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 경영'…美서 가장 웃기는 경영자,'직원이 왕'…창사이래 해고정리 全無, 저가 요금 승부…美 4대 항공사 도약

입력 2014-09-05 07:00  

글로벌 CEO 허브 켈러허 사우스웨스트항공 창업자

사람의 마음을 잡아라
"지위고하 막론…평등하게 대하라"
모친의 가르침 평생 실천

비행기 3대로 시작
기내식 없애고 가격 거품 빼
고객 입소문타고 성장 가도

유머는 조직화합의 촉매
일·재미 모두 가능한 직장 평가
대학생 가장 선호기업에 뽑혀



[ 김순신 기자 ]
“지금 우리 비행기는 방향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목적지에는 매우 일찍 도착할 예정입니다.” “흡연을 위해 날개 위에 흡연실을 만들었으니 이용 바랍니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비행기에선 이런 엉뚱한 안내방송이 자주 흘러나온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창업자인 허브 켈러허가 주도한 ‘펀(fun) 경영’ 때문이다. 켈러허는 미국에서 가장 웃기는 경영자로 꼽힌다. 그에게 정장을 입은 권위적인 경영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으로 공항에 나타나 직원과 승객들에게 농담을 던지곤 한다. 그는 “유머는 조직의 화합을 위한 촉매제다. 일은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괴짜 사업가인 켈러허의 경영 실적은 놀랍다. 1971년 사우스웨스트를 창립한 뒤 1973년부터 69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비행기 3대로 시작한 영세 항공사는 매출 기준 미국 4대 항공사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우스웨스트의 조직문화와 기존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경영 전략이 성공을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켈러허는 1931년 뉴저지주에서 태어났다. 수프 공장 공장장으로 일하던 아버지는 켈리허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강조했다. 아버지는 엄격했고 용돈을 벌어야 했던 켈러허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어린 켈러허를 제외한 집안 남자들은 참전했다. 아버지와 작은 형은 전투 끝에 사망한다.

누나가 뉴욕에서 일자리를 구하자 켈러허는 어머니와 단 둘이 지내게 됐다. 막둥이였던 켈러허와 어머니는 자주 대화를 나눴다. 어머니는 어린 켈러허에게 사람들을 지위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며 진정성 있는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켈러허는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위나 직함은 사람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어머니의 말은 평생의 가르침이 됐다”며 “직원을 고객처럼 여기는 사우스웨스트 정신의 기본이 됐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미식축구팀 주장을 맡을 정도로 주도적이었던 켈러허는 웨슬리안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다. 이후 그는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뉴저지주 대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일하며 법조인으로서 경력을 쌓아간다.

텍사스 출신인 아내의 부탁에 따라 처가가 있던 텍사스주 샌안토니오로 자리를 옮긴 그는 기업전문 변호사로 법무법인 임원에 오르는 등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러던 중 켈러허가 법률자문을 하던 항공서비스 회사의 경영자 롤린 킹이 찾아온다. 당시 경제 팽창으로 인구가 늘고 있던 텍사스주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항공사를 만들자는 것. 사우스웨스트의 시작이었다.

○저가 항공으로 시장을 장악하다

켈러허는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고 저렴한 항공편을 내놓는다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켈러허가 고작 비행기 3대를 가지고 사우스웨스트를 창업해 댈러스 휴스턴 샌안토니오 등 텍사스주의 주요 3개 도시만 운행하겠다고 나서자 항공업계에선 ‘무모한 도전’이란 비아냥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남과 다른 생각이 성공을 이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사우스웨스트는 1973년 좌석과 시간에 관계없이 모든 좌석을 13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한다. 27달러 수준이었던 경쟁사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좌석은 매진행진을 이어 나갔다. 기내식 등의 서비스는 없었지만 사우스웨스트를 이용한 고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매료됐다. 고객들의 입소문은 퍼져나갔고 회사는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켈러허는 수익성이 좋은 500마일 이내의 노선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는 항공료가 자동차만큼 저렴해 비행기 대신 자동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을 면밀히 관찰한 뒤 이들을 유인할 수 있을 만큼 요금을 내렸다. 보잉 737기 한 가지 기종만을 보유해 조종사 훈련에서 정비에 이르는 각종 비용을 절감했다.

사우스웨스트는 항공기가 착륙한 뒤 다시 이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비행기 한 대당 수익성을 높였다. 탑승권 자동 발매기를 통해 고객들의 탑승수속 시간을 줄였고 복잡한 허브 공항 대신 한가한 지방 공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객들이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하는 한편 공항사용료를 감축했다.

○직원 만족이 우선이다

1981년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2001년 물러날 때까지 유머는 켈러허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재미 경영을 중시하는 켈러허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회사 로고 문제로 경쟁업체와 분쟁이 생기자 켈러허는 경쟁사 최고경영자(CEO)에게 느닷없이 팔씨름으로 사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엉뚱한 제안에 협상 자리는 웃음바다가 됐고 켈러허는 팔씨름에서 졌지만 공동 로고 사용권을 따냈다. 포천지는 그에게 ‘웃음교 교주’라는 별명을 붙였다.

펀 경영은 직원을 왕으로 모시는 사우스웨스트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켈러허는 “회사가 직원들을 왕처럼 모셔야 직원들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많은 기업이 종교적 신념처럼 믿고 있는 ‘고객은 왕이다’는 말을 틀렸다”며 “기내에서 폭음하고 직원을 괴롭히는 불량 고객은 과감히 해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은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고 출근한다. 덕분에 사우스웨스트는 ‘일과 재미’가 동시에 가능한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사우스웨스트는 창사 이래 걸프전, 9·11 사태 등으로 회사가 힘들었을 때도 한 번도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다. 꾸준한 흑자경영을 통해 보유 현금을 늘려 놓은 데다 직원들 역시 보너스를 반납하는 등 회사와 고통 분담에 나섰기 때문이다.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조직 문화 덕분에 사우스웨스트는 미국 대학생이 가장 다니고 싶은 직장으로 여러 차례 꼽혔다. 5000명을 뽑는 구인광고에 몰린 구직자만 14만명에 달할 정도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