우선 몇 개 주요 아이템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체력을 키운 뒤 1~2개 신약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을 뚫어 글로벌화에 성공했습니다. 일본의 다케다 다이이치산쿄 아스텔라스 등이 대표적이죠. 한국 제약사들이 이스라엘의 테바나 미국 유럽의 제약사를 롤모델로 삼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나올 수 있는 글로벌 제약사는 1~2개 수준입니다. 그 안에 대웅제약이 포함되는 게 목표입니다.”

▷최근 다국적제약사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M&A로 성장해온 다국적사들의 생존 전략입니다. 특허만료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갖고 있는 회사들의 M&A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는 게 특징입니다. 글로벌 순위 10위권 내 회사는 대형 의약품 10개를 확보하고 있어야 상위 10위 이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국적사들은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M&A를 해야 하는 게 운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루사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고생이 많았는데요.

“‘우루사를 소화제로 분류하는 병원도 있다’는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린 약사 때문에 적지 않게 고생했습니다. 우루사의 주성분인 우루소데스옥시콜린산(UDCA)은 곰의 담즙산에서 추출한 물질입니다.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현재 우루사의 연간 매출은 600억원 규모로 절반은 병원에서 담석증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의약품으로 팔리고, 나머지는 비타민 인삼성분이 들어간 일반의약품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악의적인 소문 때문에 매출에 일부 타격을 받았지만 논란이 일단락됐기 때문에 조만간 회복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사와 일반인에게 UDCA 효능을 알리는 ‘우루사 바이블’ 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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