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3년…격랑의 북한경제] 北 '마이너스 성장' 탈출했지만…"전력 등 산업기반 무너져 한계"

입력 2014-12-03 21:34   수정 2014-12-04 04:05

(4) 북한경제, 과연 희망 있나

지하경제 포함땐 5% 성장…"최악 지나 전환점" 관측도
열악한 인프라에 부패 여전…중국 성장세 둔화도 타격



[ 김유미 기자 ]
베일에 가려진 북한 경제지만 최근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른다. 매년 뒷걸음질쳤던 경제성장률은 2011년 플러스로 돌아섰고 물가와 환율도 다소 안정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월 “북한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지나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내놨다.

하지만 옌볜·단둥 등 북한 접경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은 북한 경제가 지속적으로 호전될 수 있을지엔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부족한 전력과 인프라, 뿌리 깊은 부패고리 등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많다는 것이다.

성장률 1% vs 5%

1980년대 공업 기반이 흔들린 뒤 북한 경제의 결정적 변수는 식량이었다. 2010년 이후 북한 내 곡물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은 농업 부문뿐만 아니라 빈약한 제조업과 장마당 활성화에도 도움이 됐다.

농사에 매달리는 일손과 시간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부문에 대한 자원 투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열심히 일할수록 더 많은 몫을 가져갈 수 있는 ‘포전담당제’의 시행도 생산력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1.1%로 2012년(1.3%)보다는 다소 줄었다. 하지만 2009년(-0.9%) 2010년(-0.5%)의 마이너스 행진을 하던 시기와는 다른 양상이다.

실제 성장률이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공식경제 외에 시장경제가 활발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성장률은 5%를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장사와 텃밭 경작, 축산 등 부업으로 주수입을 올리는 주민이 많은데 한은 통계는 이들을 포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1인당 국민소득 638달러 vs 1800달러

사실 북한 경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계는 거의 없다. 문성민 한은 북한경제연구실장은 “북한 당국은 1960년대 중반 이후 국민소득을 제대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알려진 통계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국정 환율과 가격에 기반해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부 통계기관의 추산도 제각각이다. 2011년 북한의 1인당 GDP를 유엔은 638달러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1800달러로 발표하는 등 격차가 크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한때 한국을 앞섰던 북한 경제 규모가 세계 최하위권으로 뒤처졌다는 점이다. 한은이 구매력 기준으로 계산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2011년 기준)은 1597달러. 215개국 가운데 26번째로 낮다. 북한보다 소득이 적은 나라는 대부분 아프리카에 있고 아시아 중에선 네팔(1260달러)이 유일했다.

북한 국민소득은 같은 공산권인 중국의 5.6분의 1, 베트남의 2분의 1 수준이다. 1990년만 해도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482달러로 중국(800달러) 베트남(610달러)을 크게 앞섰다.

나진도 하루 3시간은 단전

북한 경제가 과거의 ‘호시절’을 다시 맞이할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북한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북·중 우호관계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상반기 북한 무연탄의 대중국 수출가격은 지난해 고점보다 20~30%까지 내렸다.

다만 경제를 일으키려는 북한 당국의 의지는 작지 않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캐나다 지식협력 프로그램(KPP)을 이끌고 있는 박경애 캐나다 UBC 교수는 “지난 5월 북한 당국이 요청해 청진 어랑 등 경제개발구를 돌아봤다”며 “관광지나 물류 개발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조언을 구하는 현지 관리들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너진 산업기반을 일으켜세우지 않는 한 고성장은 어렵다는 진단이다. 북한과 교역하는 중국 사업가 A씨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진의 경우도 하루 3시간은 전기가 안 들어온다”며 “전력이 필요한 기업들은 각자 소형발전기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력사정은 지방도시로 가면 훨씬 심각하다. 밤에 불을 켠 집이 거의 없다는 전언이다.

그나마 활기를 띠고 있는 민간 교역은 갈 길이 멀다. 2009년 화폐개혁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와 사업가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 큰 부담이다. 생산성 혁신과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기업군 협소, 기업가 정신의 부재도 근본적인 문제다. 체제 수호에 혈안이 돼 있는 당국으로서는 기업인이라는 새로운 계층의 출현을 반길 수가 없다. 더욱이 오랫동안 부패에 찌든 사회구조 속에 자유와 창의를 생명으로 하는 기업가 정신이 발붙일 틈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특별취재팀

단둥·옌볜·훈춘=조일훈 경제부장/김병언 차장(영상정보부)/김태완 차장(국제부)/김유미(경제부)/전예진(정치부) 기자/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김유미 기자 /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warmfront@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