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할 직업, 생존할 직업

입력 2014-08-22 07:00  

경영학 카페

일자리 빼앗는 컴퓨터
중간 임금 노동자 큰 타격
머리손마음 모두 쓰는
간호사성직자교사 등이
직업 순위 윗자리 차지할 것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폐암 1기 환자 김씨는 미국에 있다는 폐암 전문 병원 의사와의 진료 약속에 3분 늦어 마음이 급하다. 다행히 텔레콘퍼런스 화면에 나타난 의사는 괘념치 말라며 질문을 시작한다. 백인 의사가 한국말을 따로 배웠나 싶을 정도로 컴퓨터의 번역 기능은 우수해서 김씨는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진다. 검사 결과를 보던 의사는 김씨의 종양이 지난 30년간 발견된 폐암 사례 중 가장 보편적인 양상이라며 치료 확률이 높은 치료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진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선 김씨는 미국의 의사가 자신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 진료해준 것이 고맙게 느껴진다.

이는 미래의 병원을 상상한 시나리오다. 김씨가 미처 몰랐던 것은 컴퓨터 속 의사가 사실은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인공지능 컴퓨터를 폐암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이 컴퓨터의 이름은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이다. 왓슨은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해 인간 도전자 두 명을 누르고 우승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IBM은 인간보다 학습능력이 뛰어난 이 컴퓨터를 의사로 만들었으며, 왓슨을 사용하는 병원의 폐암 치료 전담 간호사 90%가 왓슨의 지시를 받는다고 밝혔다.

인간의 학습과 암기능력을 넘어선 컴퓨터는 선진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실직률의 핵심 원인 중 하나다. 자동화와 기술 발전으로 20년 이내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간 수준의 임금 노동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컴퓨터로 대체할 때 비용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미 선진국 노동 직군은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집단과 나머지로 양분화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중간 수준의 임금 노동자가 직업을 가장 많이 잃었고, 경기 회복 후에 고용 창출도 가장 적었다.

전문직이라 여겨졌던 직업들도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숫자를 다루는 직업 회계사는 일찌감치 멸종직업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숫자가 많은 주식 관련 기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컴퓨터가 기자를 대신해 작성하고 있다. 심층 취재와 분석을 무기 삼는 기자들은 안전할까. 인터넷 신문 허핑턴포스트에는 자발적 기고자 4만여명이 매일 4000여 건의 기사를 올린다. 가뜩이나 광고가 줄어 신문사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데 자유기고가들이 밀려들자 다른 살길을 찾는 기자가 늘고 있다.

이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는데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다음 세대는 학교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기보다는 점수 올리기가 쉬운 과목에 집중하고, 공무원 시험에 청춘을 투자한다. 그렇게 공부시간이 많아도 대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순식간에 반응하는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신세대들이 10분 이상 생각해야 하는 수학문제를 돌아보지도 않기 때문이란다.

달라질 미래를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건 뭘까. 필자의 지인은 자녀에게 머리, 손, 마음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직업을 구하라고 말한다. 논리적 사고력만 요구하는 직업은 컴퓨터가 대체하고, 손만 쓰는 직업은 저임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다. 여기 하나 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은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간호사, 성직자, 교사, 운동 트레이너 등이 컴퓨터에 직업을 빼앗기지 않을 직업 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직업을 찾는 데서도 유행에 민감하고 시야가 짧다. 하지만 오늘 인기 있는 직업이 10년 후에는 멸종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기업도 직원들의 재교육에 투자해서 그들이 다음 10년에도 가치 있는 일꾼이 되도록 준비해줄 필요가 있다. 어차피 구직자는 많으니까 회사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구직자들도 안다. 그래서 직원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기업에는 인재가 모여들지 않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우리는 10년 후 미래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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