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엔 탁 트인 한강…혀 끝엔 400년 前 일본의 맛

입력 2014-08-30 18:00  

미슐랭 3스타 셰프의 '가이세키'

상수동 일식 레스토랑 소라



[ 임현우 기자 ]
고급 일식 코스 요리를 가이세키(會席)라고 부른다. 1600~1800년대 일본 에도시대 때 식사와 함께 술을 즐기던 연회에서 유래된 것으로, 우리의 한정식 격이다. 일본에서는 귀한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거나 중요한 모임을 열 때 먹는 요리다.

서울 상수동의 ‘소라’는 “한국에 제대로 된 가이세키 요리를 선보이겠다”며 지난 6월 문을 연 신생 레스토랑이다. 이곳은 가이세키 요리의 권위자 중 한 사람인 일본인 셰프 마쓰로 신타오 씨가 개발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마쓰로씨가 운영하는 일본 오사카의 레스토랑 ‘고류(弧柳)’는 지난해 세계적 권위의 맛집 평가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 개를 받았다.

한강 서강대교와 밤섬이 마치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풍경이 매력을 더한다. 소라에는 여덟 개의 룸이 있는데, 어느 방에 앉든 창밖은 멋지다.

일본의 전통 의복인 기모노 옷감을 떼어다 벽면과 커튼, 테이블을 장식했다. 테이블에 앉은 손님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이 식당 안경자 대표가 직접 쓴 정성스런 편지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 28일의 편지는 이랬다. “관악청람(冠岳晴嵐). 맑게 갠 날 관악산에 어른거리며 피어나는 아지랑이. 시원한 바람과 맑은 하늘. 더도 덜도 아닌 한가위 되시길 빕니다.” 손님들 예약을 받을 때 모임 주제를 미리 파악해 특별한 내용의 편지를 따로 적어 올려놓기도 한다.

이곳의 모둠회는 간장이나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게 아니다. 생선마다 독특한 소스가 어우러져 있다. 예컨대 전갱이에는 마를 갈아넣은 간장 생강 소스가, 키조개에는 남방즈 미소 소스가 배어 있고, 참돔에는 다른 소스 없이 오직 바닷물에 흠뻑 젖어 나온다. 참치대뱃살에는 간장에 절여 응고시킨 계란 노른자를 곁들여 먹는다.

점심 코스에만 나오는 소쿠리 요리 역시 각양각색의 재료가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찹쌀가루를 묻혀 튀긴 홍백새우튀김, 얇게 썬 두부를 버무린 시금치 요리 등은 보통 일식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별미들이다. 밥은 마쓰로 셰프가 특별 제작했다는 황톳빛 솥에 지어져 나온다. 새송이버섯과 전복이 듬뿍 들어있어 적당히 짭조롬한 맛을 냈다.

작은 접시에 담긴 요리 하나하나가 모두 독특하다 보니 “이건 뭐예요?”라고 자꾸 물어보게 된다. 기모노를 재해석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직원들은 그때마다 음식 얘기를 술술 풀어냈다. 안 대표는 “단순히 고급스런 요리를 내놓는 것만이 아니라 서비스 수준도 손님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진정한 가이세키 요리”라며 “마쓰로 셰프가 메뉴 개발과 요리법부터 직원들의 손님 응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을 꼼꼼하게 챙긴다”고 했다.

귀한 손님 모시는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 권할 만하다. 야경이 빼어나 연인이나 부부끼리 분위기 내고 싶은 날에도 좋다. 대신 가격은 꽤 센 편이다. 열 가지 요리가 나오는 ‘소라’ 코스가 16만5000원, 아홉 가지 요리의 ‘호시’ 코스는 13만5000원, 요리를 다섯 가지로 줄인 점심 코스 ‘히카리’는 5만5000원이다.

■ 마쓰로 신타오 셰프 "식재료도 스트레스 받아…함부로 다루면 맛 변한다"

“한국 땅에서 나온 채소나 재료를 활용한 가이세키 요리가 한국 사람들에게 더 친근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라의 모든 요리를 개발한 마쓰로 신타오 셰프는 ‘제 땅에서 난 제철 음식’을 일본 요리와 접목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2년 동안 정통 요리를 연구한 뒤 2009년 일본 오사카에 ‘고류(弧柳)’라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지난해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 개를 받았다. 안경자 대표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원 스타나 투 스타는 많이 있지만 스리 스타는 전 세계에 140명뿐”이라고 소개했다.

마쓰로 셰프는 서울과 오사카를 꾸준히 오가고 있다. 소라의 주방에는 그의 제자인 모리 겐타 씨와 그의 식당에서 연수를 받고 돌아온 한국 요리사들이 일하고 있다.

마쓰로 셰프는 소라 메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일본 땅에서 자란 식재료와 한국 땅에서 자란 식재료의 미세한 차이 때문이다. “특히 조미료 맛이 미세하게 달라 시행착오를 겪었죠.” 밤을 새워 가며 레시피(요리법)를 조정했다.

그는 요리 과정에서 식재료를 함부로 찢거나 툭툭 던지는 것을 금기시한다. 그렇게 하면 식재료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요리에 일반 수돗물도 절대 쓰지 않는다. 정수기를 통해 일곱 번 거른 깨끗한 물만 사용한다. 식기세척기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씻은 그릇은 사람 손으로 깨끗이 닦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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