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취임 한달 맞은 정의화 국회의장 "사돈의 팔촌까지 조사하는 신상털기식 청문회 개선할 것"

입력 2014-06-29 21:24   수정 2014-06-30 04:03

도덕성 비공개·정책 공개 검증 '투트랙 방식' 바람직
선진화법이 '식물국회' 만들어…보완 방안 마련할 것
야당 51%·여당 49% 배려하는 국회의장 되겠다



[ 고재연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66)은 “사돈의 팔촌 개인사까지 파헤치는 무리한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취임 한 달(29일)을 맞아 지난 27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고위 공직자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가 도덕성 검증을 넘어 지나친 ‘신상털기’로 변질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인 신상과 관련한 부분은 비공개 검증으로 진행하고, 정책 부분은 공개 검증으로 하는 ‘투트랙(two track)’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19대 후반기 국회에서 구체적인 개선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국회 마비법’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쟁점 법안의 경우 국회의원 60%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안건이 통과되도록 함)과 관련,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총리 후보 두 명이 중도 낙마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여론몰이로 사퇴 압박이 가해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 언론과 정치권의 지나친 신상털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아스팔트 길이 아닌 흙탕물 길이었다. 바짓가랑이에 흙탕물 안 묻은 사람이 누구 있나. 조금 묻었나, 흠뻑 젖었나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방울의 흙탕물도 묻지 않은 무결점 인물을 찾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기능을 잃은 일부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행태에도 아쉬움을 느낀다.”

▷인사청문회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후보자 자녀는 물론 사돈의 팔촌의 과거 일거수일투족을 검증대에 올리는 것이 문제다. 최소한 후보자 자녀나 부인이 ‘총리나 장관을 하지 말라’고 말리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나는 그동안 미국식 인사청문회를 벤치마킹해 신상 문제는 비공개로, 업무능력과 정책 비전은 공개로 따지는 ‘투트랙 검증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물론 비공개 검증의 결과는 국민에게 가감 없이 알려야 한다.”

▷의장 경선 때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폭력 국회를 없애자고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했는데 이 법이 식물 국회를 만들어버렸다. 나는 선진화법 개정 당시 국회 마비법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돼버린 것이다.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은 모든 의결사항을 재적 의원 과반수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은 과반수 조항을 60% 이상의 초다수결 원칙으로 바꿔버렸다. 19대 전반기 국회를 돌아볼 때 민생 법안과 국가 안보 관련 법안들이 국회선진화법에 발목이 잡혀 제때 처리되지 못했다. 문제는 이 법을 고치려 해도 재적의원 60% 동의라는 국회선진화법 덫 때문에 고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언론과 국민여론 압박을 통해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최근 야당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을 존경한다’는 공식 논평을 냈다.

“나도 깜짝 놀랐다(웃음).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환경노동위원회에 갈 수 있도록 새누리·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불러 조율한 것 때문인 것 같다. 국회의장으로서 내 지론은 야당을 51%, 여당을 49% 배려하는 것이다. 과거 정운찬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을 맡았을 때 야당에 발언 기회를 지나치게 많이 준다는 이유로 여당 의원들한테 편파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기계적으로 여야 50 대 50으로 나누는 것보다 야당에 조금이라도 더 배려하는 게 국회 운영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박근혜 정부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본다.”

▷남북국회회담 추진에 적극적이다.

“한반도는 사람으로 치면 ‘반신불수’다. 배달민족, 한겨레라고 하면서 남북이 잘려있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내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세 가지다. 건강사회를 만들고, 동서화합의 시대를 열고, 나아가 통일의 시대를 열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남북국회회담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구체적인 회담 로드맵은 나왔나.

“남북국회회담은 국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와 2인3각의 긴밀한 협조체제로 진행할 문제다. 작은 이슈부터 차근차근 진행할 생각이다. 병원을 짓고 의료 지원을 한다든지, 식량을 제공한다든지, 혹은 북한이 우리에게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부터 논의해가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내가 직접 북한을 방문해 회담 개최를 제안할 생각도 갖고 있다.”

▷친박 주류 황우여 전 대표를 제치고 재수 끝에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만큼 나는 판단이 누구보다 빠르다. 수술을 하다 보면 우물쭈물할 새가 없이 바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나는 30년간의 의사생활을 통해 빠른 판단력이 몸에 밴 사람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대개조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국회 리더십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동료 의원들의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 황 전 대표의 안정적인 ‘기독교 장로적 리더십’보다는 신념을 지닌 ‘의사결정자(decision maker)’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의장 취임 직후 ‘동서화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나는 부산 지역 의원이지만, 통일로 가기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이 동서화합이라고 생각해왔다. 동서화합의 실질적 완성을 위해서는 제도적 차원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영남에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당선되고 호남에서도 새누리당 의원들이 당선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중·대선거구제, 석패율제(특정 지역 낙선 후보 중에서 많은 득표를 한 순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주는 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

▷개헌에 대한 입장은.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고,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위해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행 헌법이 개정됐던 1987년 당시는 군사정권의 연장을 막기 위해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맞춰졌다. 그 뒤 김영삼 정부 때부터 5년에 한 번씩 개헌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차차기 대선인 20대 대선부터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정의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개인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핫라인’을 만드셨다는 데.

“박 대통령이 최근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 날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가 꺼져있어 통화가 되지 않았다. 야당의 요구를 포함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대통령께 의견을 전할 생각이다.”

▷19대 후반기 국회 운영 방안은.

“영국 국민들은 의회 의사당에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 편히 잠든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회도 밤낮없이 일할 수 있도록 상시 국회가 필요하다. 7, 8월을 제외한 1~12월 중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상시 국회를 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회방송을 보강해 미국의 C-SPAN(24시간 정부활동을 다루는 미국 케이블 TV)처럼 국회의원 상임위 활동을 생중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 5選…국회선진화법에 공개 반대

?정의화 국회의장은 1996년 15대 총선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뒤 부산 중·동구에서 내리 5선을 했다.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이 당시 함께 공천을 받아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에 합류한 정치 동기다. 부산대 의대를 졸업한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이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치며 원내부총무, 지역화합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 개정 당시 국회의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그는 국회선진화법이 ‘식물국회’를 만들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친이명박계로 분류되지만 친박근혜계 의원들과도 폭넓은 친분을 유지, 온건파로 분류된다.

△1948년 경남 창원 △부산고·부산대 의대 △봉생병원 원장 △15~19대 의원 △17대 국회 재정경제위원장 △18대국회 부의장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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