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왜 '잭슨홀'일까

입력 2014-08-24 20:34   수정 2014-08-25 05:44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잭슨홀(Jackson Hole)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로키산맥의 협곡 사이에 부드럽게 안겨 있는 산골 마을. 와이오밍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에 속한 휴양지로 명사들의 별장도 많다. 겨울엔 스키 천국으로 변한다. 지명에 구멍(hole)이 붙은 것은 험준한 산을 거쳐 이곳에 들어온 사냥꾼들이 계곡의 가파른 경사 때문에 구덩이에 푹 빠진 듯한 느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잭슨홀은 여름에 더 들썩인다. 8월이면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석학 150여명이 이곳에 모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호수 주변에서 갖는 ‘잭슨홀 미팅’의 공식 명칭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지방은행이 주최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을 가늠할 수 있기에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린다. 최정예 멤버만 모이는데다 원활한 토론을 위해 초청 기자도 10여명으로 제한된다. 그만큼 논의가 깊숙해서 ‘워싱턴 컨센서스’보다 ‘잭슨홀 컨센서스’를 더 중시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1978년 첫 미팅 때만 해도 반응이 미지근했는데, 1982년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Fed 의장이자 낚시광인 폴 볼커를 이곳의 송어 낚시장으로 유인함으로써 잭슨홀 미팅은 세계적인 이벤트로 급부상했다.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사태와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의 1~3차 양적완화 계획 덕분에 흥행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잭슨홀 미팅은 흔히 스위스의 작은 마을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과 비교된다. 그러나 참석자가 2000여명이나 되는 다보스 포럼은 ‘누구나 다(多)포럼’으로 불릴 만큼 급이 낮다. 워런 버핏과 스티브 잡스, 팀 쿡 등 진짜 거물들은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젊은 마크 저커버그조차 대리인을 보낼 정도니 잭슨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버핏이 고향 오마하에서 매년 5월 여는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 축제가 훨씬 실용적이다.

올해 잭슨홀 미팅은 재닛 옐런 Fed 의장의 취임 후 첫 미팅이어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월가 금융권 인사들을 제외시키는 바람에 중앙은행 총재들의 토론이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역시 그랬다. 지난 주말 끝난 미팅에서 미국과 유럽은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옐런은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럽의 경기 흐름이 아직은 미국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엇박자는 미국의 행동에도 제약으로 작용하게 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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