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개성공단서 아픔 극복 희망 봤다"

입력 2014-05-21 21:25  

북측 인사 접촉·메시지 없어
교황 방북 가능성도 부인



[ 서화동 기자 ]
“서울에서 개성까지 60㎞ 남짓한 거리입니다. 이 짧은 거리를 얼마나 멀게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화합하는 개성공단을 방문하면서 이런 아픔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돌아와 이같이 말했다. 추기경이 방북하기는 처음이다. 염 추기경은 이날 오전 8시30분 경기 파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개성공단으로 가 여덟 시간가량 머물다 돌아왔다. 염 추기경은 CIQ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선의 뜻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며 진실로 노력한다면 평화가 정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방북에는 평양 출신인 황인국 몬시뇰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정세덕 신부, 홍보국장 허영엽 신부 등 7명이 동행했다. 염 추기경은 개성공단에 도착해 공단관리위원회 관계자로부터 공단 운영현황 등에 관한 브리핑을 듣고 수자원공사와 입주기업, 부속병원 등을 둘러봤다. 또 개성공단 내 신자공동체와 어려운 상황에서 애쓰고 있는 공단 관계자들을 만나 위로하고 격려했다.

염 추기경은 또 재가동 이후에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고충을 들은 뒤 “남북 당국자들이 하루빨리 다시 만나 현안을 협의해 한반도 평화가 증진되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했다고 허 신부는 전했다.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는 염 추기경의 방북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근로자들로 구성된 천주교 신자공동체(로사리오)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허 신부는 “염 추기경은 지난해 남북 갈등이 깊어지고 개성공단이 폐쇄된 상황을 보며 한반도 평화를 많이 걱정했으며, 개성공단이 정상화되면 방문하기로 신자공동체와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허 신부는 “오늘 방문은 (오는 8월로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과 무관하다”며 “북측 인사와의 접촉이나 전달받은 메시지도 없었다”고 일각에서 제기된 교황 방북 가능성을 부인했다.

허 신부는 “이번 방북은 남북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현지에서 남북 사이의 화해와 일치, 더 나아가 평화로운 통일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 모두 소망하는 평화통일은 개성공단 활성화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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