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때 유언비어 횡행하는 까닭

입력 2014-07-04 07:00  

경영학 카페

검증할 여력없이 정보폭주
새 정보를 우선 믿는 경향
뻔한 거짓말도 분별 못해
선거때 흑색선전도 같은 원리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요즘은 2주 전 신문만 봐도 마치 옛날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아요.”

지인이 한국 사회가 정말 빠르게 변한다면서 신문 이야기를 꺼냈다. 수년간 삶의 속도가 느린 동남아시아에서 살던 그는 고국에 와서 문화충격을 느낀다고 한다. 한국의 1년은 동남아 국가의 5년쯤에 해당한다는데 일리가 있어 보였다.

올 상반기에만도 세월호 소식에 이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총리 후보 선정, 월드컵 소식까지 큼지막한 뉴스가 연일 우리 귀를 두드렸다. 매일 의식의 용량이 가득 차도록 자극적 소식의 융단폭격을 맞고 사는 기분이 든다. 그중 사실이 아닌 것은 얼마나 되며 우리는 이를 얼마나 잘 걸러내고 있을까.

사람들은 주의력이 분산된 시기에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일군의 심리학자는 흥미로운 실험으로 이를 증명했다. 실험 참가자는 범죄 보고서를 읽고 형량을 정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심리학자는 보고서에 범죄 사실을 축소하는 거짓말과 범죄 사실을 과장하는 거짓말을 적고 이를 붉은 색으로 표시해서 누구라도 한눈에 거짓말을 알아 보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거짓말에 별다른 영향 받지 않고 공정한 형량을 제시했다.

심리학자는 두 번째 실험에서 참가자에게 보고서를 읽는 도중 컴퓨터 화면에 숫자가 보이면 그 숫자를 클릭하는 지극히 간단한 게임을 시켰다. 주의력을 분산시키면서 거짓말의 영향력을 측정하려는 의도였다. 예상대로 참가자가 거짓말의 영향을 받아 형량이 작아지거나 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는 자신이 거짓말을 분별해서 공정하게 형량을 정했다고 말했다.

참가자가 정말로 거짓말을 분별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심리학자는 참가자에게 다음 질문을 했다. ‘다음 문장 중에서 보고서에 없었던 문장을 찾아낼 수 있겠습니까.’ 참가자 상당수가 자신이 반시간 전에 읽은 보고서를 기억한다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참문장을 뒤집어 놓은 가짜 글은 대부분 찾아냈다. 단 4% 정도의 오차만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붉은 색으로 표시한 거짓문장을 뒤집어 놓은 가짜 글은 쉽게 찾지 못했다. 숫자게임을 한 사람들은 무려 54%가 가짜 글을 찾아내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흔히 우리는 사실 여부를 알기 전까지 새로운 정보를 신중하게 판단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새로운 정보를 일단 사실로 믿고, 나중에 여력이 있으면 그 정보를 검증한다. 우리는 생각만큼 진실 확인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보이는 것을 우선 믿는 경향이 있다.

바로 이점이 선거기간 중에 말도 되지 않는 인신공격성 폭로 발언이 통하는 이유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이 성숙한 시민으로서 거짓 흑색선전에 속지 않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보가 폭주하는 시기에는 정보를 검증할 겨를 없이 다음 정보를 만난다.

그러면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거짓말도 일단 받아들이게 된다. 붉은 색 거짓문장을 읽고 형량을 줄이거나 늘린 사람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단지 그들은 정신적 여력이 부족해 판단이 흐려진 것뿐이었다.

구조조정, 인수합병(M&A) 시기에 기업 내에 유언비어가 횡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 기인한다. 불안해진 구성원들은 평소라면 거짓말이라며 일축할 말도 일단 받아들인다. 이를 검증할 틈도 없이 곧바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거짓말은 어느 새 참말로 여겨진다.

이런 실수를 막으려면 구성원은 정보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은 미디어가 전하는 정보를 냉정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반면에 리더는 위기, 변화 시기에 직원의 심리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합리적인 사람들도 유언비어에 속는 시기이니 만큼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사실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정보의 진공상태가 생기면 거짓 정보가 빠르게 공백을 메우기 때문이다. 일단 거짓 정보가 공백을 채우면 훗날 사실 정보가 들어와도 이를 밀어내기 힘들다.

우리는 정보가 넘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정보의 바다에서 수영을 할지, 정보의 홍수 속에 익사할지 우리가 결정할 일이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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